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장으로 향하는 고 유재국 경위 영정과 위패(사진=연합뉴스)
서울 한강경찰대 수상구조요원 고(故) 유재국 경위(39)가 숨진 지 두 달이 지났다. 유 경위는 지난 2월15일 투신자 수색 중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었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 경찰은 참사 이후 한 달 넘게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 3월 23일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개선대책'을 내놨다.
CBS가 입수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한강경찰대 운영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구조대원들은 부족한 인력과 장비, 매뉴얼의 부재 등 말그대로 총체적 난국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조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언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열악한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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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명이 3교대 고군분투…지난해 시민 60명 생명 구조지난 1986년 만들어진 서울청 소속 한강경찰대는 광나루와 뚝섬, 이촌, 망원 등 4개 센터로 구성됐다. 강동대교부터 행주대교까지 41.5㎞ 구간의 인명구조와 순찰 등을 맡고 있다.
인력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강경찰대 총원은 30명으로, 대장과 행정요원을 제외하면 구조인력은 27명이다. 이들은 작년 한 해 2700번 넘게 출동해 시민 60명을 구조하고 147구의 시신을 건졌다.
근무는 3교대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보통 2명이 배를 타고 현장으로 나간다. 1명이 운전하고 1명이 구조하는 식이다. 물 아래서 돌발 상황이 생겨도 즉각 대처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같은 일을 하는 소방 수난구조대는 운전사와 기관사, 안전요원(2명), 잠수요원(2명) 등 최소 6명이 출동한다. 단순히 비교하면 경찰의 3배다. 한강경찰대가 소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놓여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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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 안 보여 경험 의존해야 하지만, 전문성 쌓기도 전 전출돼
물 속에서는 수경 앞에서 흔드는 자신의 손도 안 보일 정도로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빠른 유속에 떠내려오는 부유물에 잘못 부딪히면 한순간에 중심을 잃을 수 있어 베테랑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강경찰대가 20개가 넘는 한강다리를 책임지고 있지만, 교각이나 시설물에 대한 구조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계도면이나 시설 전반에 대해 확인할 수 없는 체계도 없을 뿐더러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조대원들이 수면 아래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대원들 자신의 경험과 감각이 뿐이다. 한 곳에 오래 근무할 수록 전문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소방 수난구조대원이 한 곳에서 최장 8년까지 근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소방 수난구조대원은 "경찰처럼 우리도 다리 설계 도면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면서도 "구조대원들은 8년까지 근무하고, 항해사 등 특수직군들은 아예 근무지 변경을 하지 않는 편이라 지형에 대해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강경찰대는 내부 지침상 한 곳에서 5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소방보다 3년이나 짧지만 이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고 자주 교체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강경찰대 구조대원들의 평균 근무연수는 2년8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경비부서 등 다른 부서로 인력 차출이 잦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이후 타 부서로 발령난 전출자도 22명이나 됐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경찰청은 다시는 유 경위 같은 희생이 없도록 구조 임무 여건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구조대원 9명을 즉시 충원해 최소 출동인원 3명을 보장하고, 구조요원들의 근무 가능연수를 현행 5년에서 8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골자다. 교각 등 주요 한강 내 시설물의 설계도면을 서울시나 인천시로부터 넘겨 받는 조례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낙후한 센터 시설과 함정, 잠수 장비 등도 개선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20일자로 새 구조요원들이 발령됐고, 주요 교각 도면들도 관리업체 협조를 통해 받아 인수인계 매뉴얼 등을 만드는 작업 중이다"라며 "다만 장비 개선 부분은 예산이 필요해 가능한 것부터 차츰 중장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