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글과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글과 영상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친윤석열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같은 음모론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 극우 유튜브 채널에는 "대통령 탄핵 시위에 다수의 중국인이 참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서울 한남동 일대에서 두 여성이 경찰과 인파에 둘러싸인 채 중국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포착했지만, 영상의 촬영 시점과 이들의 목적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영상은 6일 오전 기준 조회수 220만 회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강진역 집회에 중국인 알바생들이 동원됐다',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이 보인다'는 등의 근거 없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며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음모론을 확산시키며 선동에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5일 자신의 SNS에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글을 게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와 함께 한 누리꾼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게시글을 캡처해 공유했는데, 해당 게시물에는 "내란 탄핵 집회에 조선족이 절반"이라는 비확인 주장이 담겨 있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음모론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민전·유상범 의원 페이스북 캡처국민의힘 김민전 의원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찬성한 한국인들은 보시길. 국가 전복에 동조하신 겁니다. 뉴스 보지 마세요. 언론은 이미 위안화 그리고 한국 말하는 화교에게 다 넘어갔습니다"고 적은 한 강성 지지자의 글을 공유했다.
이 지지자는 '탄핵 집회는 중국인이 대부분이다',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중국 대학교 과잠을 입고 있다'라는 사진도 첨부했다. 그러나 이후 사진이 찍힌 시점 및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논란이 일면서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일 관저 앞에서 열린 대통령 지지자 집회에 연사로 참석해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촉구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편, 최근 한국 정치의 혼란 배경에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이 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공포와 음모론이 어떻게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추기는가'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이 상당히 유사하다"면서 "이들은 애국가와 성조기 물결, 좌파 정치인들이 중국과 북한에 나라를 넘길 것이라는 악의적 비난으로 집회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인들을 겨냥한 논란이 거세지자, 주한중국대사관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대사관은 4일 공지를 통해 "최근 한국 여러 곳에서 시위와 정치집회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국에 있는 중국 공민과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들은 현지의 정치집회와 인원이 밀집된 장소와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