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연합뉴스이재명 정부의 간판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을 이끌 법무부 장관에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호흡을 맞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도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기용하면서 강한 조직 장악과 개혁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9일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정 의원을 지명하고, 민정수석에 봉 전 차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후보자는 이 대통령과 같은 사법연수원 18기이자 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지로 꼽힌다. 정 후보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경기 북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계에서 바닥을 다지다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 입당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하고 19·20·21·22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된 5선 의원이다.
정치적 중량감 있는 인사인데다 이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할 인물이라는 점에서 고심 끝에 법무부 장관에 발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곧바로 사임했지만 후임 인선이 다른 주요 장관직에 비해 다소 늦게 이뤄졌다.
류영주 기자법무부 차관으로는 이진수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임명됐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영동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했다.
전체적으로 형사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고 특히 차관(고검장급)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대검 형사부장(검사장급)을 역임해 형사부 현안에 정통하고 형사부 중심의 검찰 개혁과 제도 개편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통 검사로 꼽힌 오광수 민정수석이 사퇴한 자리에는 다시 검찰 출신의 봉 전 차장을 임명하며 다시 한 번 검찰 내부 다지기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수원 19기인 봉 전 차장은 조직 관리에 능한 '기획통'으로 분류되며, 요직을 두루 거쳐 검찰 사정에 밝은 것은 물론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을 물색할 당시 봉 전 차장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고려됐지만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밀려 낙마한 후 검찰을 떠났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했고, 2021년엔 박상옥 전 대법관 후임 후보 3인 중 한 명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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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이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 인사가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개혁 과정의 혼란을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비(非)검찰 출신'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국 민정수석을 발탁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과 조 전 수석 모두 정치권은 물론 법률 실무가로서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으로 검찰 내부 장악에 실패하고 사회적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컸다.
특히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수사 일선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발탁하면서 검찰개혁과 더 멀어지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후반부 법무부 수장을 이어받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일 공방을 벌이며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대권가도를 열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또 다른 파트너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역시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중진 윤호중 의원을 지명했다. 검찰청의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분리와 중수청의 행안부 산하 재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 확대 등 형사소송법 체계의 큰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법무부와 행안부, 대통령실이 합을 맞춰 부작용을 최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