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제주특별자치도청 총무과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단골식당에서 2년 8개월 동안 1800여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 내역 중 상당수는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로서 사용한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내역과 결제일만 다를 뿐 사용 금액과 목적이 같은 것으로 드러나, 원 후보자와 관련해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2일 CBS노컷뉴스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제주도청 총무과와 원 후보자의 지사 시절 업추비 집행내역 비교 결과를 보니, 같은 금액으로 날짜만 다르게 45회에 걸쳐 총 1527만 8천 원이 결제됐다.
이에 장 의원은 "45차례나 동일한 금액을 동일한 목적으로 결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카드깡' 수법"이라며 "업무추진비의 사적유용 의심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제 사유와 금액 같은 업추비 내역…제주도청 "중복결제 아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총무과 관계자는 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도지사 업추비가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총무과 예산 안에 포함돼 있다"며
"그래서 총무과 업추비 내역 안에는 도지사 업추비 사용 내역까지 포함돼, 그런 건들이 중복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경태 의원실 제공일례로 '카본프리아일랜드 정책 자문관계자와의 간담회' 명목으로 원 후보자가 2020년 6월 6일, 총무과가 2020년 7월 27일에 업추비 34만 원을 지출했다. 이 경우 각각 간담회를 연 것인지 총무과 관계자에게 묻자 "총무과에서 한 게 아니라 도지사가 해당 관계자와 직접 간담회를 한 경우"라며 "실제 카드를 사용한 날과 회계 서류상 결제일이 다를 뿐 같은 1건"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청 총무과가 한 식당에서 하루 6차례 결제했다며 업추비 허위 작성 의혹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업추비 규정을 보면, 50만 원 이상 업추비를 사용할 경우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로 남겨야 하므로 하루에 여러 번 결제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총무과 관계자는
"하루에 6번 결제한 게 아니라 저희 쪽에서 회계 처리상 지출이 이루어진 날짜가 같을 뿐"이라며
"한 달간 결제 내역을 카드 결제일에 따라 입금한 날인데 이에 대해 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업추비 '중복결제' 논란에 관해) 향후 제주도의 입장을 내고 해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무과와 도지사는 경제공동체?…제주도청 업추비 내역과 구분돼야
원 후보자의 '쪼개기' 결제 정황은 또 있다. 그가 단골이라는 ㅋ식당은 1인 비용을 내고 주방장이 재료를 엄선해 음식을 만들어 내주는 대로 먹는 이른바 오마카세 일식 식당이다. 현재 점심 7만 5천 원, 저녁 16만 원의 코스 요리를 제공하며 단품 메뉴는 없다. 2020년 기준으로도 점심 오마카세가 6만 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재직시절 2016~2021년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원 후보자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ㅋ식당을 총 33회 방문해 1065만 원의 식사비를 결제했다.
이 중 2021년을 제외하면, 업무추진비 내역에 식사 인원을 기재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최소 8명에서 최대 18명의 식사비를 결제한 것으로 기재했다.
원 후보자와의 식사 상대가 공무원 등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면 1인당 3만 원 이상의 식대를 지급하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다. 이 때문에 금액을 맞추기 위한 '쪼개기', '인원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원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상대가 특정신분일 때만 '김영란법'이 적용되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후보자가 ㅋ식당에서 사용한 2020~2021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소병훈 의원실 제공하지만 ㅋ식당은 최대 4명만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ㅋ식당 관계자는 "우리 식당은 룸 예약이 4명밖에 되지 않고 4명 이상의 테이블도 없어 그 이상의 인원은 올 수 없다"며 "원희룡 지사 시절, 보통 3~4명 정도가 식당에 방문했고 열댓 명이 온 적은 없었다. 계산은 보통 원희룡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결제했으며, 외상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소병훈 의원은
"최대 4명만 예약 가능한 점과 메뉴 가격, 업무추진비 결제 금액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원희룡 후보자가 소위 '인원 부풀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 후보자가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외상을 한 것이 편법 결제가 위한 수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2020년 이전에는 업무추진비 내역에 식사 인원수도 기재하지 않는 등 업무추진비 횡령 의혹이 짙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도청 총무과와 도지사 업추비는 구분돼 쓰여야 한다"며 "원희룡 후보자가 지사 시절 식당에서 결제할 때 금액이 많이 나오면 총무과가 나머지를 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덧붙여 "원 후보자가 당시에 외상도 많이 했다는데, 이는 전형적인 '쪼개기' 수법"이라고 말했다.
특정 식당에 업추비 '몰아주기' 문제없나
업추비는 간단히 말해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쓰는 비용으로, '클린카드'라 불리는 법인카드로 사용된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 제44조와 제80조에 근거해 매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발표한다. 업추비 역시 이 지침에 맞게 쓰여야 한다.
원 후보자가 단골이라는 'ㅋ식당'에서 공무 관련 간담회를 수차례 가진 건 문제가 없을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침상 업추비를 특정 식당에서 계속 이용하면 안 된다는 식의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어느 한 식당만 이용했다고 하기엔 그렇게 많은 빈도 수가 아니다"라며 "특정 기간만 따져서 자주 이용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어느 식당을 정해놓고 주로 이용하는 식으로 하진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업추비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원 후보자 페이스북 캡처지난달 28일에 이어 2일 국회에서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원 후보자는 '업무추진비' 논란에 대해 의혹을 부인하며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후보자는 "의문점이 제기되는 것에 저도 지금 체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추진비는 공적용도 외에는 지출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급 일식당에서 불거진 원 후보자의 업추비 '쪼개기' 정황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원 후보자가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도 오마카세에서 2년간 1800만 원 긁은 찐 VIP"라는 제목으로 원 후보자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자 "법인카드 1타 강사"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거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