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일대일 맞수토론을 준비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치력을 칭찬하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꾸준히 호남 민심에 공을 들여온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은 애써 윤 후보의 진의를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운 표현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찾아 "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며 "호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분은 군에서 조직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각 분야를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라며 "당시 3저현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맡겨놔서 잘 돌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는 모습. 박종민 기자이어
윤 전 총장은 자신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방식처럼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융, 예산, 경제 등 모두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과 사심없는 사람들을 내세워야 그것이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며 "최고라는 분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고, 저는 시스템 관리나 하며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며 챙겨야 할 아젠다만 챙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발언에 대해 캠프 측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해 자신도 온갖 정책을 일일이 챙기기보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시스템으로 국가가 작동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5공화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윤 전 총장이 올바른 정치의 표상으로 지목한 대상이 전 전 대통령이라는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에서 초법적 쿠데타로 집권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민간인들을 학살한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또 나랏돈을 유용해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부정부패를 저질러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불법적 폭력을 일으켰으며 심각한 부패의 장본인이 됐다"며 "군사 쿠테타와 5.18 말고 잘못한 것이 없다는 윤석열 후보의 인식은
공정과 정의를 위협하였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유승민 전 의원 측 권성주 대변인도 "윤석열 후보는 '1일 1망언' 후보를 넘어 입만 벌리면 망언을 뱉는 '벌망' 후보가 됐다"며 "자신의 실력 부족을 덮기 위해서이든, 당 후보가 되기 위한 극단적 우클릭이든 '호남분들'까지 들먹이며 전두환 독재정권을 옹호한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윤 전 총장은 호남에서도 '군사 쿠데타', '5.18'만 빼면 잘했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 역시 호남 민심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 연합뉴스특히,
국민의힘이 지난해부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과거 막말에 대해 사과하고, 소속 의원들이 호남 지역과 자매결연을 맺는 '호남동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민심에 호소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호남동행'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인재를 잘 써야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고 말했다. 호남지역의 한 당협위원장도 통화에서 "
호남은 아직도 5.18로 인한 상처가 깊은 곳인데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다는 말은 일반적인 호남의 민심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당이 공을 들여오면서 호남 민심에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예시를 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