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헌법재판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으로 배정된 가운데 과거 정 재판관이 판사 시절 장기 후원했다고 알려진 보수단체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보수단체는 정 재판관의 처형이자 윤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 중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설립한 곳이다. 박 위원장은 이 단체의 이사장 직함을 달고 전두환·이순자 씨를 옹호하는 칼럼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으로 정형식 재판관이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심은 컴퓨터에 의한 무작위 추첨으로 배당한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유일한 헌법재판관으로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 중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위 위원장의 제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재판관이 이번 사건에 '이해 관계'가 있다며 공정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정형식 재판관은 다음 헌재소장 후보로 국민의힘이 내정한 사람이고,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그의 처형"이라며 "탄핵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탄핵에 대비한 뇌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 재판관이 박 위원장이 설립·운영하던 보수 단체에 장기간 기부했다는 과거 보도가 재조명됐다. 보도에 따르면 정 재판관은 보수성향의 북한이탈주민 지원단체인 '물망초'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매년 120만원 씩 기부했다.
사단법인 물망초는 북한 이탈 주민과 국군포로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단체의 이사장이자 정 재판관의 처형인 박선영 위원장은 물망초 이사장 직함으로 전두환 씨와 이순자 씨를 옹호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보도 화면 캡처박 위원장은 지난 2022년 '김정은은 꼬박꼬박 위원장, 전두환 전대통령은 그냥 전두환인 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전 씨 부부를 '피해자'로 묘사했다.
박 위원장은 "여사는 연희동 자택 입구방에 남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골을 모시고 혼자 사신다"며 "남편의 유골을 집에 모시고 살아야 하는 한 여인의 마음이 어떨지 가슴이 아렸다"고 적었다.
이어 이 씨가 총명하고 언어구사력과 판단력이 명확했다며 "무엇보다 자세가 참 꼿꼿했다. 육체적 자세든, 정신적 자세든. 그점이 정말 좋았다"고 찬양했다.
그러면서 그는 "5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으며 든 생각은 '그 모진 세월을 어찌 견뎌오셨을까?'였다"며 "북한이 거품을 물고 욕하고, 죽이려고 드는 대상이 바로 진정한 애국자들"이라고 했다.
또, 박 위원장은 지난 2023년 5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5·16 군사 쿠데타'를 '5·16 혁명'이라고 표현하며 "5·16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국민은 반대하거나 가로막거나 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재판관과 박 위원장을 두고 정치권의 비판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17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정형식 재판관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심을 회피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가 되기 직전,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인 박선영 씨를 장관급인 진실화해위원장에 임명했다"며 "자신의 탄핵 재판에 대비한 뇌물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박 위원장은 임명 이후 첫 회의를 주재했지만,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윤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 이후 박 위원장을 임명 재가한 것을 문제 삼아 언쟁 끝에 집단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고 미화하고 있는 현재 여건에서 진실화해위원장 임명을 재가한 대통령의 행위를 적법하고 합당하고 적절하다고 믿어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새 위원장 임명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