카이는 데뷔 13년 만에 첫 솔로 콘서트 '카이온'을 지난 17~18일 이틀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여러분, 이제 시작이에요. 아시죠? 가을만 되면 세훈이도 돌아오고 군백기도 없고 이제, 우릴 막을 건 없어요! 엑소엘(공식 팬덤명) 체력만 챙기면 돼요."
올해 2월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 해제돼 팬들 곁으로 돌아온 카이는 오직 자신만을 보러 온 관객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팀 막내 세훈도 올가을 사회복무요원 대체 복무를 마치기에 그룹 엑소(EXO) 활동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엑소 메인 댄서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카이가 데뷔 후 처음으로 연 솔로 단독 콘서트 투어 '카이온'(KAION)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동안 9천여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 제목인 '카이온'은 '카이'(KAI)와 '온'(ON)에 영원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이온'을 합친 말이다. 카이는 "무대 위의 카이가 영원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저는 여러분드로가 영원히 무대를 하고 싶다. 저의 간절한 마음을 이번 콘서트에 담았다. 여러분들도 어디 가지 마시고 늘 이곳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18일에 열린 서울 마지막 날 공연 첫 곡은 '시너'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예정된 시각인 오후 4시에서 9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내는 암전됐다. 이번 공연은 '거울 속의 낯선 나'(A man in the mirror)부터 '내면의 수많은 자아'(Reflections of myself) '모든 자아가 하나가 되다'(When all selves become one)를 거쳐 '새로운 나의 여정'(Welcome to the new me)까지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4개 테마에 관해, 카이가 낯선 자아를 발견한 뒤 성찰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나'로서 완성되는 흐름으로 구성되었으며, 2020년부터 쌓아온 카이의 솔로 디스코그래피를 다채로운 매력의 퍼포먼스와 함께 만날 수 있다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설명했다.
하늘거리는 소재의 붉은색 의상을 입은 카이는 오프닝 영상의 연장선에 있듯,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대형 화면은 금세 별빛이 박힌 어두운 밤처럼 변했고, 현란한 레이저 쇼를 통해 카이의 알파벳(KAI) 세 글자를 선명히 새겼다. '거울 속의 낯선 나'라는 첫 번째 테마에 맞게, 카이는 거울 앞에서 솔로 퍼포먼스로 공연을 시작했다.
첫 곡은 미니 3집 '로버'(Rover) 수록곡 '시너'(Sinner)로, 펑! 하고 불꽃이 연달아 터지는 효과로 마치 잠들어 있던 관객들을 깨우는 듯했다.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어우러진 신비로운 분위기의 팝 '시너' 이후, 두 번째 곡은 '솔로 카이'의 데뷔곡인 '음'(Mmmh)이었다.
2020년 솔로 데뷔한 카이는 지금까지 발매한 네 장의 미니앨범을 두루 훑는 세트 리스트를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화면 가운데를 차지한 삼각형 부분을 커다란 꽃잎이 채운 채로, 댄서들과 함께 무대에 선 카이는 유려하고 여유롭게 '음' 무대를 해 나갔다. 옆으로 돌면서 웨이브하는 후렴 부분 안무에서는 특히 팬들의 환호가 커졌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작부터 댄서들과도 각도를 정교하게 맞춘 군무까지 오차 없이 소화했다.
세 번째 곡 '낫띵 온 미'(Nothing On Me) 때는 댄서 없이 홀로 무대 위에 섰다. 중반부쯤 돌출 무대 길목에 댄서들이 나타났고, 강렬한 레이저가 마치 길을 여는 것처럼 빛났다. 초반부터 시선을 잡아끈 레이저 연출이 특히 잘 쓰였다고 생각한 무대가 바로 '낫띵 온 미'였다.
온라인 생중계 공연이 잘 보이냐고 물었을 때도, 취재진에게 공연 잘 보고 있는지 물었을 때도 친절하게 대답하는 엑소엘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 카이는 "다 핸드폰 찍고 있더라. 여기(팬들이 있는 구역) 다 기자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첫날은 '내가 해낼 수 있겠지?' 하는 떨림이 있었다는 카이는 "오늘은 잘해야 되고 즐길 생각에 떨리면서 설렜다. 여러분도 설레죠?"라고 되물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온 관객에겐 "오늘 처음 본 것처럼" 소리 질러달라고 부탁한 카이는 "처음 오신 분들은 진짜 깜!짝! 놀라실 거다. '오빠가 이렇게 됐어? 2년 만에 이렇게 된 거야?' 하고 느낄 수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 주시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제 무대에선 마이크가 날아가고 바지도 터졌다고 털어놨다.
위쪽부터 관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슬라이딩'과 '피치스' 무대 당시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팬들이 반기자 "바지 터지는 거 좋아하면 안 된다. 우리 지금 (공연이) 명목상의 '7세 이용가'로 알고 있다, 아마도"라며 "모두가 즐겨야 하기 때문에"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스로를 '도파민 중독자'라고 소개한 카이가 "(무대 하고 나서) 도파민이 너무 올라와서 잠을 못 잤다"라고 해 팬들이 걱정하는 기미를 보이자, 카이는 "저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 이제 애기가 아니다, 여러분!"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뛰어난 퍼포먼스로 정평이 난 '퍼포머' 카이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난 곡은 후렴구의 가성 처리가 인상적이었던 '슬라이딩'(Slidin')이었다. 마젠타색 조명 아래 책으로 얼굴을 가린 카이는 본무대에 솟은 리프트에 올라 혼자 무대를 꾸몄다. '슬라이딩' '미끄러져 내려' '쉴 틈 없이 내려' 등의 가사에 맞춰 정말 슬라이딩했고, 누운 채로 골반을 드는 안무에서는 팬들의 함성이 급격히 커졌다. 어느덧 30대가 된 카이의 관능미가 무르익은 무대였다.
'바닐라'(Vanilla)와 '어덜트 스윔'(Adult Swim) 무대에선 댄스 크루 베베의 리더 바다와 둘이서 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세트 리스트상 가장 청량한 곡이었던 '어덜트 스윔'은 쨍한 노란색을 적극적으로 쓰고 가사 일부를 화면 가득 채우는 등 시각적으로도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미니 2집 타이틀곡 '피치스'(Peaches) 때는 각도에 따라 기울어지는 원형 턴테이블 리프트에서 누운 채로 섹시한 안무를 추기도 했다. 듣기 편한 음역의 '피치스'에서는 특히 카이의 음색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카이의 영문 타이포그래피 'KAI'를 형상화한 본무대의 가운데 부분은 삼각형 모양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아낌없이 불을 뿜는 '봄바'(Bomba) 무대를 보고는 앞으로 음원만 들으면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레게톤 비트와 중독성 있는 신스 리프가 더 생생하게 전달됐으며, 가장 열정적인 무대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음악 그 자체의 매력을 발견한 곡도 있다. 전 곡을 알앤비(R&B) 장르로 채워 '카이표 알앤비'를 맛볼 수 있었던 미니 1집 수록곡 '헬로 스트레인저'(Hello Stranger)는 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서정적인 가운데 싱잉 랩이 귀에 꽂혔다.
플루트 연주와 이국적인 비트가 어우러진 곡 '프레셔'(Pressure)와 다양한 타악기 소리가 쌓인 리듬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월스 돈트 토크'(Walls Don't Talk)도 있다. 저음과 화음이 돋보였던 세련된 곡 '컴 인'(Come In)도 새롭게 흥미가 생긴 곡이다.
본인의 뿌리인 엑소도 잊지 않고 공연에 녹였다. '마이 레이디'(My Lady) '베이비 돈트 크라이'(Baby Don't Cry) '너의 세상으로'(Angel) 세 곡을 댄스 퍼포먼스로 연이어 선보였다. '마이 레이디'에선 기타, 드럼 등 악기가 더해져 차츰 풍성한 소리를 냈고, 뒤의 두 곡은 엑소엘이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 카이가 춤을 춰 멋진 합을 만들었다.
카이는 이날 총 23곡 무대를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총 23곡의 무대 중 안무가 없었던 건 앙코르 때의 '블루'(Blue)가 유일했을 정도로, 카이는 '솔로 가수'로서 모든 무대를 퍼포먼스로 가득 채웠다. "진짜 제가 이때까지 했던 공연 중에 가장 숨이 가쁜 공연이었던 것 같다"라는 고백이 바로 이해됐다.
그래서일까. 콘서트의 백미인 라이브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네 장의 미니앨범을 바탕으로 구성한 세트 리스트로, '솔로 카이'로서 추구하는 음악을 잘 펼쳐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음악만으로 긍정적인 호기심을 유발하는 곡을 여럿 보유한 만큼, 카이의 가창과 랩이 더 '생생하게 들리는' 다음 공연을 기대한다.
카이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여러분들께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은 진짜 많다"라며 "제가 돌아왔다, 카이 이즈 백(KAI is back)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여러분들이 절 기다린 시간, 그리고 좋아했던 시간들… '진짜 잘 기다렸다' '진짜 잘 좋아했다'라는 마음을 좀 심어드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아, 이래서 역시 카이 좋아하지' '카이 말곤 성에 안 차지' 하면서 '나의 진정한 도파민은 카이다' 하는 것을 확인시키고 싶었다고도 부연했다.
"무대 도파민은 이길 수 없다"라며 "이걸 어떻게 안 하고 살았지, 진짜?"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은 카이. 그는 "제가 열심히 무대를 하고, 여러분들이 저를 보고 그 감출 수 없는 광대가 올라가며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는 게 저의 진짜 행복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저, 두려움도 있었다"라고 털어놓은 카이는 "진짜 신기한 게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그런 생각이 아무것도 없어지고 행복하기만 하더라"라고 돌아봤다.
양일 공연에는 엑소 멤버들이 참석해 카이를 응원했다. 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찬열, 카이, 디오, 수호. 세 번째 사진 왼쪽부터 세훈, 카이. SM엔터테인먼트 제공/엑소 공식 트위터대체 복무하면서 2년 넘게 무대를 떠나있었고, 공연을 준비할 시간도 충분치 않아 여러 힘든 점이 있었지만, 결국 콘서트를 할 수 있던 가장 큰 계기는 "여러분들"이라며 카이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저도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 이제 이렇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 하루하루 쌓아가면서, 죽을 때까지 한번 행복해 보자"라고 강조했다.
팬들은 '투 비 어니스트'(To Be Honest) 떼창 이벤트와 '널 기다리는 시간도 사랑이었어♥'라는 슬로건 이벤트를 준비했고, '김종인'(카이 본명)을 연호하며 앙코르를 요청했다. 앙코르 멘트 때는 한목소리로 "김종인 사랑해!"를 외쳐 '울보' 카이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서울 마지막 날 공연에는 엑소 리더 수호를 비롯해 찬열, 디오가 참석,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첫날에는 현재 대체 복무 중인 세훈이 방문했다.
이틀 간의 서울 공연으로 9천 관객과 만난 카이는 쿠알라룸푸르·마카오·자카르타·싱가포르·타이베이·마닐라·방콕·요코하마·홍콩 등 아시아 10개 지역에서 투어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