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에 서울광장을 찾은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우리 사회에서 많은 어린이들은 여전히 가정과 사회로부터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선행학습 문화로 인해 취학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아동 학대의 증가와 높은 자살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기초적인 생계와 직결되는 빈곤아동의 문제도 심각합니다."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제95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성명을 통해 어린이들이 과도한 학습, 학대, 빈곤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이익에 대한 최우선적인 고려와 아동의 생존과 발달의 보장, 이를 위한 모든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 '아동복지법'도 아동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해 안정된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함을 기본이념으로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한국 사회를 사는 어린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말해 주는 여러 통계는 이러한 뜻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4년 10~19세 아동의 여가활동 시간은 평일 하루 평균 3시간 26분, 학습 시간은 7시간 28분이었으며, 유니세프 조사대상 29개국 중 학업스트레스 지수가 1위입니다. 아동학대는 2013년 6796건에서 2014년 1만 27건, 2015년 1만 1715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2015년 아동 자살률은 10만 명당 4.2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3년 빈곤아동은 전체 아동의 5.6~6.7%인 54만~65만 명으로 추산되고, 한부모·조손가구의 경우는 63.54%에 달하는 높은 빈곤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2011년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에의 노출, 학대·방임을 포함한 폭력의 증가, 아동의 높은 우울증 비율과 자살률이 증가하는 현실, 그리고 빈곤한 아동의 낮은 생활수준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정부에 권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와 사회는 아동 인격의 최대한의 존중과 발현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