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리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말 구원 등판한 한화 문동주가 역투하는 모습. 연합뉴스18년 만에 성사된 한화와 삼성의 가을 야구는 '문동주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 파이어 볼러 문동주가 뜨면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한화는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5 대 4 신승을 거뒀다. 5전 3승제 시리즈에서 2승 1패로 앞서 한국 시리즈(KS)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문동주가 또 한화에 승리를 안겼다. 문동주는 5 대 4로 앞선 6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해 4이닝 6탈삼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4이닝 구원승을 따내며 경기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한화는 이날 믿었던 선발 류현진이 4이닝 4실점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한화로선 다행히 5회초 노시환의 역전 2점 홈런 등 3점을 뽑아 5 대 4 역전을 만들었다. 그러나 마무리 김서현의 난조 등 믿을 만한 불펜이 적은 상황. 좌완 김범수가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6회 선두 타자 김영웅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자 한화는 문동주를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적중했다.
1차전에서도 문동주는 경기 MVP였다. 8 대 6으로 앞선 7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 막았다. 최고 구속 161.6km의 광속구를 뿌리며 포효했다. 3차전에서는 최고 구속이 159km로 조금 줄었지만 예리한 변화구로 삼성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경기 후 두 팀 사령탑은 모두 문동주를 승부처로 꼽았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나도 더그아웃에서 보면서 긴장되는 경기였는데 문동주가 정말 너무 잘 던져서 흐뭇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상대 선발 류현진을 잘 공략했는데 문동주 공략을 하지 못한 게 아쉬운 게임이었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해태의 전성기를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그야말로 해태(현 KIA) 전성기를 이끈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의 재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 감독은 전천후로 등판하면서 1980년대와 90년까지 '호랑이 군단'의 우승을 6번이나 이끌었다. 선 감독이 장채근 등 당시 포수와 경기를 끝내고 포옹하는 장면은 해태 우승의 상징이나 다름이 없었다. 선 감독이 등판하면 곧 승리였고, 몸을 풀면 상대 타자들이 얼어붙었다.
1, 3차전 모두 삼성은 문동주에게 막히면서 벼랑에 몰랐다. 22일 4차전까지 내준다면 이대로 짐을 싸야 한다. 상대 1~3선발인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을 무너뜨리고도 PO를 접는다면 삼성으로서는 큰 후회가 남지 않을 수 없다.
삼성으로선 다행스러운 점은 4차전에 문동주는 없다는 것이다. 3차전에서 58구를 던진 문동주는 연투가 불가능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문동주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동주도 "4차전에 끝내야겠지만 만약 5차전이 성사된다면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동주가 나오지 않는다면 삼성으로서는 해볼 만하다. 삼성은 1차전에서 폰세에 6점, 2차전 와이스에 5점, 3차전 류현진에 4점 등 모두 4회까지 선발 공략에 성공했다.
4차전 선발이 신인 정우주인 점을 감안하면 승산이 없지 않다. 정우주는 2차전에서 승패가 사실상 갈린 상황에 등판해 ⅔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22일 PO 4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삼성 원태인. 연합뉴스반면 삼성의 선발 투수는 가을 에이스 원태인이다. 앞서 원태인은 NC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6이닝 무실점, SSG와 준PO 3차전 6⅔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번에도 위기의 삼성을 구해낼 해결사 역할을 해내야 한다. 원태인 이후 헤르손 가라비토까지 가용한 투수 자원을 모두 투입시킬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한화도 총력전을 선언했다. 김 감독은 "문동주는 휴식을 취하고, 선수들의 원해야 하지만 내일 외국인 투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PO의 지배자 문동주가 4차전에는 등판할 수 없는 상황. 과연 삼성이 벼랑 끝에서 벗어날지, 한화가 19년 만에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