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그가 역술인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진 점집의 모습. 연합뉴스·네이버 로드뷰 캡처12·3 내란 사태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역술인으로 활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19일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자택은 점집으로 사주 등을 담당하는 역술인 세 명이 함께 머물고 있었다. 해당 자택은 '햄버거 계엄 모임'이 있었던 경기도 안산시의 한 패스트푸드 점포에서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햄버거 계엄 모임'이 있었던 경기도 안산시 점포에서 1km 떨어진 노 전 사령관 자택 겸 점집. 네이버 지도 캡처
역술인들은 노 전 사령관의 자택이 점집이고 자신들은 동업자 관계라고 전했다. 그가 역술인들과 동업을 시작한 건 성범죄로 징역형을 받고 불명예 전역한 후인 2019년 시점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정보학교장 재임 시절인 2018년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여군 교육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불명예 전역했다. 이후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지만 전역 처분은 유지됐다.
당시 그는 피해자를 술자리로 불러내 강제로 신체 접촉을 했고, 피해자가 "부대에 일이 생겨 가야겠다"며 도망치려 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추행을 지속했다.
군사법원은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도 성범죄자 고지 명령은 면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모든 지위와 명예를 상실했다. 피고인의 직업에 따른 불이익과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연합뉴스계엄 핵심 인물로 알려진 노 전 사령관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한 의혹들로 수사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내란진상조사단'은 지난 14일 "국방부나 군부대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던 정보사령부가 내란 사태에 개입한 점,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수시로 통화했고 내란 사건 전후에 통화량이 급증한 점 등을 볼 때 노 전 사령관은 내란 사건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접수된 제보와 관계자 설명 등을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내란 이틀 전인 지난 1일에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정모 대령, 김모 대령 등과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4인 모임을 가졌다.
이날 있었던 모임에서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엄 선포 시 장관의 명령이 있으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김 전 장관에 대한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12·3 내란 사태 사흘 전 서울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독대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만나기 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을 만나 '비상계엄'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이 여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을 같은 날 각각 만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 전 사령관과도 비상계엄을 논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왼쪽부터 2011년 이전부터 운영했던 점집의 당시 모습과 최근 모습. 네이버 로드뷰 캡처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점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당시 직접적인 움직임은 하지 않은 것이다.
주택가에 위치한 해당 점집은 2011년 이전부터 'OO보살'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곳에서 노 전 사령관과 동업했다는 역술인들은 그에 대해 "영적인 어떤 기도 있다"며 "사주, 명리 다 터득했다"라고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이 직접 'OO보살'로 활동하진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손님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역술인들은 "그분은 철학도 보시고, 개명도 하시고, 시골에서도 유명하니까 봐주고 그런가 봐요"라고 언급했다.
해당 점집을 방문했던 손님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엉망진창 무슨 소린지 물어봐도 시끄럽고 미친 사람처럼 무서웠다", "완전 엉뚱한 소리만 한다", "점을 많이 보러 다녔지만 사주 이런 얘기는 처음이다", "계속 아기 목소리로 이야기해 준다" 등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