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2시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식당에서 남방불교식 승려복 차림의 남성이 탁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제주 주요 관광지에 남방불교식 승려복 차림의 남성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시주와 탁발(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하는 행위)을 요구하는 모습이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 실제 승려가 맞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 관광과 불교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취재진이 찾은 제주시 노형동의 한 식당.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백화점 인근 식당으로 황토색 승려복을 입고 머리를 삭발한 40~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들어왔다.
이 남성은 테이블을 돌며 손님들에게 1천 원짜리 지폐와 염주를 들어 보였다. 취재진이 의미를 묻자 알아듣지 못한 채 외국어로 답했다. 이후 가게 주인이 나가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자 별다른 말 없이 식당을 빠져나갔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제주시 연동 거리에서도 같은 복장의 40~50대 남성이 목격됐다. 당시 이 남성은 길거리를 홀로 걸으며 가방 안에 있던 염주와 지폐 등을 꺼냈다 넣기를 반복했다.
지난 17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러 많이 찾는 제주시 칠성로에서도 같은 차림의 승려가 목격됐다. 당시에는 염주를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빈 통을 가리키며 현금을 요구했다. 한국인보다는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었다.
SNS에서도 비슷한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한 도민은 쓰레드에 "요즘 신·구제주를 가리지 않고 남방불교식 승려복을 입고 구걸이나 탁발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심지어 한국말도 못한다. 외국인들은 모르고 돈을 줄 것 같아 걱정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2일 오후 4시쯤 제주시 연동 한 거리에서 목격된 남방불교식 승려복 차림의 남성. 이창준 기자현재까지 이들이 어느 국가에서 어떤 경위로 제주에 들어왔는지, 실제 승려 신분인지, 몇 명 규모로 활동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원칙적으로 탁발을 금지하고 있다. 조계종은 1962년 탁발을 공식 폐지하고 신도들의 자발적인 시주만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종단이나 개인의 행위에 대해 직접 제재할 권한은 없는 상황이다.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고영섭 교수는 "왜 갑자기 제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그들이 실제 승려는 맞는지, 불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특이한 현상인데 지역 불교계에서 조치가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행법상 단속 여부가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강압적으로 물건 구매를 요구하는 수준이라면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8호의 물품 강매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 구매 권유로 볼 여지도 있어 적용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