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공인중개사. (사진=고무성 기자)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민통선 접경지역의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한 할아버지가 450평 규모의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땅을 팔기 위해 계약서에 지장을 찍고 있었다. 1억원에 달하는 거래지만, 공인중개사가 매수인을 대신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지적도와 인터넷 위성사진만 보고 땅을 산다는 말을 직접 실감하게 하는 현장이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평당 15만 원 선이었던 이 땅은 한 달 새 평당 22만원까지 치솟았다. 해당 공인중개사에는 문의와 방문이 하루 평균 3번에서 15번 이상으로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사에서도 민통선 땅을 보고 온 부부를 볼 수 있었다. 이 부부는 농지 외에 일체의 개발이 제한되는 이 땅을 무려 5억 원에 사기 위해 판교에서 이 곳까지 찾아왔다. 오전에는 또 다른 매수인이 평당 22만 원에 800평 규모의 민통선 땅을 계약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파주시 문산읍의 토지 매매 건수는 지난 2월 26건에서 3월 40건으로 54%나 늘었다. 민통선 군내면은 3월 6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파주시 전체 토지 거래량은 지난달 4천628건으로 전년 동기 대피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접경지역인 연천군도 지난달 596건의 토지가 거래됐다. 전달 273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땅 주인들이 더 높은 시세에 팔기 위해 내놓은 땅들을 거둬들이면서 매물이 씨가 말랐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옛날 같았으면 엄두도 못 냈는데 요즘 물건이 없어서 평당 22만 원에 계약이 이뤄진다"며 "1억 원 상당의 민통선 땅을 사달라는 사람이 열 명도 넘는데 지금 5천만 원 미만의 소액 매물이 동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민통선 땅값은 한 달 만에 20~30%나 올랐다"며 "민통선은 아직 개발 자체가 안 됐기 때문에 앞으로 좋아지지 않겠냐는 그런 기대 심리로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산다"고 덧붙였다.
파주읍의 한 공인중개업소도 "용인에서 민통선 땅을 보기 위해 출발한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땅이 아예 없어서 오지 말라고 했다"며 "땅 주인들이 더 오른 다음에 팔려고 땅을 다 들여놨다"고 설명했다.
다만 15년 경력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영공인중개사 조병욱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면 땅값이 더 오르면서 매도인들이 다시 땅을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땅값이 다시 예전처럼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민통선 밖은 아직 10%도 오르지 않았다"며 "민통선도 그 밖에 토짓값이 있기 때문에 한계성이 있다"고 했다.
부동산 업계의 설명과 달리 아무리 남북 관계가 좋아져도 민통선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전망도 있다.
파주가 고향인 한 공인중개사는 "민통선은 어차피 농사 외에 다른 행위를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만약에 통일이 돼도 자연보호와 지뢰 때문에 민통선은 개발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