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소속 정책연구원인 여의도연구원이 3일 이례적으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선거법상 정당과 후보자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공개가 금지돼 있지만 제한 대상에 '정책연구원'이 포함돼 있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언론과 시중 여론조사기관 '불신'이 조사 계기여의도연구원이 3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자체 조사결과, 홍준표 후보가 24.9%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20.1%)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연이 1일부터 2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2천18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위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39.4%)로 나타났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 6.4%,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4.5% 순이었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2015년 정당 지지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적이 있지만 대선후보 지지율과 관련한 여론조사 공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여연은 매주 자체 조사를 실시했지만 내부 참고용으로만 사용해 왔다.
여연이 자체 조사를 공개한 이유에는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당 지도부의 '불신'이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되는 수치를 보면 홍 후보에 대한 수치가 현장 유세 분위기와 차이가 있어 답답했다"며 "외부보다는 내부 조사를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 洪 대선승리 향해 뛰는 여연, 정당 아니다?
하지만 특정 당과 후보의 당선을 돕고 있는 당 소속 정책연구기관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현행 선거법 108조 12항에 따르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해당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표 마감시한까지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측은 "지난달 27일 여연으로부터 여론조사가 가능하냐는 질의를 받았다"며 "정책기관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인 정당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서면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여심위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공표를 의뢰한 정당은 자유한국당 외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 산하기관인 여연을 정당과 별개로 보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5일 여연은 대선 준비를 위한 선거전략 수립과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가동중이다.
정치컨설팅업체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정책기관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할 경우, 다른 당 지지자들은 응답하지 않는 등 응답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연 조사 방식이 최근의 여론조사 흐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여연도 ARS(유무선RDD) 혼용방식을 취했지만 유선 비율이 50%에 가까운 49.6%에 이르러 한국당에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올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매주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온 갤럽의 경우 휴대전화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 고연령대를 보완하기 위해 무작위발생한 집전화번호 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 반영 비율은 평균 15% 내외다. 리얼미터는 유선 전화 반영 비율을 10%로 해오다가 최근에 20%로 늘렸다.
이에 따라 여연이 홍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가 가능한 마지말날에 공개함으로써 일명 '깜깜이 선거운동' 기간에 집중적으로 퍼지게 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