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패전일인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식사(式辭)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미래협력에 방점을 찍은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사에서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하며 한일관계가 훈풍을 타고 있다. 오는 23일 도쿄에서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李대통령 "과거사 직시"…이시바 "전쟁의 반성과 교훈"
이 대통령은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임 정부에서 생략했던 과거사 문제를 경축사에 포함했지만,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언급 대신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이시바 총리는 패전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전몰자 추도식에서 '반성'을 언급한 건 13년 만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지난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반성'을 뺀 채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한 이후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같은 태도를 이어왔다.
'침략'이나 '가해'라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시바 총리의 강한 의지로 그간 일본 총리의 추도사에서 생략돼 왔던 '반성' 표현을 다시 넣은 것 자체가 과거사 문제에 있어 진전된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유력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韓日정상, 열린 마음으로 서로 포용…변수는 이시바 입지"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 부부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연합뉴스이 대통령의 '과거사를 직시하라'는 메시지에 이시바 총리가 '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호응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다음 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낼 결과물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미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취임 후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연다. 이례적으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찾는 것으로,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일관계에 어느 때보다 훈풍이 불고 있지만 관건은 향후 과거사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당장 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사도광산 추도식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한일관계에 적극적인 이시바 총리가 선거 패배로 퇴진 압박에 몰리며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희 국립외교원 조교수는 "일본 정부가 '탈전후' 모드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시바 총리가가 전쟁에 대한 반성을 언급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두 정상이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포용하려고 하는 점에서 안정적인 한일관계가 기대되지만 변수는 이시바 총리의 입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한일 양국의 협력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