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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의 '읽걷쓰' 실험…AI 시대 학습력의 방향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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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강원 춘천시가 미국 세인트존스대학의 교육 철학인 'Great Books'를 전면 도입해 고전을 중심으로 한 깊이 있는 토론 교육을 추진한다. 이른바 'Great Books(그레이트북스, GB)' 교육은 AI 시대를 맞아 인간의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르는 핵심 교육 패러다임으로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텍스트에 근거한 사고, 타인과의 토론을 통한 의미 확장, 그리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힘은 기술 발전이 가속할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GB 확산 사례로 평가받는 춘천시의 추진 배경과 운영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인천 남부교육지원청이 지역 교사·학생·학부모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현장형 Great Books 실천 사례'를 다루어, 공교육 체계 안에서 GB가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마지막 3편에서는 전문가의 분석과 제언을 통해, 한국형 GB 모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지역 간 협력과 국가 차원의 정책적 기반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이 3부작 기획은 '깊이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야말로 지역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강원CBS 2025년 연말특집기획 <춘천, 고전에서 미래를 찾다②>
2편-인천교육의 '읽걷쓰' 실험…AI 시대 학습력의 방향을 묻다
AI 시대 학습력 회복을 위한 인천교육의 선택
'읽기–걷기–쓰기'로 확장되는 실천적 인문교육
교실에서 출발한 교사 중심 읽걷쓰 실험
교육과정 연계 통해 전 학년 확산 모색

인천남부교육지원청의 학생 사고력 키우는 독서토론수업.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제공인천남부교육지원청의 학생 사고력 키우는 독서토론수업.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고전이 도시를 바꾼다, 춘천의 Great Books 대전환"
② 인천교육의 '읽걷쓰' 실험…AI 시대 학습력의 방향을 묻다
(계속)

인천광역시교육청이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습역량과 인문학적 소양을 회복시키기 위해 선택한 정책은 '읽걷쓰(읽기–걷기–쓰기)'다. 단순한 독서교육의 확장판이 아니라, 읽고 걷고 쓰는 경험을 통해 삶의 힘과 글로벌 시민 역량을 기르는 실천적 인문교육 모델로 설계된 이 정책은 인천교육의 중요한 전략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천교육이 읽걷쓰를 통해 추구하는 1차 목표는 명확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며 성찰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2019년 '책 읽는 도시, 인천' 독서문화운동에서 출발한 이 흐름은 2023년 '읽걷쓰'를 교육청 차원의 핵심 정책 브랜드로 확장하면서 학교자율시간 과목, 캠프, 학술대회, 도서관·평생학습 프로그램 등 학교 안팎의 다양한 장면으로 번져가고 있다. 현재 읽걷쓰는 교육과정과 긴밀히 연계된 문해·인문·시민교육 통합 모델로 발전하며 전 학년·전 지역 확산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선 '읽걷쓰'의 문제의식

AI·디지털 기술이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 놓은 시대, 인천의 읽걷쓰는 "디지털 때문에 학습력이 떨어졌다"라는 단편적 진단 아래 설계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교육청은 디지털 환경의 일상화 속에서 학생들이 화면 중심의 빠른 정보 소비에 익숙해지고, 그 과정에서 깊이 읽기·지속적 집중·언어적 표현 같은 기본 학습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현장의 관찰을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삼는다. 이는 읽걷쓰가 단순 교정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인문교육의 재구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천교육의 정책 프레임인 올바로·결대로·세계로 가운데, 읽걷쓰는 '결대로 교육'을 상징하는 정책이다. "학교를 삶으로, 일상을 배움으로"라는 인천교육의 철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되는 지점이며, 문해력·인문교육·시민교육을 통합적으로 견인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정책이 기반하고 있는 에토스는 인천교육이 강조해 온 '애기애타(愛己愛他)' 정신이다. 나를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한다는 의미 속에서 읽기는 책뿐 아니라 AI, 사람, 사회, 자연을 읽어내는 확장된 문해력, 걷기는 삶의 현장을 몸으로 경험하며 감수성을 기르는 활동, 쓰기는 나의 생각을 정리해 타인과 공유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실천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읽걷쓰는 학생의 일상 속에서 이러한 '나와 타인의 삶을 함께 살리는 배움'을 형성하도록 설계된 모델이다.

이소아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읽걷쓰는 텍스트와 삶의 경험을 연결해 학습의 본질을 회복하는 실천적 인문교육으로, AI 시대 인천교육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읽걷쓰는 텍스트와 삶의 경험을 연결해 학습의 본질을 회복하는 실천적 인문교육으로, AI 시대 인천교육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범 운영이 남긴 교훈…"교사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읽걷쓰 모델이 교실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교사 중심의 수업 구조와 고전을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읽기·토론·글쓰기 지원이 필수였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인천대학교 학산도서관·INU 그레이트북스센터와의 협업은 남부교육지원청이 먼저 제안해 시작되었다.

시범 운영에는 13명의 교사가 참여했으며, 초등 1학급·중등 1학급 규모로 진행되었다.  

연수의 중심은 교사였다. 남부교육지원청은 "지속 가능한 변화는 결국 교사의 실천에서 출발한다"는 원칙 아래, 교사가 직접 텍스트를 선택하고 글쓰기를 실천하며 수업 안으로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구조 위에서 희망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협력수업으로의 확장도 설계됐다. 고전을 바탕으로 텍스트–교사–학생–수업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수업 구조는 기존 활동 중심·프로그램 중심의 독서교육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시범 과정에서 확인된 어려움도 명확했다.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시간 확보'와 '지속적 피드백 부담'이었다. 특히 중등은 여러 교사가 학급을 분담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읽걷쓰를 정규수업에 안정적으로 편성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교과 내용과 평가 구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과정 중심의 글쓰기·사유 활동을 도입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남부교육지원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 맞춤형 지원 모델과 디지털·AI 기반 글쓰기 도구, 사례 공유 체계를 마련해 교사들의 실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남부교육지원청 제공인천광역시남부교육지원청 제공

교육과정 중심의 성과, 그리고 확장되는 미래

읽걷쓰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학교 교육과정과의 긴밀한 연계다. 단순한 독서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수업이 설계·운영되고 있다. 디지털 기반 글쓰기 도구와 AI 기능을 병행해 교사의 피드백 부담을 덜면서도 학생 개별화 지도를 가능하게 한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교사들이 수업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전문성을 확장해 가는 과정 역시 중요한 성취다. 학교급 발달 과정에 맞춘 맞춤형 읽걷쓰 모델이 초·중·고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교육청은 지역도서관·평생학습관·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해 학교 밖 배움의 장을 넓힐 계획이다.

 학교 안에서는 교육과정 연계를 탄탄하게 구축해 교과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 학교자율시간 등에서 비판적 사고·사유 기반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진로교육과의 연계를 강화해 직업 독서와 글쓰기 활동으로 확장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정리하고 진로 선택 과정에서 필요한 성찰·탐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교사 연수와 사례 공유회를 지속 운영하여 전문성을 고도화하고, 학교급과 학교 특성에 맞춘 모델 개발을 통해 정책 심화와 확산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소아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읽걷쓰는 단순한 독서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텍스트를 깊이 읽고 삶의 현장을 경험하며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는 실천적 인문교육 모델"이라며 "AI 시대에 약화되는 학습력의 본질을 회복하고, 학교를 삶으로·일상을 배움으로 확장하는 인천교육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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