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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 박진영 "호수한테 끌렸던 매력은 명확했어요"[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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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드라마 '미지의 서울' 이호수 역 배우 박진영 인터뷰 ①
큰 사고로 청력 일부 잃고 화상 자국 등을 가진 변호사 이호수 역 연기
핸디캡을 갖고 오랜 기간 살아온 사람의 삶 상상하며 캐릭터 만들어
대본 보고 '큰일 났다' 싶었던 분홍과의 대립 장면 후일담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미지의 서울' 이호수 역 배우 박진영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미지의 서울' 이호수 역 배우 박진영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호수한테 끌렸던 매력은 명확했어요." 박진영은 본인이 받아들인 이호수라는 한 인간에 관해 이야기했다.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전역 후 '미지의 서울'을 처음 촬영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한, 배우 박진영을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미지의 서울'은 방영 내내 시청률과 작품성 모든 면에서 호평받았다. 3.6%로 시작해 8.4%로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이 됐다. 박진영은 "너무 운이 좋았다"라며 "제대 후 첫 작품을 너무 좋은 작품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운을 뗐다.

현장에서 촬영할 땐 과연 이 작품이 잘될지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너무 재미있다"라는 건 확실했다. "너무 재밌게 촬영"했고, 다른 배우들과도 "이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자주 얘기했다는 박진영은 "굉장히 애정하는 작품이 큰 사랑을 받게 되니까 기쁨이 배가 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작품 첫인상을 물으니 "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재미있지 않나. 재밌으면서도 너무 의미가 깊은 내용이다 보니까 꼭 해 보고 싶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초반에 나와 있던 것과 후반에 나오는 게 연결된 짜임새에 궁금증도 굉장히 컸다"라며 "글에 매료됐다"라고 부연했다.

극 중 이호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tvN 제공극 중 이호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tvN 제공
직접 연기한 이호수 역을 중심으로 대본을 살펴봤다는 박진영은 "처음에는 많이 안 나오는데 뒤로 갈수록 매력이 계속 커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빌리면 이호수는 "오래 보면 진가가 나오는 그런 사람"이자 "볼수록 더 사골국 같은 친구"였다.

"호수한테 끌렸던 매력은 명확했어요. 이 친구가 가진 작은 핸디캡이 있잖아요. 어찌 보면 남들이 듣는 것의 반을 듣는 친구죠, 표현을 하자면. 남들보다 더 잘 들으려고 하는 그 부분이 좋았어요. 아 저럼에도 불구하고 더 듣는 사람이구나. 이 듣는다는 것이 신체적으로 듣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마음적으로도 육감적으로도 들으려고 해야 이게 정말 우리가 아는 그 듣는다는 정의가 내려지지 않을까요."

"무조건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배역을 위해 박진영은 '호수의 삶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핸디캡을 갖고 오래 살았다면,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습관이 뭐가 있을지 초점을 두었다. 박진영은 "'왜 말이 없어 보일까?' 했을 때 말이 느릴 거 같았다. 왜 말이 느릴 거 같은지 고민하다 보니까, 본인은 들리지만 남들보다 못 듣는다고 생각해서 난 더 잘 들으려고 해야지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말을 똑바로 해야 하지 않나, 발음이 새어나오지 않나 하면서 (말을) 또박또박 천천히 할 거 같았다. 10년 동안 (노력해) 극복했더라도 버릇이 남아있을 것 같았다. 내가 말을 잘하고 있나? 하면서 남들보다 반 템포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얘기를 듣고 자기가 할 말을 자연스럽게 필터링해서 말하는 그 잠깐의 쉬어가는 템포? 그게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부연했다.

박진영은 자신만의 디테일을 넣어 이호수라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박진영은 자신만의 디테일을 넣어 이호수라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동 인구가 많은 마트에 갈 때 귀마개를 하나 꽂고 간 적도 있다. 그런 곳에서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 말이 잘 안 들린다는 걸 확인했다. 그는 "공간(장소)에 따라 들리는 양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 넓은 곳이나 야외에 가면 한 쪽 귀를 막고 대사를 한 번 읊었다. 잘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체크한 다음에 잘 안 들리면 상대의 입을 많이 보려고 했다"라며 미지는 오른쪽, 지윤(유유진)은 왼쪽에 앉았던 결혼식 장면을 예로 들었다.

다채로운 디테일을 심어 완성한 호수 역을 하며 잘 표현하고 싶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박진영은 미지(박보영)와 있을 때 한 '누구나 숨기고 싶은 거 하나쯤은 있지 않냐'라는 대사를 꼽았다. 그는 "그 말이 호수로서 좀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자기 걸 숨기는 것도 있고 미지가 가진 비밀을 좀 돌려서 표현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엄마 분홍(김선영)과의 절절한 대립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후반부 대본은 거의 보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갔던 박진영은 뒤에 나올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9부부터 12부 사이에 분홍과 호수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언질만 들었다. 해당 장면을 대본으로 봤을 때, '큰일 났다' 싶었다며 웃었다.

박진영은 "엄마와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장면인데 여기서 내가 충분히 느끼지 못하면 안 되겠구나 해서 그전 분량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많이 느끼려고 했다. 엄마와의 관계가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아서 가끔 촬영할 때마다 최대한 엄마를 보고 교류하려고 했다. 또 (김선영) 선배님이 다 주시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극 중 엄마 분홍과 함께하는 감정신에서 박진영은 김선영을 믿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미지의 서울' 캡처극 중 엄마 분홍과 함께하는 감정신에서 박진영은 김선영을 믿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미지의 서울' 캡처
분홍과 호수가 날 선 말로 다투다가, 실은 둘 다 서로를 깊이 아끼고 염려하고 있음을 깨닫는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바 있다. 촬영 당시 어땠는지 묻자, 박진영은 "혹시 그 장면을 물어보시면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있다. 감독님은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고 저와 선배님이 (감정을) 느낄 수 있게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셔서 부담이 없었다"라고 운을 뗐다.

중요한 장면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어려운 촬영이었다. 테이크 네 번을 가면서, 두세 번째까지도 "도저히 감정이 안 나왔다". 박진영은 "호수처럼 진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아, 나 망했다. 어떡하지?' 하는데 카메라 바뀔 때 김선영 선배님께서 오셔서 귓속말로 괜찮다고, 나만 보라고, '내가 다 줄 테니까 너 나만 보고 나만 믿고 해. 느껴'라고 해 주셨다"라고 고백했다.

극 중의 상황과 그걸 연기하는 본인의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박진영은 "내가 너무 힘든 상황에서 엄마가 괜찮다고 해 주고 보듬어 주고…"라며 "바로 다음 테이크 때 오케이가 났다. 항상 그 장면을 볼 때 '아, 선배님한테 너무 큰 빚을 졌다'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선배님이랑 (연기)할 수 있으면 꼭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청력이 더 나빠지는 내용이 나오는데, 박진영은 "찾아보니까 보청기를 안 끼면 빨리 청력을 잃어간다는 얘기도 있고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문제가 생긴다는 실제 사례도 많아서 이게 굉장히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 상황이) 저는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몰입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호수로선 많이 아픈 일이었다. 드라마로선 일어나야 할 사건이 아니었나 싶고"라고 덧붙였다.

수어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질문에 박진영은 동영상을 받아서 따라 하며 연습했다고 답했다. 현장에 수어 선생님이 오면 괜찮았는지 매번 확인했다. 그는 "집착적으로 물어봤다"라며 "(잘 안 나오면) 제가 부탁하고 부탁해서 현장에서 (수어 연기를) 많이 수정했다"라고 전했다.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명이 느껴질 때 한쪽 근육만 움직이는 연기도 화제였다. 박진영은 "'고통스럽다'라는 지문이 있었다. 한 면이 근육통 오듯 (고통이) 오지 않을까. 계속 신경 쓰면 근육이 뭉칠 것 같기도 하고. 나트륨 부족하면 눈이 떨리듯이. 귀가 아파서 계속 신경 쓰면 두피 쪽이 딱딱하고 경련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디테일을 넣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호수와 비슷한 점이 있는지 질문하자 박진영은 "사실 잘 모르겠다"라고 고민하다가 "굳이 굳이 찾자면 인내한다? 버틸 줄은 안다"라고 답했다. 그는 "저는 말도 많고, 말도 주구장창 해야 하는 미지 같은 스타일인데 호수 처음 봤을 때 분명 대사는 많은데 '왜 이렇게 말이 없어 보이지?' 하는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부모님은 '미지의 서울'을 항상 '본방사수'하며 응원했다. 영상 통화를 할 때 부모님의 표정이 많이 밝았고, 아버지는 "이제 배우 같네? 많이 늘었네, 우리 아들!"이라고 했다고 박진영은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아버지는 매 작품 그 말을 하신다. 아버지만의 칭찬"이라며 웃었다.

본인이 어떤 아들인 것 같은지 물음에는 "하…" 하고 잠시 한숨을 쉰 박진영은 "효자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할 말은 하는 것 같다. 저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좀 좋아한다. 부모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좀 하려고 노력하긴 하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명대사가 넘쳤던 '미지의 서울'. 박진영은 "명확한 텍스트로 보여드리겠다"라며 휴대전화를 꺼내 대사를 읽어 내려갔다. 호수가 미지에게 한 '누구나 하나쯤 숨기고 싶은 것쯤은 있다', 로사가 상월에게 한 '오래 걸리더라도 꼭 너를 읽어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야', 세진 할아버지가 세진에게 한 '왜 미련하게 종점까지 가' 등의 대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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