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한 아파트 가정에 쌓아 놓은 일회용품과 생수. 전영래 기자"그동안 사용을 자제했던 일회용품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됐네요…"강원 강릉지역에 사상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설거지 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일부 기관에서는 식판에 비닐까지 씌우는 등 연일 가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9일 오후 찾아간 강릉의 한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생수 박스와 일회용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주방과 욕실에 있는 수도꼭지에서는 단 한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았고 세면대와 싱크대는 바싹 말라있었다.
이 아파트는 이날부터 오전(6~9시)과 오후(6~9시) 두 차례에 걸쳐 3시간씩 급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욕조에는 반 정도의 물이 받아져 있었다.
주부 장모(40대)씨는 "그동안 그래도 물이 끊기지는 않았지만 시간제 단수가 시작되면서 재난사태를 몸소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며 "다섯 식구라 한끼만 밀려도 설거지가 수북히 쌓이는 만큼 설거지 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일회용 그릇에 밥과 반찬을 담아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간제 단수지만, 상황이 악화돼 격일제 단수 등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무섭기까지 하다"고 푸념했다.
강릉지역 사회복지시설들이 비닐로 싼 식판과 일회용 그릇에 음식을 담은 모습. 강릉시 제공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물을 아끼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비롯해 '접시에 비닐 깔기. 햇반·김·컵라면 같은 것 사두기. 밥 먹을때 일회용 수저와 나무젓가락 쓰기' 등 물 절약에 대한 이야기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강릉시립복지원과 강릉종합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65개소에서도 식판 세척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판용 위생 비닐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일 반복되는 대규모 세척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채희 복지민원국장은 ""앞으로도 각종 복지시설과 협력해 생활 속 물 절약 실천방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가뭄극복을 위한 범시민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가뭄 극복은 시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9일 오후 강릉시 교동의 한 생활용품 매장에 일회용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이런 가운데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매장 등에서는 일회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날 오후 찾아간 강릉 교동의 한 생활용품 매장에서는 일회용품을 사러 온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에 근무하던 직원 A씨는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요즈음 일회용품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물을 받을 수 있는 드럼통 같은 것은 오전에 물건을 놓자마자 순식간에 다 팔렸다"고 전했다.
한편 강릉지역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12.2%로(평년 70.9%) 전날 12.4% 보다 0.2%p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