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 한국 김우진과 미국 브래디 엘리슨이 마지막 화살을 발사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간발의 차로 올림픽 금메달 염원을 이루지 못한 미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 브래디 엘리슨(35).
하지만 엘리슨이 경기 후 보인 품격 있는 행동은 많은 팬들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엘리슨을 향한 관심이 역시 높아지고 있다.
엘리슨은 4일(한국 시각)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 나섰다. 결승에 도달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6강에서 베르킴 투메르(튀르키예)를 세트 스코어 6 대 2로 꺾고 산뜻하게 개인전을 출발했다. 이어 8강에서는 '난적' 김제덕(예천군청)을 6 대 0으로 압도했고, 준결승에서는 플로리안 운루(독일)에 7 대 3 승리를 거뒀다.
결승 상대는 이미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김우진(청주시청). 두 베테랑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동점 상황에서 돌입한 마지막 5세트. 엘리슨과 김우진은 각자에게 주어진 3발을 모두 10점 과녁에 명중하며 30 대 30으로 슛오프로 돌입했다.
슛오프에서도 두 선수의 기량 차는 크지 않았다. 먼저 사로에 선 김우진은 과녁 정중앙에서 55.8mm 거리에 꽂히는 10점을 쐈고 엘리슨은 60.7mm 거리에 들어간 10점을 명중, 최종 우승을 김우진이 차지했다.
한국 김우진과 미국의 브레디 엘리슨이 관중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엘리슨의 입장에서는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고작 4.9mm 차이로 놓친 순간. 그러나 엘리슨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승자를 찾아가 포옹한 뒤 김우진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웃었다.
그러자 한국의 박성수 감독이 팬들을 보며 엘리슨의 팔을 들어 올렸다. 이어 김우진의 제안으로 양 팀 선수들과 감독까지 총 4명이 함께 손을 잡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감동 받은 국내 누리꾼들은 엘리슨의 SNS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남겼다. 한 누리꾼은 "양궁 역사에 기록될 명승부를 남겼다"며 "실력과 매너 모두 나무랄 것 없는 강자였다. 한국이 졌더라도 승복할 만한 실력이었다"고 칭찬했다.
또 "덕분에 심장 두근거리는 경기를 봤다"며 "4년 후 LA올림픽에서 엘리슨의 모습도 기대하겠다"는 응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이 멋졌다", "실력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천재와 천재의 명승부였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이 줄을 이었다.
브래디 엘리슨 SNS 캡처경기 후 엘리슨도 자신의 SNS를 통해 결승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엘리슨은 "2009년 혹은 2010년쯤 서로를 상대로 첫 경기를 했을 때부터 꿈꿔왔던 경기를 펼쳤다"며 "세계 양궁 팬들이 원했던 경기"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김우진과 나는 챔피언처럼 슈팅을 했다. 그게 전부였다"고 돌아봤다.
평소 엘리슨이 훈련하는 장소 역시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훈련 후 찍어 SNS에 업로드 한 다수의 사진이 국내 온라인에 공유된 것.
엘리슨은 허허벌판인 자연 속에 과녁만을 세워두고 활을 쏘며 훈련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중요한 순간마다 저 들판이 생각났을 것", "미국 서부 영화의 배경 같다", "낭만적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36살의 엘리슨은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양궁 전설이다. 런던 대회와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고 개인전에서도 리우 대회 동메달, 올해 은메달을 수확했다.
브래디 엘리슨 SNS 캡처브래디 엘리슨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