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끝내 장동혁…'뺄셈의 정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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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에 먹힌 국민의힘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장동혁 후보가 26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결선장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장동혁 후보가 26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결선장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끝내 국민을 외면했다. 내란과 탄핵사태를 초래한 비상한 국면에서 비상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득권 정치와 극우세력의 합작이 만들어낸 편향된 당원구조는 국민의힘이 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반(反)국민정당임을 재확인시켰다. 달리 말하면 국민의힘은 합리적 보수가 설 자리를 잃은 채 극우세력에 완전히 장악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이끌 새 대표로 강성 탄핵 반대파인 장동혁 의원을 26일 선출했다. 반탄파의 대결로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김문수 후보는 2367표차로 고배를 마셨다.
 
장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대여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과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혀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찬탄파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미 경선 과정에서 "외부의 적 50명 보다 내부의 적 1명이 더 위험하다. 내부 총질 세력은 함께 갈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어게인' 세력 결집에 적극 나섰던 장 후보가 당선된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 충격적이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12.3 계엄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탄핵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이었던 조경태 후보가 대표경선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 이변인 것처럼 최고위원 선거도 이변의 연속이었다.
 
최고위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2위 다툼을 벌였던 김근식 후보가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최대 이변 중 하나다. 김 당협위원장은 "김문수 후보는 혁신을 자해라고 비난하고, 장동혁 후보는 혁신의 요구를 내부총질 세력이라고 비난한다"며 극우들에 당을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국민의힘 퇴행은 극우에 잠식당하는 과정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25 트럼피즘 향방과 대한민국의 선택' 국제 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25 트럼피즘 향방과 대한민국의 선택' 국제 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퇴행은 보수정당이 극우에 잠식당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전광훈 세력과 통일교 신자, 전한길씨 추종자 등이 대거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극우세력의 침투에 당 지도부가 미온적인 건 기득권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겠지만, 그러다보니 심하게 말하면 기생세력이 숙주를 조종하는 지경에 내몰렸다. 당 안팎의 우려대로 보수정당이 극우에 먹힌 셈이다.
 
국민의힘이 건강하지 못한 정당으로 뒷걸음친 주범은 '뺄셈의 정치'였다. 건강한 비판을 거부하는 정당 문화는 '비판은 곧 배신'의 프레임으로 잠재적 정치 지도자들을 옭아맸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고, 윤석열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이었던 이준석 전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로 토사구팽 당했다. 계엄에 반대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친윤과 극우세력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뺄셈의 정치에서 합리적 보수 질식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당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당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뺄셈의 정치에서 합리적 보수와 이성이 숨쉴 공간은 줄어들었다. 장동혁 대표의 첫마디가 "지금부터 단일대오에서 이탈하고 내부 총질하는 분들에 대해 결단하겠다"고 한 것은 흡사 계엄령을 선포한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다. 뺄셈의 정치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위헌적인 내란사태를 겪고도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정치세력에 국민들이 눈길을 줄 리 만무하다. 반성도 자정노력도 미래비전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소명을 가진 정당에 정치적 힘이 실릴 리 없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당분간 내란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뺄셈의 정치의 끝이 소멸로 이어질지, 분열로 이어질지 관심이 증폭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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