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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조재호·강동궁 다 꺾고 2번 우승했죠" 최성원마저 누른 55세가 쓴 '49전 50기'의 묵직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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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남자부 정상에 오른 이승진이 우승을 확정하고 큐를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하는 모습. PBA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남자부 정상에 오른 이승진이 우승을 확정하고 큐를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하는 모습. PBA 
프로당구(PBA) 출범부터 참여해 무려 7년, 49번째 투어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이승진(55).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을 일군 국내 강자 최성원(휴온스)을 꺾고 정상에 올랐는데 PBA 이전에도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와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꺾고 우승한 바 있다.

이승진은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최성원을 세트 스코어 4 대 1(15:12, 15:10, 15:4, 9:15, 15:11)로 눌렀다. 생애 첫 우승컵과 상금 1억 원을 거머쥐었다.

2019년 PBA 투어에 출전한 이후 7년 만의 감격이다. 이승진은 역대 24번째 남자부 우승자 반열에 올랐다.

특히 이승진은 올 시즌 국내 선수로 첫 남자부 정상에 등극해 토종의 자존심을 세웠다. 앞선 1, 2차 투어에서는 튀르키예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와 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일본의 모리 유스케(에스와이) 등 외국 선수들이 우승한 바 있다.

이승진은 상금 랭킹에서 단숨에 시즌 1위로 올라섰다. 13위(1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더해 모리(1억750만 원)을 제쳤다.

이번 우승은 PBA와 한국 당구에 적잖은 울림을 준다. 비록 무명 선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값진 결실인 까닭이다.

결승에 앞서 최성원(왼쪽)과 이승진이 뱅킹 샷을 하는 모습. PBA 결승에 앞서 최성원(왼쪽)과 이승진이 뱅킹 샷을 하는 모습. PBA 
이승진은 30살에 늦깎이로 전문 선수로 데뷔했다. 경기 후 이승진은 "고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당구장에 갔는데 금방 빠져들어 군 복무를 제외하고 계속 쳤지만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면서 "그런데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당구 종목이 생기면서 국가대표에 도전해보려고 서른 즈음에 선수로 시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의 길이 쉽지 않았다. 이승진은 "2009년도에 아내와 결혼했는데 그때 대구에서 당구장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면서 "아내에게 1년만 선수를 하겠다고 했는데 당시에 몇 차례 입상을 했지만 2000만 원 정도 적자를 냈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승진은 선수 생활을 접고 당구장을 운영하게 됐다.

그래도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승진은 "선수를 하고 싶어 10년 전에 당구장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성과도 있었다. 이승진은 2016년 대한당구연맹(KBF) 국토정중앙배 전국 대회에서 1쿠션, 3쿠션 2관왕에 올랐다. 이승진은 "새벽까지 진행된 1쿠션 결승에서 강동궁, 곧바로 오전 9시에 열린 3쿠션 결승에서 조재호를 꺾었다"면서 "주위에선 1쿠션을 포기하고 3쿠션에 집중하라고도 했지만 나는 경기가 너무 즐거워서 모두 나갔다"고 귀띔했다.

PBA 출범과 함께 프로에 도전했는데 역시 녹록치 않았다. 이승진은 앞서 6시즌 동안 지난 시즌 개막전 8강이 최고 성적일 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오히려 2부 리그 강등권에 몰려 3번이나 Q-스쿨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올 시즌 서서히 내공이 살아나고 있다. 이승진은 개막전인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4강에 진출했다. 그러더니 4차 투어에서 올 시즌 국내 선수 1호 우승을 일궈냈다.

앞서 조재호는 2차 투어 결승에서 마르티네스에 아쉽게 졌고, 최성원은 1년 10개월 만에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했지만 이승진에 막혔다. 지난 시즌 남자부 대상을 받은 강동궁은 올 시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보, 고마워' 이승진이 우승 뒤 아내와 기념 촬영한 모습. PBA  '여보, 고마워' 이승진이 우승 뒤 아내와 기념 촬영한 모습. PBA 

이승진은 "우승 뒤 많은 메시지를 받았는데 PBA 후배들에게 '저희에게 희망이 됐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승진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채 꿈을 키워가고 있는 많은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줬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3쿠션 간판 최성원도 이승진에 대해 "2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라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인 만큼 우승 축하드린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날을 위해 열심히 날을 갈았다. 이승진은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당구장이 문 열기 전인 오전 9시부터 2시간 정도 혼자 훈련한 이후 동호인들과 게임을 하고, 오후 6~7시쯤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주위에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니 "우렁각시 숨겨놨냐"고 얘기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어"그래도 선수라면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하기에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0년 가까운 내공이지만 지금도 배우려는 자세가 이번 우승을 만들었다. 이승진은 "톱 랭커,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나보다 수월하고, 정확하게 칠 때가 많아서 많이 물어본다"면서 "그리고 혼자 훈련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치는데 늘 배우려는 마음이고, 지금도 당구가 늘고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 당구를 위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승진은 "나보다 선배 선수들이 나이와 시간에 상관 없이 힘든 길을 다져왔기에 지금과 같은 환경이 생길 수 있었다"면서 "많은 연세에도 선배님들이 지금도 당구를 하시는 이유가 그저 당구가 좋아서일 텐데 감사드리고 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도록 당구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선배들의 길을 이승진이 걷고 있다. 이승진은 "내가 또 우승할 수 있을까?"라고 웃으며 반문하면서도 "물론 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고, 다음 우승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고, 나는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면서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KTX를 타고 킨텍스로 오는 순간도 너무나도 설레고 행복하다"고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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