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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 정청래가 친명 박찬대 압도한 3가지 장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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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선거운동 하이라이트

①전광석화 출마선언
②협치발언 파고들기
③강선우 해프닝까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청래 의원이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됐다. 6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박찬대 의원이 '명심'을 내세워 뒤집을 거라던 정치인, 언론인, 자칭 전문가들의 경선 초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수의 예상은 왜 이렇게 틀렸을까. 해답은 두 후보가 치열하게 전략 싸움을 펼쳤던 지난 7주의 선거 운동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이 끝까지 선거와 거리를 뒀던 것. 그리고 당내 실력자들이 방향을 찍으면 당원들이 우르르 몰려가던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① 전광석화 출사표로 외풍 차단

"이재명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이재명입니다."

정청래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건 지난 6월 15일. 사흘 전 박찬대 의원이 본인도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뒤 정청래 의원의 보폭이 빨라졌다. 전당대회 일정이 정해지기도 전에 출사표를 던진 배경이다.

물론 정청래 의원 출마는 진작 예고됐던 일이었다. 3년 전 이재명 당시 대표의 연임으로 뜻을 접은 뒤 차기 도전 의사를 주변에 공언해왔던 터였다.

다만 기자회견을 통한 공식 출마선언으로 당권 경쟁 레이스에도 본격 시동이 걸렸다. 사실상 전당대회 국면이 열리면서 외부에서 관여하기가 까다로워진 것.

이 대통령의 개입 의사가 정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부담이 훨씬 커졌다. 실제 이 대통령은 출마를 저울질하던 박찬대 의원과 만찬 약속을 잡았다가 '명심' 논란이 일자 불가피한 사정을 이유로 연기했다.

그런 점에서 정청래 의원의 전광석화식 출마선언이 외풍을 차단하는 데 주효했다는 해석이 당내에서 나온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이기는 편이 제 편이죠"라며 양쪽 손을 모두 잡아줬다. 물론 이 대통령이 오찬 회동에서 했던 해당 발언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옮길 때만 해도 당내에선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박찬대 캠프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박찬대 의원이 이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 비서실장, 당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거치며 '친명' 입지를 굳힌 건 맞지만 당원들의 인식 속엔 수석최고위원, 법사위원장 출신 정청래 의원도 충분히 친명이었던 탓에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신은 친명이 아니다' 하며 '찐명 감별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어려웠다. 정권초 당의 구심력이 큰 상황에서 계파 분열을 자초한다는 비판이 돌아올 게 뻔하고 '원팀 경선'에 이미 여러 차례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이 대통령이 과거 썼던 의원회관 818호 사무실을 물려받았다거나 윤여준 전 장관이 후원회장을 맡아줬다며 전임 후원회장이 이 대통령이었다는 걸 보도자료로 공표해 '친명'임을 호소하는 정도.

이 대통령이 임기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본회의장 '첫 악수' 타이틀을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정청래 의원이 아예 본청 입구 밖으로 마중을 나가면서 어렵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6일 오전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위해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며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6일 오전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위해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며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② 내란세력과 협치? 승부처가 됐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 제1차 TV토론회(7월 16일, SBS 주관)
◇ 정청래> 박찬대 후보는 "협치하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 박찬대> 민생과 경제,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야당과 대화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이미 야당 대표를 초청해 통합적 행보를 보이셨고, 당에서 여기에 발을 맞춰야 할 땐 맞춰야 합니다.

1차 TV토론 중 언론이 두 후보의 '명심' 언급을 기다릴 때 당내에서는 박찬대 의원의 '협치' 구상에 주목했다고 한다. 박 의원이 각종 인터뷰에서 "협치는 포기할 수 없는 지향"이라고 말했던 게 물밑에서 지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기 때문.

이 지점을 간파한 정청래 의원이 끈질기게 파고들어 결국 승부처를 만들어냈다. 박찬대 의원 표현은 여의도 정치권 기준에선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지만 국민의힘에 거부감이 큰 강성 당원들은 '내란세력과 어떻게 협치를 할 수 있느냐'며 통탄했다고 한다.

캠프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그러잖아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지표가 쏟아져 나오는데 당원표 얻기에 전략적이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캠프의 한 실무자는 "그때 만약 정청래 후보가 '나는 법사위원장으로서 각종 개혁법안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박 의원은 원내대표로서 무슨 협치를 했나'라고 공격했다면 방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찬대 의원이 2차 TV토론을 전후해 "내란 세력과는 절대 협치, 타협으로 거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미 프레임이 굳어진 뒤였다. 전광훈 목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지귀연 판사를 내란 재판에서 끌어내리겠다고 했던 것도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 했다.

앞서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의 국가보조금을 끊는 내용의 '내란특별법'을 발의했던 게 나름대로 선명한 제안으로 평가됐는데 당사자인 국민의힘마저 '선거 전략' 정도로 치부하면서 이 또한 힘이 빠졌다.

당내에서는 두 후보의 성품과 출신을 고려하면 강성 경쟁은 애초부터 게임이 안 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박찬대 의원이 회계사 출신으로 손학규계에서 활동하다 이재명 대통령 약진과 함께 급성장한 것과 달리, 정청래 의원은 운동권·학원장 출신으로 오래 전부터 당 안팎의 거물급 정치인과 싸우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정청래 의원이 이번 경선에서 시종일관 "싸움은 내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라는 메시지를 반복했던 전략이 결과적으로 '먹혔던' 셈이다.

③ 강선우 사퇴 해프닝에 '굳히기'

박찬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박찬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박찬대 의원은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강선우 당시 여가부장관 후보자를 향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적었다.

정치공학적 계산만 있던 건 아니었겠지만 박찬대 의원의 '한 방'은 정치권에선 선거 막판 승부수로 해석됐다. 강선우 후보자 '갑질 논란'에 민심 이반이 뚜렷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총대를 매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떄문이었다.

문제는 강선우 후보자 사퇴 소식이 너무 빨리, 즉 박찬대 의원이 글을 쓴 지 17분 만에 나왔다는 점이었다. '친명' 홍보를 위해 동료의 고통을 얄팍하게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면서 승부수는 결국 패착으로 남았다.

더구나 박찬대 의원은 이틀 뒤 "보좌진은 동지적 관계다. 일반 직장과 다르다"면서 강선우 후보자를 감쌌다. 문진석 의원이 거의 비슷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당내에서는 박찬대 의원이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강성 당원 표도, 보좌진 표도 동시에 잃었다는 후문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보좌진 1500명 중 최소 300명은 대의원을 겸하고 있다.

반대로 정청래 의원이 처음부터 강선우 후보자를 편들었던 게 강성 당원들에게는 환호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의원 다수는 박찬대 의원 곁에 섰다. 애초 인천시장에 도전하려 했던 박찬대 의원이 전당대회로 목표를 바꾼 배경에 '명심'이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무게추가 쏠렸다. 박찬대 의원이 여러 차례 주최했던 '조찬 모임' 한 번에 현역 의원만 40여명씩 참석하는 역대급 기록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세 과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게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입증됐다.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의원들이 민주당 당원들에게는 일종의 구태로 그려져 왔기에 외려 역풍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지막 변수로 꼽혔던 '대의원' 투표도 예전 같지 않았다. 결과 합산에 대의원 반영 비율을 줄였을 뿐더러 실력자들의 통제력도 약해졌다고 한다. "여의도에서 대의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수도권 재선)"거나 "국회의원들의 눈속임을 이제는 당원들이 귀신 같이 안다(전략통 호남 의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결국 박찬대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53% 지지를 얻어, 47%를 기록한 정청래 의원에 소폭 앞설 뿐이었다. 일명 '고관여층' 조직력은 전당대회 현장에서 지지자들의 함성을 통해 엿볼 수 있었지만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정청래 의원은 선거 중후반 묵묵히 수해봉사에 전념하며 변수를 줄였다. 특유의 설화 리스크도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가 '선거 기간 중 어렵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느냐'고 묻자 본인 입으로도 "솔직히 그럴 때가 별로 없었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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