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선발 폰세가 역투하는 모습. 연합뉴스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가 '한국 야구의 전설' 고(故) 최동원 전 한국야구위원회 경기 감독관을 기리는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최고 투수로 공인을 받은 폰세가 과연 가을 야구 첫 판에서 구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사단법인 최동원기념사업회는 23일 제12회 BNK부산은행 최동원상 수상자로 폰세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폰세가 8명의 선정위원 투표에서 1위 표 8장을 받아 12번째 수상자로 뽑혔다"고 전했다.
폰세는 다음달 11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고인의 투구폼을 형상화한 트로피와 상금 2000만 원을 받는다. 폰세는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 시즌 29경기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252탈삼진으로 승률(0.944)까지 4관왕을 달성했다. 역대 투수 4관왕은 3번째다.
특히 폰세는 KBO 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과 개막 선발 최장 17연승, 한 경기 정규 이닝 최다 탈삼진(18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폰세는 가을 야구에서 최고 투수의 위엄에 금이 갔다. 지난 18일 삼성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냈지만 7피안타 1볼넷으로 4회까지 6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비록 타선이 살아나 한화는 9-8로 이겼고, 폰세도 승리 투수가 됐다. 그러나 폰세는 역대 최다 실점 승리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까지 썼다.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삼성에게 6점을 내준 한화 선발 폰세가 낙담한 표정을 짓는 모습.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다음날 폰세는 다시 가을 야구에 등판한다.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PO 5차전이다.
팀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한화는 22일 4차전 대구 원정에서 5회초까지 4-0으로 앞서 승기를 잡았지만 마무리 김서현이 6회말 동점 3점 홈런을 맞는 악몽 속에 4-7 역전패를 당했다. 벼랑에서 살아난 삼성이 기세를 올린 가운데 한화는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폰세가 정규 리그처럼 에이스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폰세도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 올 시즌 뒤 폰세는 메이저 리그(MLB)로 역수출될 가능성이 높다. 메릴 켈리, 앤디 페디 등 KBO 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MLB로 돌아간 사례를 이을 공산이 크다. 다만 가을 야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PO 1차전에서 폰세를 상대로 2루타와 적시타를 때려낸 삼성 김영웅은 4차전에서는 3점 홈런 2방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폰세의 경계 대상 1호다. 연합뉴스
1차전 당시 폰세는 최고 구속 157km를 찍고 속구 평균 구속이 154km에 이를 만큼 구속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실투가 있었고, 타격감이 절정에 이른 삼성 타선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폰세는 4회까지 6실점한 이후 5, 6회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으며 무실점으로 막아내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최동원 전 감독관은 현역 시절이던 1984년 눈부신 가을 야구 역투로 롯데의 우승을 이끈 전설이었다. 하지만 한화와도 적잖은 인연이 있다. 고인은 2000년대 한화의 투수 코치와 2군 감독을 역임하며 2007년 준PO를 경험했다.
PO 1차전의 아쉬움을 딛고 자존심을 찾으려는 폰세. 과연 최동원상 수상의 기운을 받아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PO 5차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