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강릉 가뭄 장기화…불안한 산모들 '원정 출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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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 불안에 아기 못 키워" 친정 거주지 전원 잇따라
조리원도 물 절약 총력 "신생아 돌봄엔 절약 한계"
지역 커뮤니티 등 "피난가야 하나" 불안감 극에 달해

강릉의 한 산후조리원. 구본호 기자강릉의 한 산후조리원. 구본호 기자
강원 강릉을 덮친 최악의 가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산모들이 출산과 산후조리를 위해 외지로 떠나는 '원정 출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릉의 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아온 임신 30주차, 32주차 산모 2명은 최근 경기도와 충청도의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해 전날 전원 조치됐다.

두 산모 모두 해당 병원 산후조리원까지 예약돼 있었지만 극심한 가뭄 속 신생아 돌봄이 어렵다는 불안감에 결국 친정이 있는 지역 병원을 선택했다.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 출산하면 지자체 산후도우미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불편도 있지만 '물 부족 앞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게 산모들의 심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분만을 앞둔 산모들이었고 첫 진료부터 봐왔던 터라 친밀감이 많이 형성돼 있었던 만큼 아쉬운 마음이 컸다"며 "혹시나 단수가 될까 하는 마음에 산모들의 걱정이 정말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산을 앞둔 34주차 산모는 조리원 입소 계획까지 잡아 놓은 상태였으나 마지막 산전 검사를 앞두고 친정이 있는 충남으로 전원을 요청해 병원 측이 차트와 결과지, 의뢰서를 작성해 보내주기도 했다.

산부인과의 경우 긴급 상황이 아니면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전원이 쉽지 않지만, 사정을 들은 타 지역 병원들이 선뜻 이들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산후조리원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신생아 돌봄 과정에서 세탁기 사용과 젖병 소독 등으로 물이 상시 필요하기 때문에 만약 단수가 발생하면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모 7~8명이 입소 중인 한 산후조리원은 보호자 샤워를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보호자 식사를 배달이나 외부 식사로 대체하는 등 물 절약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리원 관계자는 "신생아는 매일 목욕을 시켜야 하고 옷과 기저귀, 젖병 세탁도 필수라 하루 4~5차례는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며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직결된 문제라 절약에도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강릉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강릉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한 산모는 "내년 3월 출산인데 조리원을 타지역으로 가야 할까요? 가뭄이 금방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아 장기화된다면 친정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산모는 "3일 뒤에 조리원에서 퇴소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겠느냐", "24시간 케어를 해본 적이 없어 막막하다. 산후도우미 신청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피난을 가야 하나 싶다"는 글들을 남겼다.

한편 강릉지역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12.2%로(평년 70.9%) 전날 12.4% 보다 0.2%p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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