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피의자 증인' 옆에 앉는 변호인…앞으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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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조국 재판부' 한인섭 원장에 대한 변호인 참여 및 조력 첫 인정
법 규정 부재 속 '피의자 증인 방어권' 실질 보장 필요 목소리도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21.6.25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업무방해' 혐의 등 공판 中 
재판장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서 증언할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규정도 없고 반대로 금지 규정도 없습니다. 다만 이후 공판 조서는 증거능력이 있는데 형사피의자에 대한 신문시에도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규정이고 헌법재판소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조언을 듣고 상담하는 것이 수사절차 시작부터 재판 종료까지 언제나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의 경우에도 타인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경우입니다. 피의자 신분을 벗어났는지에 대한 검찰의 명확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형사소추의 염려가 있는 증인이라면 증언 거부 사유가 있는지, 있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재판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증인 한인섭에 대한 변호인의 참여를 받아들입니다. 다만 증언거부 사유가 있는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판단에 대해서만 증인을 도울 수 있고 재판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 여론의 관심은 처음으로 법정에 서는 딸 조씨에 집중됐지만 사실 이 재판에서 '처음'이란 것에 정말 의미를 부여할 만한 사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피고인이 아닌 증인 옆에 변호인이 앉은 일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국내 형사 재판에서 범죄 피해자가 아닌 증인에 대한 변호인의 참여가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대상은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과 그의 변호인 양홍석 변호사. 서울대 법대 교수로 공익인권법센터장을 역임했던 한 원장은 조 전 장관 딸이 받은 인턴확인서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2019년 하반기 참고인 및 피고발인 신분으로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2년이 지난 현재 일부 혐의는 검찰의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피의자' 신분입니다.
 
한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의자 증인'인 것으로 재판부는 증인 변호인의 동석 요청에 "명확한 규정도 반대로 금지 규정도 없다"면서 대상이 기소 염려가 있는 형사 피의자에 해당해 증인신문 중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조력의 범위는 증언거부 사유의 존재 판단과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것으로 한정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증인의 연령, 심신의 상태,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증인이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권 또는 피해자ㆍ법정대리인ㆍ검사의 신청에 따라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할 수 있다.

재판부의 말마따나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재판 증인으로 설 경우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는 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이나 규칙은 현재 형사소송법에 없습니다. 증인이 범죄 피해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하고 있을 뿐 그 외 변호인의 신문 참여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사실 재밌는 점은 재판부의 판단 방향 하나만 빼고 꼭 같은 장면이 1년 전에도 있었다는 겁니다. 한 원장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나왔는데요. 양 변호사는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피의자 증인인 한 원장의 방어권을 위해 변호인의 증인신문 참여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 20.7.2.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공판 中
재판장 "한인섭의 변호인도 6월 30일자로 기재한 것 같이 증언거부권을 가진 증인이 증언하기 전에 변호인과 상의하거나 변호인이 증인 대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또는 규칙 조항이 없어 한인섭 증인의 변호인에게 증인신문 절차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하거나 증인신문과정에서 한인섭과 상의할 기회를 법률 상 허가할 수 없습니다. 한인섭이 신청한 신뢰관계에 있는 자 즉 변호인의 동석 여부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법원은 범죄 피해자에 대해 증인신문하는 경우 연령 및 심신상태 등을 고려해 불안감 또는 긴장감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 또는 피해자, 법정대리인, 검사의 신청에 따라 신뢰관계자를 동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인섭은 범죄피해자에 해당하지 않아 한인섭의 변호인에게 신뢰 관계가 있는 자로서 증인 옆에 앉도록 허가할 수 없습니다"
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이번과 정반대인데 마찬가지로 그 판단 근거로 관련 법과 규칙의 부재를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증인이 증언하기 전 변호인과 상의하거나 증인 대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또는 규칙 조항이 없다"며 범죄 피해자가 아닌 한 원장은 변호인의 동석 대상도 아니라고 본 것이죠.
 
명확한 규정이 현재로서는 없기에 피의자 증인의 변호인 참여 보장에 대한 판단은 각 법원 재판부의 몫입니다. 다만 분명 다른 사람의 형사 재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증인이 되는 경우가 현실 재판에서 적지 않기에 이런 경우 피의자 증인의 방어권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고민해볼 대목입니다.
 
누구든지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사실을 증언해야 할 의무를 갖습니다. 물론 자신이나 가족이 재판에 넘겨질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증언을 거부할 권리도 갖지만 현실 법정에서는 증언의 의무에 비하면 상당히 소극적인 방어 수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거부 사유를 그때마다 재판부에 입증해야 할 책임도 증인에게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를 고민할 이유가 많지 않겠지만 피의자 신분의 증인은 다릅니다. 재판에서의 증언은 그대로 공판 조서라는 증거로 기록되는데 수사기관의 신문조서보다 증거 능력이 훨씬 셉니다. 진술 내용 자체가 자신의 수사와 이후 재판에 쓰일 증거가 될 수 있고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런 태도가 향후 검찰 수사에 불이익이 되지 않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양심에 따른 증언이 아닌 기소 압박에 따른 증언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것이죠.
▶ 헌법재판소 04.9.23 '변호인의조력을받을권리등침해위헌확인' 판결 中 
불구속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재판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능하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을 대동하여 신문과정에서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신문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퇴거하여 변호인으로부터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장소를 이탈하여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형사 절차에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진술거부권 등 방어권 차원에서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을 법에 규정돼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재판 증인이 됐다는 이유로 이러한 권한을 부여 받지 못하는 것은 "변호인을 옆에 두고 상담과 조언을 구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헌재 판시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일부 외국에서는 증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권을 법으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독일의 예가 대표적입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74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형사 피고인만이 아닌 답변거부권을 보장받은 잠정적인 피고인으로서 답변거부권을 고지 받은 증인에게도 당연히 보장된다"고 판시했고 이후 독일의 형사소송법에서는 관련 규정이 명문화됐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증인에 대한 변호인 조력이 증인신문 본질의 의미를 침해한다는 시각도 물론 존재합니다. 특히 검찰이나 법원 입장에서는 증인신문 절차는 법정에서의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인데 변호인의 조력으로 증언이 오염되거나 꼭 진술이 필요한데도 과도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합니다.
 
분명 중요한 지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조력권이 보장되기에 필요한 진술은 변호인이 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한 일선 법원의 판사는 "현실적으로 법정에서 증인이 진술을 전면 거부할 때 판사가 강요할 수는 없는데 오히려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증언은 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증언이 왜곡될 우려에 대해 재판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변호인 참여가 증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명확한 법과 규정이 없기에 현재로서는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고 할 것은 아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재판부의 판단을 계기로 증인의 변호인 조력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만약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는 어떤 방향과 모습으로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헌법 소송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피의자 증인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양홍석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정경심 교수 재판부의 증인 참여 거부 후 제기한 위헌 확인 소송인데요. 지난해 10월 사전 심사를 거친 뒤 심판 회부 결정이 난 만큼 여기서 나올 헌재의 판단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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