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살인'…공포의 대상 '칠성파' 와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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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칠성파 2代 수괴 한모 등 조직원 25명 무더기 구속기소

전국 최대 폭력조직 가운데 하나인 칠성파 2대 우두머리와 행동대장, 조직원 등 25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기소됐다.

특히, 칠성파 1대 수괴인 이모 씨가 물러난 이후 '회장'자리를 물려받은 2대 우두머리는 지역 군소 폭력조직과 호남지역 폭력조직까지 연합해 전국적으로 세를 확장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칠성파에 소속된 조직원 200여 명의 신원과 새 조직도를 파악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등 '칠성파 와해'를 목적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칠성파 수괴를 비롯한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범죄단체 활동'으로 구속 기소된 것은 22년 만으로 시대를 주름잡던 폭력조직 칠성파가 자취를 감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칠성파 후계자 한모 등 25명 무더기 구속기소

2011년 10월, 동구 모 호텔 앞에서 칠성파 조직원 수십명이 결속을 다진다는 명목으로 도열해 90도 굴절인사를 하는 모습. (부산지검 제공)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현수)는 1991년 칠성파를 재건한 우두머리 이모(71)씨를 구속한 이래 22년 만에 칠성파 2대 우두머리 한모(46)씨를 범죄단체 활동 혐의 등으로 붙잡아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지난 1년 동안 칠성파에 대한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칠성파 조직도를 모두 파악하고 행동대장 김모(38)씨등 조직원 24명을 구속기소, 나머지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2007년 4월쯤, 서울에서 광안 칠성파 수괴였던 A씨와의 싸움을 벌인 이후 조직원 수십 명을 서울에 집결시켜 상대 조직원을 찾아다니게 하는 대치상황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9년 11월, 칠성파와 서방파 간부 사이에서 칼부림이 발생하자 조직원 수십명을 서울에 집결시켜 호남출신 연합 조폭들과 대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 집단, 조직원, 특히 집단 내부 규율, 통솔체계에 따라 행해지는 집단 대치, 무력다툼, 위세 과시 등은 엄격히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칠성파 2代 수괴 한씨, '세력 전국 확대 노려'

검찰에 따르면 칠성파 수괴인 이씨가 고령, 지병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2010년부터 한씨가 실질적인 칠성파 수괴로 등극했다.

당시, 영화 '친구'의 주인공인 정모 씨, 오랫동안 칠성파 간부로 활동한 강모 씨 등도 우두머리 대상에 올랐지만, 이들에 비해 한씨는 비교적 전과도 적고, 마약을 하지 않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아 2대 수괴로 등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두머리를 차지한 한씨는 2010년 초부터, 부산지역 내 군소 폭력조직을 차례도 흡수하고 '온천장 칠성', '서동 칠성', '기장 칠성' 등으로 이름을 붙여 폭력조직을 프랜차이즈 하는 등 조직을 확대했다.

이후 2011년에는 호남지역 출신 폭력조직인 '국제피제이파', '벌교파'등도 연합해 세력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등 빠르게 조직을 장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1년 10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피제이파 조직원 행사에 한씨는 칠성파 조직원 50여 명과 함께 세를 과시하며 참석해 양 조직이 연합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1여 년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칠성파의 새로운 조직 계보를 모두 파악했다고 밝혔다.

현재 활동 중인 칠성파 조직원은 약 230명.

검찰은 칠성파 와해를 목적으로 달아난 칠성파 조직원과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부산지검 이상호 2차장 검사는 "수년 전부터 칠성파 수괴로 지목된 한씨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수집과 칠성파 내부 조직원들의 진술 확보 등을 통해 한씨가 수괴로 활동한 혐의를 파악해 22년 만에 칠성파 수괴를 검거했다"며 "현재 도주 중인 칠성파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다른 폭력 조직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는 등 부산 지역 내 폭력 조직을 와해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 1960년대 결성된 칠성파, 시대 주름잡으며 각종 범죄 저질러

칠성파 조직원들은 같은 조직원에게 부당하게 집단폭행, 손가락 절단 등 폭행을 당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수사기관에 피해진술을 거부해 실제 형사사건화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부산지검 제공)

 

칠성파는 1960년대 초 부산지역 중심가를 기반으로 결성돼 1980년 중반 이후, 경제 호황에 편승해 유흥, 향락업소, 오락실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바탕으로 부산 폭력계의 주도권을 장악해 왔다.

칠성파는 수십 년간 수사기관의 집중 단속으로 와해, 재결성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해 온 전국 최대 폭력조직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건은 1993년, 신 20세기파 행동대장 살해사건.

1993년 7월쯤, 칠성파 행동대장 등은 세력 확장을 견제한다는 목적으로 신 20세기파 행동대장을 흉기로 10차례 넘게 무차별 난자해 살해했다.

수년 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친구'가 흥행에 성공하자 칠성파 실제 주인공과 조직원은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3억원을 뜯어내다 공갈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또, 2007년 칠성파 조직원들이 서면파 조직원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칠성파에서 신망받던 김모(32)씨가 보복차원으로 같은 해 12월, 상대 서면파 조직원을 무참히 살해했다.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아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사건마다 보복행위의 당사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칠성파 조직에 관한 진술에 대해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우발적인 개별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칠성파 조직에 대한 범죄단체 관련 수사로 확대하지 못했다.

다른 칠성파 조직원들은 조직범죄로 수감된 조직원을 정기적으로 면회, 수발하면서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해 명실상부 최대 폭력 조직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최근 대부분의 폭력조직들이 이권을 쫓아 이합집산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칠성파는 지금까지 '전통적인 폭력조직'의 양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다른 조직원들은 반드시 응징하고, 조직을 탈퇴, 배신한 내부 조직원은 집단 폭행, 손가락 절단 등 잔혹하게 보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손가락이 절단된 칠성파 조직원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은 보복 폭행이 두려워 수사기관에 피해 진술을 거부하면서 실제 형사 사건화 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또, 칠성파 조직원 대부분은 10여 차례 이상 폭력 전과를 갖고 있으며 조직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목적으로 집단 폭행 등 폭력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지면서 '폭력성'이 세습화돼 조직원들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무차별 주먹을 휘두르는 사건이 비일비재 하게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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