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한화 이글스 대 삼성 라이온즈 4차전. 6회 말 동점을 허용한 한화 투수 김서현이 강판에 앞서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19년 만의 한국 시리즈(KS) 진출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프로야구 한화. 올해 정규 리그 2위를 이끈 마무리 김서현이 또 다시 승부처에서 무너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화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을 향후 세이브 상황에 기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서현이 살아나야 한화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이유인데 본인은 물론 팀 전체의 명운이 걸린 투구가 될 전망이다.
한화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4-7로 졌다. 5회초까지 4-0으로 앞섰지만 6회말 김서현이 동점 3점 홈런을 맞으며 승기가 꺾였다. 7회말에는 한승혁이 동점포의 주인공 김영웅에게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김서현은 1차전 이상의 충격을 안았다. 당시 김서현은 9-6으로 앞선 9회초 등판했는데 이재현의 1점 홈런, 이성규의 적시타 등 2점을 내주며 1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다행히 김범수가 9-8 승리를 지켰지만 김서현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다. 2, 3차전 휴식을 취한 김서현은 4 대 1로 앞선 6회말 무사 1, 2루에서 등판했지만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김서현의 공은 나쁘지 않았다. 시속 156km, 155km 속구에 김영웅은 잇따라 헛스윙을 했다. 그러나 3구째 153km 낮은 승부구가 가운데 몰리며 오른 담장을 넘는 비거리 126m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김서현은 김헌곤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이재현에게 볼넷, 도루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강민호까지 볼넷으로 내보내며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한화는 이후 한승혁을 올려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7회말 김영웅의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내주며 씁쓸한 역전패를 안아야 했다.
한화 김경문 감독.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김 감독은 경기 후 깜짝 선언을 했다. "5차전 세이브 상황이면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온다"는 것. 김 감독은 "김서현 없이 문동주만으로 한두 경기는 이길 수 있어도, 김서현이 일어나야 한화가 우승한다"고 강조했다.
믿음과 뚝심의 야구다. 김 감독은 김서현이 후반기 흔들리던 지난 8월 "마무리 김서현도 사람"이라면서 "올해 처음 마무리를 맡았는데 이보다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겠느냐"고 감싼 바 있다. 사실 한화는 올해 선두권 경쟁을 할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의 외인 원투 펀치와 김서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정규 리그 2위까지 올랐다.
김서현은 당초 마무리 주현상의 부진으로 클로저를 맡아 훌륭히 역할을 수행했다. 69경기 2승 4패 3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ERA) 3.14를 기록했다. 다만 전반기 1.55였던 ERA가 후반기 5.68까지 치솟았다. 특히 정규 리그 1위 탈환의 분수령이었던 지난 1일 SSG와 원정에서 5 대 2로 앞선 9회말 2점 홈런 2방을 맞고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그런 김서현은 첫 가을 야구에서 난조를 보였다. 1차전 위기를 초래한 데 이어 4차전에는 통한의 동점 홈런을 맞았고 한화는 역전패를 안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김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선수의 능력을 믿는 김 감독 특유의 뚝심이다. 여기에 향후 선수의 생명까지 염려하는 마음도 있다. 김서현이 이대로 가을 야구를 마무리한다면 선수 커리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역경을 극복한다면 한국 야구를 이끌 대들보로 성장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 4강전 승리 뒤 김경문 감독(왼쪽)이 당시 4번 타자 이승엽 전 두산 감독과 포옹하는 모습. 노컷뉴스 김 감독의 이른바 '믿음의 야구'는 이미 한국 야구 금자탑으로 이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사령탑 시절 김 감독은 타율 1할대에 허덕이던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을 빼지 않고 4번 타자로 기용했다. 결국 이 전 감독은 일본과 4강전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 쿠바와 결승전 선제 결승 홈런을 날리며 금메달 신화를 이끌었다. 이 전 감독은 일본과 4강전 승리 뒤 "너무 미안했어요"라며 눈물을 쏟았고, 김 감독과 깊게 포옹했다.
19년 만의 KS 진출에 이어 26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화. 과연 김경문표 믿음의 야구가 결실로 이어져 독수리 군단의 비상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