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5차전 키 플레이어로 꼽히는 한화 문동주(왼쪽)-삼성 김영웅. 한화 이글스, 연합뉴스 한국 시리즈(KS) 진출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한화와 삼성. 이번 가을 야구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문동주(한화)와 김영웅(삼성)의 활약 여부에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두 팀은 24일 한화의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 5차전을 펼친다. 2승 2패로 맞선 가운데 펼쳐지는 최후의 대결이다.
한화로선 '승리의 보증 수표' 문동주의 투입 시점이 관건이다. 한화에서는 삼성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거의 유일한 투수가 문동주인 까닭이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 투입돼 승기를 지키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문동주다.
5차전 선발 코디 폰세는 올해 최고의 투수지만 1차전에서 4회까지 6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다만 폰세는 6회까지 버텼고, 이후 문동주가 8 대 6으로 앞선 7회부터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아 승리할 수 있었다. 문동주는 3차전에서는 5 대 4로 앞선 6회말 등판해 무려 4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문동주는 1차전에서 최고 시속 161.6km에 이르는 광속구로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3차전에서는 최고 구속이 159km였지만 예리한 포크볼을 등 변화구를 섞으며 긴 이닝을 소화했다. 1, 3차전 모두 문동주는 경기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문동주가 나오지 않은 2, 4차전은 한화가 졌으니 이번 PO가 '문동주 시리즈'라는 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5차전에서도 문동주가 등판해 한화가 이긴다면 시리즈 MVP는 떼논 당상이다.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화 문동주가 구원 등판해 역투하는 모습. 연합뉴스다만 문동주는 1차전 29개, 3차전 58개의 공을 던졌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가을 야구의 피로도가 정규 리그와 비교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다. 문동주도 3차전 뒤 "1차전은 정말 몸이 가벼웠는데 오늘은 무거운 느낌이긴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동주는 그러나 3차전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구속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문동주는 "스피드 신경을 쓰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제구나 변화구에 집중해서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잘 통했다"고 밝혔다. 5차전에서도 상황에 맞는 투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영웅은 그야말로 이번 PO에서 삼성의 영웅이었다. 특히 4차전에서 벼랑에 몰린 '사자 군단'을 혼자 멱살을 잡고 살려냈다. 5회초까지 0 대 4로 뒤진 상황에서 3점 홈런만 2방을 터뜨리며 극적인 역전승을 견인했다.
삼성은 4차전에서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5이닝 4실점하며 끌려갔다. 5회초 한화 문현빈의 3점 홈런이 터졌을 때는 삼성 박진만 감독도 "오늘 인터뷰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다.
하지만 김영웅이 단숨에 흐름을 바꿨다. 1 대 4로 뒤진 6회말 한화 마무리 김서현으로부터 통렬한 동점 우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팀을 패배에서 구해낸 천금포이자 1차전 9회 2실점으로 흔들려 이날 반등의 계기를 노리던 김서현을 또 다시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영웅은 7회말 이번에는 한승혁을 상대로 또 다시 3점 홈런을 날리며 삼성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김영웅은 4타수 3안타 6타점 2득점의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역대 단일 PO 최다 타점 타이인 12개를 채웠다.
1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리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3회초 1사 2, 3루 때 삼성 김영웅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웅은 이번 PO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한다. PO 4경기 타율 6할4푼3리(14타수 9안타) 3홈런 12타점 4득점 3볼넷에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무려 2.135에 이른다. 2차전에서도 김영웅은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승리를 거들었다.
만약 삼성이 5차전에서 승리한다면 김영웅이 시리즈 MVP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영웅이 2017년 두산에서 뛰던 오재일(kt)을 넘어 단일 PO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운다면 확률은 더 높아진다. 김영웅이 홈런 1개를 치면 단일 PO 최다 루타 기록인 오재일의 24루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오재일은 2017년 단일 PO 최다인 5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뽐냈다.
김영웅은 정규 시즌에서는 폰세에 3타수 무안타, 삼진 2개로 무척 약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김영웅은 폰세를 상대로 2타수 2안타 1볼넷, 100% 출루를 달성했다. 5차전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18년 만에 성사된 한화, 삼성의 가을 야구. 과연 이번 PO가 '문동주 시리즈'로 끝날지, '김영웅 시리즈'로 역사에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