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에 나선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전두환 망언'에 대해 20일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또다시 사과하지 않았다. 앞서 각종 실언에도 해명할 뿐 사과는 없었던 윤 후보가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이다.
尹은 이번에도 "그런 뜻 아니다"…위험한 국가관
앞서 윤 후보는 전날 부산을 찾아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은 군에서 조직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각 분야를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라며 "당시 3저현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맡겨놔서 잘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망언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제가 하고자 한 말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의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를 잘 기용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나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아프리카 손발 노동', '주택청약 치매 환자' 등 실언에도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이다.
윤석열 캠프의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참모진들이 (윤 후보에게 사과할 것을) 한번 말해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윤 후보가 사과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윤 후보는 전문가 등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예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든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전두환 정권이 군사 쿠데타로 불법 집권해 정통성이 없는 상황에서 '군사 쿠데타만 빼면'이란 윤 후보의 말 자체가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전 전 대통령은 이에 저항하는 일반 국민을 학살한 데다, 나랏돈까지 빼돌려 비자금으로 조성해 천문학적인 추징금까지 선고받았다.
윤 후보의 망언에 홍준표 후보는 "대선후보로서의 자격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유승민후보는 "
기업들에게 수천억 원의 돈을 뜯고 세금을 훔쳐,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말 잘 듣는 똘마니들에게 나눠주는 식의 부패 정치가 윤 후보의 잘하는 정치이고 조직관리인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원희룡 후보도 "5공화국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과 6월 항쟁에 나선 사람들과 전부 싸우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호남 겨우 끌어안은 당도 당혹… "정치인이라면 좀"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19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총선 패배 직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호남을 끌어안는 이른바 '서진정책'에 공을 들였다.
김종인 위원장과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의 주도로 호남 지역 수해 복구 작업, 호남 동행 정책 등을 진행하며 호남 구애에 힘을 쏟았다. 김 위원장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쉽게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5·18 민주영령과 광주시민 앞에 부디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구애 끝에 국민의힘 정운천, 성일종 의원이 보수정당 인사로는 처음으로 유족회의 초청을 받아 올해 5·18 민주화운동 추모제에 참석했다.
국회사진취재단·박종민 기자이런 상황에서 당은 윤석열 후보의 뜬금없는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운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지나쳤다"라며 "5·18로 인해 상처가 있는 분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데다 왜 상대에게 그런 빌미를 주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 의원은 "당이 1년 넘게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우리의 노력이 절대 없어져선 안 된다"라며 "그동안 노력해 40년 만에 (호남과의) 얼음 장벽을 녹였고, 앞으로 이런 나쁜 자극이 와도 견딜 수 있는 면역을 당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