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가 13일 '뜬금없이' 내부 대강당 조명 공사에 들어갔다.
주요 행사를 취소·연기하며 재판관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탄핵심판에 몰두하던 중 이뤄진 공사를 두고, 헌재 내부에서 뒷말이 나왔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의 아들이 새 조명이 달릴 대강당에서 내년 1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사무처장은 헌재 행정사무를 관장하고 공무원들을 지휘 감독하며 국회에 출석해 헌재의 행정에 관해 발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관급이다.
헌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부 대강당은 때때로 직원들 결혼식장으로 쓰였지만 인기가 적었다고 한다.
조명이 어두운 탓에 결혼식 동영상이 화사하게 찍히지 않다는 이유였다.
헌재 측은 이에 대해 "처장 아들 결혼식과 조명 공사는 무관하다"며 "어두운 조명에 대해 내부에서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돼 연말까지 아낀 예산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측은 그러면서 김 처장이 국회로부터 소추의결서를 접수했던 지난 9일 당일 서울의 한 법원 내 결혼식장으로 장소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런 해명은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았다.
김 처장 부인이 13일에도 헌재를 찾아와 대강당과 신부대기실로 쓰이는 여직원 휴게실 등을 둘러본 게 취재진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한 헌재 관계자는 "내부 꽃장식 견적을 내보기 위해서 처장 사모님이 헌재 곳곳을 둘러봤다"며 "조명 공사의 결정적 이유도 처장님 아들 결혼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이 다른 법원 예식장을 가계약하긴 했지만, 헌재 내부 대강당 공사가 진행돼 조명 문제를 해결하자 예정대로 자신의 현 근무지에서 식을 올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재는 이날 ‘탄핵심판 기간, 헌법재판소 주요 행사 취소·연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내년 1월 서울에서 개최 예정이던 국제회의를 연기하고, 연말연시 예정된 각종 행사도 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 속에서 탄핵심판 심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담겼다.
헌재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상설사무국의 개소 시점과 맞물려 각국 헌법재판소 수장들을 초청해 국제회의를 열 계획이었는데, 국제적 결례인 만큼 박한철 헌재소장이 직접 전화 등으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처장은 이 사무국을 이끌 책임자이기도 하다.
헌재는 또, 박 소장과 탄핵심판 사건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의 집무실에 신형 도·감청 방지 장비를 설치하기로 하면서도 나머지 재판관들에 대해선 내년 초로 미뤘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강당 조명 공사에는 대략 도·감청 방지 장비 2대 비용이 들어갔다.
헌재는 결국 강당 조명 공사를 중단했다. 때가 때이니만큼 논란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