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안철수에 실망? 왜 그리 성급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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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통해 중국 바로 알리고파
-中 위력 대단, 편견 거두고 동지 돼야
-이석기 제명? 국회 월권은 안 돼
-안철수 위기론 성급, 새정치 기대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정래 소설가(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


지금부터 연결할 분은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죠. 조정래 작가입니다. 신작 <정글만리>가 지금 발간되자마자 서점가를 휩쓸고 있습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한중일 비즈니스맨의 전쟁을 다룬 작품인데요. 지금의 중국 시대상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태백산맥>, <아리랑> 같은 대서사시를 쓰던 조정래 작가의 작품이 정말 맞나, 이런 말씀들 많이 하시는데 다른 느낌이죠. 조정래 선생님은 왜 현대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소설가 조정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요즘 기분이 좋으시죠? (웃음)

◆ 조정래> (웃음) 나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정글만리> 저자가 직접... 이 소설을 한마디로 축약해서 소개를 한다면 어떤 소설이라고 정의를 내리시겠어요?

◆ 조정래> 중국이 G2. 세계 경제의 두 번째 큰 나라가 되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그전의 세계 공장으로부터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 김현정> 공장에서 소비시장으로?

◆ 조정래> 네, 그 소비시장이 우리의 개념으로는 잘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건데, 14억 인구가 출렁거리는 소비시장입니다. 거기에 세계 500대 기업 중에서 97%가 진출해 있고, 한국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다 합하면 5만 개 이상이 나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일으키고 있는 경제전쟁은 정글법칙이죠. 약육강식, 적자생존. 그래서 인간정글을 그리고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만리를 따다가 복합 고유명사를 만든 게 <정글만리>입니다.

◇ 김현정> 중국에서의 정글의 법칙이 벌어지는 그 현장을 보자는 말씀.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사실 조정래 하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이런 대서사시를 쓰는 분이시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뭇 달라요. 배경도 현대고 인물들의 이야기 그 하나하나 보다도 뭔가 중국에 대해서 작가가 계속 설명을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의도하신 게 있는 건가요?

◆ 조정래>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이 G2가 된 것은 21세기 전 지구적인 문제이면서 수천 년 동안 국경을 맞닿아 온 우리 한국과 직결돼 있는 운명적인 일입니다. 그 현실을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 미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중국을 우리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 편견을 거둬 내고 제대로 상대를 앎으로써 경제 동반자로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 문화도 함께 이해하기 위해 제가 소설을 써 나간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중국에 대해서 뭔가 알리고 싶으셨던 거군요?

◆ 조정래> 제대로 이해를 하자.

◇ 김현정> 우리가 지금 중국에 대해서 특히 어떤 부분을 그렇게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까?

◆ 조정래> 세 가지입니다. 짝퉁천국이다.

◇ 김현정> (웃음) 짝퉁 천국이다. 하다못해 󰡐짝퉁계란까지 나오는 나라다󰡑이런 보도, 저도 봐요.

◆ 조정래> 그리고 더럽다, 지저분하다 하는 것. 그리고 게으르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은 몰라요. 그러면서 다 아는 체 하거든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지금 중국은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가 아니고 대한민국보다 4배 잘사는 나라입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하면 국민소득 총 평균을 내면 GDP 5천불 밖에 안 되지만, 개혁 개방을 한 2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동부 연안의 큰 도시들을 보면 2만 달러 이상이 된 국민이 2억 명입니다.

◇ 김현정> 2억 명이요?

◆ 조정래> 그러면 우리보다 4배 잘사는 것 아닙니까? 한 부분만 봐도. 그러므로 중국을 무시하면 안 되죠.

◇ 김현정> 아까 말씀하신 짝퉁천국, 더럽다, 느리다. 이것도 일부분 맞는 건 맞는 거죠?

◆ 조정래> 맞죠. 맞는데, 그것은 20년, 30년 전 이야기고 중국이 잘살게 되면서 급속도로 없어지고 있는 거죠. 우리를 보면 압니다. 우리 1960년대 어떻게 살았습니까? 그런데 70년대, 80년대, 90년대 들어오면서 급속도로 문화화 되고 지금 세계 최첨단의 문화대국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보면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건데 우리 스스로 자만에 빠져서 그들을 무시하거나 멸시하면 큰일 나죠.

◇ 김현정> <정글만리>를 보면 지금 중국은 G2가 됐는데, 앞으로는 G1 그러니까 세계 1위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이런 전망이 나옵니다.

◆ 조정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까지 생각하세요?

◆ 조정래> IMF에서 2016년쯤이면 G1이 되리라고 전망이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데서 판단했습니다. 거기만이 아니고 다른 경제단체에서도 비슷하게 전망을 했습니다. 그걸 토대로 제가 중국을 많이 취재하면서 보니까 확실히 분명한 근거가 있는 판단이기 때문에 저도 거기에 동의를 한 것입니다.

◇ 김현정> 아니, 몇 번이나 다녀오셨어요?

◆ 조정래> 20년 동안에 8차례를 왕래했습니다.

◇ 김현정> 8차례? 이 책을 읽은 분 중에 10년 동안 중국에서 산 교포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10년을 살아도 중국의 구석구석을 잘 몰랐는데, 조정래 작가는 그걸 다 담았더라. 10년 동안 산 나보다 더 잘 알더라. 노(老) 작가의 그 치밀한 취재력에 정말 깜짝 놀랐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어떻게 취재를 그렇게 다 하셨어요?

◆ 조정래> 그러니까 연재를 할 때 중국에 있는 주재원들이 ‘그런데 어떻게 작가는 중국에 있는 우리 보다 더 많이 알고 있냐.’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것은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죠. 거기에 사시는 사업하시는 분들은 자기 분야 사업들만 바라보시니까 다른 게 안보이고 저는 총체적으로 다 보려고 계속 노력을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다 눈에 들어오고 그 차이입니다. 그분들이 무식해서가 아니고 제가 유식해서도 아니에요. 관점의 차이, 관심의 차이입니다.

◇ 김현정> 중국을 그렇게 오랫동안 취재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를 꼽아보라면 어떤 게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 조정래> 천안문 광장에 수 없이 많은 수십 만 마리의 도요새가 날아가는 날갯짓처럼 사람의 몸으로 기계를 움직여서 흘러가는 자전거의 물줄기, 아름답죠. 그런데 그것이 다 없어지고 자동차로 바뀌어버렸습니다.

◇ 김현정> 그 시점이 언제인가요? 그 도요새 물결 같던 자전거가 자동차로 바뀌던 그 시절?

◆ 조정래> 1990년에 봤던 그 아름다운 인간의 춤추는 듯한, 물결 흘러가는 듯한 모습이 다 없어지고 매연 뿜어내는 자동차만 가득 차 있는 것이 오늘의 중국입니다. 아주 인상적이죠.

◇ 김현정> 지금의 중국. 그렇게 빨리 변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계속 예전의 그 중국의 인상에서 머물러 있는 것, 이건 문제라는 말씀이죠?

◆ 조정래> 그러니까 우리가 침체되어 있고 자만에 빠져 있고 그들을 무시하면 큰일 날 일이죠.

◇ 김현정> 조금 무섭지는 않으세요, 중국의 위력이라는 것이?

◆ 조정래> 무섭지만, 무섭기 때문에 그들과 진정성이 있는 인간적 정을 교류하면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되죠.

◇ 김현정> 그렇게 우리의 관계, 우리의 미래의 관계를 정리하시는 겁니다.

◆ 조정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 정글에서 여의도 정치정글로 얘기를 조금만 옮겨보죠. 선생님은 지식인으로 시대정신을 읽는 분이시니까 늘 정치에도 관심 많으시잖아요?

◆ 조정래> 관심 가져야죠.

◇ 김현정> 최근에 가장 뜨거운 이슈, 이른바 이석기 사태. 이거 돌아가는 판은 어떻게 보세요?

◆ 조정래> 곤란하죠. 대한민국은 헌법이 있는 나라이고 그 헌법은 국민의 자존심과 생존권을 다 지켜야 하는 불문율의 법인데 그걸 어기면서 그걸 부정하면서 행위를 했을 때는 곤란하죠. 그리고 대한민국은 엄연히 태극기를 국기로 삼고 동해물과 백두산을 애국가로 삼아서 국민들이 경배하고 가슴 뭉클하고 하는 것을 느끼는데 그걸 주장하는 그런 행위는 있을 수 없죠.

국민의 정서와 법칙에도 전혀 맞지 않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그건 법이 엄정하게 판단해서 다스려야 하고 그걸 갖다놓고 왈가왈부 정쟁을 삼는 것은 소모적인 것이니까 그건 법에 이미 넘어왔으니까 국회에서는 더 이상 떠들면 안 되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법의 심판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제명을 해야 된다. 정치적인 심판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 나옵니다.

◆ 조정래> 그런 건 안 된다니까요.

◇ 김현정> 그것은 위험하다?

◆ 조정래> 그럼요. 법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법원이 있는 것이고 법원이라고 하는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요구에 의해서 권한을 위임한 단체인데 국회도 입법만 하라고 했지 그런 것까지 심판하라고 하는 데가 아니니까 월권하면 안 된다고요. 민생이나 챙기지 왜 자기들이 제명하라, 당 해체하라 그런 소리를 합니까? 그건 말이 안 돼요. 법치국가에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 김현정> 지금 나오는 얘기는 재판하기 전에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지 심사를 하자? 이런 건데요.

◆ 조정래> 안 돼요. 법에서 실형을 내려버리면 자동적으로 국회의원 자격이 상실되는데 왜 미리 합니까? 무슨 권한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그게 자칫하면 예전의 공안풍, 북풍 이런 식의 매카시즘으로 흐를 위험성까지 걱정을 하셔서 그러시는 건가요?

◆ 조정래> 당연하죠. 우리는 이성의 사회고 법치의 사회고 자유민주주의사회입니다. 왜 그걸 망각합니까? 국회라고 해서 모든 걸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법만 만드는 곳이고 법을 집행하고 심판하는 건 사법부가 따로 있어요.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조정래> 당연하죠.

◇ 김현정> 잘못한 건 분명히 잘못 한 거고 법적으로 심판 받아야 하면 확실히 받아야 하는? 그것을 법이 아닌 정치가 나서지는 마라.

◆ 조정래> 그럼요. 그리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며 만인은 법에 결정을 따라야 되죠. 그래야 법치가 되는 것 아닙니까?

◇ 김현정> 그런데 요새 그런 얘기 잘못하면 또 뭐 종북이니 뭐니, 이런 얘기 들으시는 거 염려되지는 않으세요?

◆ 조정래> 그렇지는 않죠. 저는 이성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저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이 지탄받아야 되겠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분명한 입장 가지고 계시네요. 그런가하면 대선 당시에 안철수 후보 후원회장 맡았었고, 지금도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를 맡고 계시죠?

◆ 조정래> 네.

◇ 김현정> 그런데 최근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았었던 최장집 교수가 그만뒀어요. 그러면서 조정래 선생께서 이사장 다시 맡으시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조정래> 그것은 이제 매스컴이 먼저 지레짐작한 예상기사를 쓴 것이고요. 저는 전혀 그런 뜻이 없고 저는 죽을 때까지 작가일 뿐이고, 작가는 어떤 특정 정파에 소속해서는 안 됩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국내 정치를 끝없이 감시, 감독하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하고 그것이 작가의 의무이고 책무인데요. 정치에 특정 정당에 가담하거나 정파에 가담해 버리면 기본적 작가의 의무를 상실하게 되니까 안 되잖아요.

◇ 김현정> 하지만 지금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는 맡고 계시잖아요?

◆ 조정래> 그 이사는 제가 한 분야의 문학 분야, 예술 분야의 책무에 대한 조언을 하기 위한 것일 뿐이지, 총체적인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사장을 하게 되면 정치전반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니까 저는 제 전공도 아니고 저는 적임자도 아니고 또 작가로서 해야 될 일도 아니거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최장집 교수를 비롯해서 여러 주변 분들이 안철수 의원의 주변을 떠나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고 계세요?

◆ 조정래> 아니에요. 그게 잘못한 것인데 그 양반이 대선 정국에서는 대통령 후보였잖아요. 대통령이면 그 양반이 당선이 된다 했을 경우에 가정을 하면 적게는 2천 석, 많게는 2만석을 임명하는 감투를 씌워주는 자리니까 수없이 많은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겠죠. 지금은 국회의원일 뿐입니다. 소속도 무소속, 300분의 1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는 게 아니라 모일 필요가 없는 거예요. 말들을 잘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떠나는 것 없다?

◆ 조정래> 떠나는 게 없어요.

◇ 김현정> 그럼 그 말씀은 여전히 안철수에게 희망을 건다, 이런 말씀이네요?

◆ 조정래> 당연하죠. 그 사람이 새 정치를 한다고 했으니까 새 정치는 정직한 정치고 정치라는 것은 말 뜻 그대로 바르게 세상을 다스리는 건데 정치인들이 계속 거짓말을 하잖아요. 그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한 마디로 입증한 것이 소련 공산당 서기장 후루시초프입니다. 그가 뭐라 했냐 하면 ‘정치가들이라는 것은 강도 없는데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자들이다.’ 그랬습니다. 어떻습니까? 그것에 반대로 안철수 의원은 정직하게 정치해 보겠다. 그래서 국민들이 대선 정국에서 57~8%의 지지를 보내준 거예요.

◇ 김현정> 그런데 아직은 새 정치가 잘 모습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들 하는데요?

◆ 조정래> 아니죠. 기다려야죠. 새 정치는 대통령이 하는 거고 그 사람은 국회의원이라니까요. 300분의 1을 갖다 놓고 왜 그리 성급합니까? 한국 사람들은 밥도 빨리 먹어 가지고 서양사람, 동양 사람한테 다 놀림 당하고 그럽니다, 뭘 그렇게 성급합니까?

◇ 김현정> 그러면 10월 말 재보선에도 기대 걸고 계세요? 안철수 의원 진영이 잘할 거라고.

◆ 조정래>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 당 없잖아요. 그런데 무슨 진영이 있겠습니까? 당이 하는 것인데, 기다려 봅시다.

◇ 김현정> 기다려보자, 서두르지 말고.

◆ 조정래> 그럼요. 겨우 몇 개월 밖에 안 됐잖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조정래 선생님, 오늘 만나봤습니다. 건강하시죠?

◆ 조정래> 네, 좋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하루 평균 원고지 35페이지 쓰시는 걸로 유명한데, 여전하세요?

◆ 조정래> (웃음) 아닙니다. 이번에는 <정글만리> 쓸 때는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25매로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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