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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 박보영이 설정한 미지-미래의 세팅값[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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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드라마 '미지의 서울' 유미지·유미래 역 배우 박보영 인터뷰 ①
둘 다 마음 쓰였지만 이해하는 범위가 넓었던 캐릭터는 미지
직장 생활 경험 없어 직장인 친구와 함께 방송 보기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하다고 한 할머니 월순과의 대화 장면 재촬영해

2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유미지, 유미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2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유미지, 유미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육상 천재'로 주목받다가 너무 빨리 눈부신 시절을 접어야 했던, 그래서 할머니 곁을 지키며 '프로 단기 계약직' 삶을 고수해 온 유미지. 선천적 심장병으로 오랜 시간 아팠지만 모범생으로 살며 좋은 직장에 취업한 유미래. 똑 닮은 외모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인 두 사람은 살아온 시간도, 각자 보내는 지금도 무척 다르다.

상사의 비리를 내부 고발한 동료의 편에 섰다가 지독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미래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면서도 스스로 '추락'하려고 한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떨어지는 것, 그게 미래의 '계산'이었다. 끝까지 손을 놓지 않은 미지 덕분에 두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았고, 그때부터 새로운 계획이 시작된다. 미지와 미래가 서로의 자리를 바꾸는 것.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타이틀롤 박보영은 미지와 미래를 모두 맡았다. 그는 미지,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지, 미지인 척하는 미래까지 총 1인 4역을 연기해야 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출연료를 2배 아니 4배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박보영은 "나는 왜 그걸 미리 생각하지 못했지?"라고 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어 "그렇게 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1인 4역은 박보영에게도 어려운 과제였다. "많이 어려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어렵기는 하더라"라고 운을 뗀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도 1인 2역을 했지만, 저 혼자서 (연기하며) 빙의된 친구(신순애 역) 캐릭터만 분리하면 되는데 이번에는 두 명이 존재해야 하는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미지의 서울' 포스터. tvN 제공'미지의 서울' 포스터. tvN 제공
"도와주는 대역 친구분들"이 대사를 맞춰주고 적절한 위치에 함께 있었기에, 한 화면에 자연스럽게 담긴 미지와 미래를 만날 수 있었다. 박보영은 "저랑 체구, 체형이 비슷한 친구들을 찾는 데 되게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하시더라"라며 "약간 시선이 안 맞는 부분이 더러 있어서 아예 스탠드에 제 눈높이로 표시해 놓고 옆에서만 대사를 도와주시고 저 혼자 (연기)한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란성 쌍둥이인 주인공 두 사람을 모두 맡다 보니, 이전보다 더 세밀하게 '계산'을 해야 했다. "그전에는 '계산까지 하면서' 연기를 안 했더라"라고 털어놓은 박보영은 "어느 쪽에서 앞으로 나올지, 삐딱하게 앉을지도 계산을 해야 하니까 이게 좀 많이 어렵더라"라고 전했다.

'오 나의 귀신님'으로 1인 2역을 한 10년 전과 이번 '미지의 서울' 속 1인 2역 연기를 하며 달라진 점이 있는지 질문이 나왔다. 그땐 따라 할 대상이 있었다. 김슬기가 맡은 신순애 역을 관찰해 말투와 행동을 따라 하면 돼서 "조금 더 수월했다". 미지와 미래는 박보영이 혼자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박신우 감독은 미지와 미래에 너무 차이를 두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미래와 미지가 한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에서 출발하되, 각자 가진 '조금의 디테일'을 살리는 방향이었다.

박보영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박보영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지와 미래를 구별하기 위해 박보영이 넣은 디테일은 무엇일까. 우선, 목소리 톤을 조절했다. 박보영은 "미지는 어느 정도 밝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해서 원래 제가 잘 쓰는 톤을 잡았다. 제가 일하지 않을 때의 제 모습, 조금 더 가라앉은 제 모습이 있다. 예를 들면 가족들은 미래에서 저를 많이 본다. 친구들이나 (저와) 일하는 사람들은 미지에서 저를 많이 겹치게 보는 경향이 있다"라고 웃었다.

제일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서로가 서로인 척할 때"였다. 미지가 미래인 척하며 출근하기 시작했을 때는 외형적으로도 다른 부분이 거의 없어서 더 어려웠다고. 박보영은 "미래일 때는 아이 메이크업(눈화장)을 할 때 점막을 채우고 꼬리를 살짝 빼서 좀 더 또렷하게 보이도록 했다. 미지는 화장을 안 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서툴 거고, 점막 채우는 건 못 하지 않을까, 꼬리 빼는 건 따라 할 수 있겠다 했다"라고 전했다.

연기하면서 혹시 헷갈리지 않았는지 물음에 박보영은 "기본 세팅 값이 저한테는 너무 명확히 다르고, 사실 시골로 내려간 미래는 미지인 척을 잘 안 한다. "미지는 에너지가 좀 있는 친구고, 장난이라도 뭔가를 따라 할 수 있고, 회사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미래인 척을 많이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미래는 솔직히 그걸 할 수 있는 에너지 정도도 없고, 할머니는 (자기를) 알아본다고 생각했고, 엄마(장영남)는 떨어진 기간이 있으니까… 미지가 방에서 안 나온 적도 있고. 조금은 가라앉아도 되는? 제일 많이 부딪히는 세진(류경수)이는 미지를 못 봤으니까 미래가 굳이 미지인 척 안 해도 됐다"라고 부연했다.

미래는 내부 고발자였던 선배에게 힘을 실어주는 증언을 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된다. '미지의 서울' 캡처미래는 내부 고발자였던 선배에게 힘을 실어주는 증언을 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된다. '미지의 서울' 캡처
두 사람 중 누구에게 더 마음이 쓰였을까. 잠시 고민하던 박보영은 "마음은 둘 다 너무 쓰이긴 했는데, 제가 조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었던 거는 미지였던 것 같다. 미지가 에너지가 많이 있는 친구이긴 하지만 아픔을 겪었던 시기도 있고 자기가 완전히 치료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캔디'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밝게 본다. 결국 스스로를 보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들이나 그런 것들이 저랑은 좀 닮았다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미래를 두고는 "표현을 되게 절제하는 연기를 했다. 엄청 절제했다. 저는 말할 때도 손을 많이 쓰고, 배우라는 직업을 해서 그런지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인데 미래 (연기)할 때는 그걸 묶어놔야 해서 너무 힘들더라"라고 전했다.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직장인 유미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걱정스러웠다고도 고백했다. 사무실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 '와, 진짜 숨 막힌다'라는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나왔다고. 괴롭힘당하는 처지여서 자리 배치를 더 '극적으로' 하긴 했지만, '내가 진짜 직장인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는 게 박보영의 설명이다.

벽을 보고 앉아 있는 미래가 무슨 마음으로 버틴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박 감독은 '나는 있잖아, 미래가 40대 가장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왜 이걸(직장을) 못 버리겠어?'라고 의견을 전했고, 박보영은 "미래가 아파서 빚이 있지 않나. 자기도 가장(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저는 연기였지만 그렇게만 생각해도 너무너무 힘들더라.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분들이 너무 존경스러워졌다"라고 밝혔다.

박보영은 할머니 월순(차미경)과의 대화 장면을 대본에서 보고 너무 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미지의 서울' 캡처박보영은 할머니 월순(차미경)과의 대화 장면을 대본에서 보고 너무 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미지의 서울' 캡처
현재 직장인인 제일 친한 친구와 "일부러" 같이 방송을 보기도 했다. 박보영은 "그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더라. 자기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올 것 같다고. 미래를 너무 안타까워하고 미래를 이해하고 엄청 공감하는 걸 보고 사실 조금 안도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한테 '너 끝까지 봐. 미래가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성장해 가고 어떻게 부딪히는지. 한 번 꼭 봤으면 좋겠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가장 공감했던 대사로는 할머니 월순(차미경)과 나눈 대화를 꼽았다.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미지에게 월순은 '어이구, 우리 번데기. 얼마나 큰 나비가 되려구 이러나'라고 하지만, 미지는 곧바로 '아니, 나 아무것도 안 될 거야'라고 한다. '나 너무 쓰레기 같아'라고 자책하는 미지에게 월순은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 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라고 위로한다.

박보영은 "저도 스스로 내가 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도 있었고, 실패했을 때 뭔가 다 포기하고 싶을 때 '나 아무것도 안 될 거야' 그런 말을 되게 기다렸던 것 같다. 그 대본을 봤을 때 너무 많이 울었었다"라며 "그 신은 대사 보고 너무 잘하고 싶은 거다"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욕심을 너무 부려가지고, 너무 잘하고 싶어가지고" 처음에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래는 누워 있는 장면이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우니 "자꾸 눈물이 안으로 먹는" 상황이 펼쳐졌다. 쏟아지지 않은 채 눈가에 고여서 떨어지지 않았다. 박보영은 "드라마는 감정이 보여야 한다. 눈물을 보여야 하는 신이라고 생각해서 (감정을) 억지로 막 올리다 보니까 숨 못 쉴 정도가 돼서 5분 쉬고 10분 쉬어보기도 했는데 너무 만족스럽지 못하게 됐다. 나중에 편집본을 보고 감독님도 저도 너무 아쉬워서 다시 한번 재촬영했다"라고 전했다.

재촬영 때도 누워서 시작했다가 원하는 대로 잘 표현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세를 조금 바꿨다. 박보영은 "감독님께 '너무 죄송한데 앉아 있고 싶다'라고 했다. 구석에 앉아 있으면 방어하는 느낌도 들고 해서 한번 앉아봤는데 그 느낌이 편안하면서, '오, 그래도 저번보단 나을 것 같은데?' 하고 잡생각이 없어졌다. (다 찍고 나서) 감독님이랑 서로 '이걸 다시 해서 너무 다행이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박보영은 드라마의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 장면으로도 월순과의 대화 장면을 골랐다. 그는 "아무래도 할머니 신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제가 한 번 실패를 해서 그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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