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추석 앞두고"…국정자원 화재 사흘째 일상 곳곳 혼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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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코앞 신선식품·착불소포 등 중단…배송 조회도 불가
구청·주민센터 민원 업무 분주…주말 긴급 출근까지
부동산 관련 민원 먹통에…공기업 디지털 행정 차질도
오늘 오후 4시 기준 647개 중 73개 시스템 복구

29일 오후 서울의 한 우체국에 붙은 서비스 중지 안내문. 김수정 기자29일 오후 서울의 한 우체국에 붙은 서비스 중지 안내문. 김수정 기자
"아들한테 샤인머스캣을 보내려 했는데 신선식품은 안 된다네요".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우체국에서 나온 한모(64)씨는 난처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변질되기 쉬운 냉장·냉동 등 신선식품은 택배 접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씨는 "하필 추석 연휴 앞두고 이런 일이 터지냐"며 혀를 찼다.

대전 국정정보자원관리(국정자원) 화재 이후 맞이한 첫 업무일인 월요일, 우체국·구청·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를 비롯해 공공기관까지 곳곳에서 시민과 직원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부터 우체국 우편서비스가 대부분 정상화됐지만, 일부는 여전히 이용이 막힌 상황이다. 신선식품을 포함해 착불 소포와 안심 소포가 접수되지 않고, 화재가 발생한 지난 26일 이전 접수한 우편물의 배송 조회도 불가능하다.

택배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걱정하는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다른 일반 소포를 부치기 위해 우체국을 찾았다는 이모(48)씨는 "지난 주 금요일 친척에게 건어물 택배를 보냈는데 배달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오지 않아 주말 내내 걱정했다"며 "월요일이 돼서야 잘 받았다는 연락이 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여권민원실에 붙은 안내문. 김수정 기자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여권민원실에 붙은 안내문. 김수정 기자
구청 업무도 일부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청 민원실 출입문에는 '화재로 인해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방문민원은 수기 접수만 가능하고, 시스템 복구 후 처리 가능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여권의 경우 여권 발급은 정상적으로 가능하지만, 개별 우편배송서비스는 일시 중단됐다. 몇 주 뒤 출국이라 여권을 발급하러 왔다는 우모(29)씨는 "우편으로 보내주는 건 안 된다고 해서 가지러 다시 와야 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정부24 서비스가 이날 오전 일부 복구되면서 주민센터 혼란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무인민원발급기는 일부 지역의 경우 복구됐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한 역사 내에 설치된 기기는 정상 작동 중이었다.

수도권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이모(29)씨는 전날 일요일에 출근 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씨는 "월요일부터 민원 처리 업무가 몰릴 것을 대비해 가능·불가능 업무를 조사했다"며 "(주말 출근에 대한)불만은 있었지만 혼란보다는 점검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까지만 해도 지문 확인 등 시스템이 아예 작동이 안 됐는데 오늘은 정상화돼서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의 한 역사 내 무인민원발급기가 작동하는 모습. 김수정 기자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의 한 역사 내 무인민원발급기가 작동하는 모습. 김수정 기자
공기업 등의 디지털 행정 업무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의 한 금융공기업에서 일하는 이수진(27)씨는 "법인이 보증 신청을 하면 민간 포털 시스템을 통해 행정정보를 떼야 하는데, 지금 이 시스템이 아예 먹통이라 고객한테 직접 연락해 서류를 보내달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내 메신저에서는 '너무 불편하다. 언제 복구되냐' 등 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부동산 관련 민원은 여전히 멈춘 상태다.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신청, 임대차 계약 신고 등이 지연되면서 임차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출 심사 등 일정이 미뤄질 경우 피해가 커진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확정일자 발급은 임차인 대항력과 관계가 있어 임차인이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하도록 안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회원 공지를 냈다.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모바일 신분 확인 서비스도 일부 중단된 상황이다. 이날 오후에도 모바일 통합 인증 서비스 'PASS(패스)' 앱 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현재 모바일 신분증을 새로 발급하는 것도 여전히 불가능하다.

PASS(패스) 앱 공지문 캡처PASS(패스) 앱 공지문 캡처
주말 사이 온라인 주소 조회 페이지가 막히면서 불편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황채영(29)씨는 "구립 전자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려는데 도로명 주소 찾기가 전산망 마비로 안 돼 답답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할 수 없어 당황했던 시민도 있었다. 20대 박모씨는 "평소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는데 토요일 새벽 술집에 갔다가 모바일 신분증이 막혀 입장을 못 했다"라며 "정부가 공인한 서비스라는 것을 고려해서 믿었는데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정자원 화재로 멈췄던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정부24, 우체국 금융, 모바일 신분증(발급 제외), 재난방송온라인시스템 등 73개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복구율이 약 11%에 불과해 당분간 시민 불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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