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트럼프의 '아무 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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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이 이 대통령에게 여러 조언을 했다.
 
조언의 핵심은 '트럼프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였다.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젤렌스키처럼 백악관에서 쫒겨날 수 있다는 것.

26일(한국시각) 새벽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런 걱정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됐다고 해도 트럼프의 '아무 말 대잔치'와 외교적 무례는 참기 힘들다. 돈 달라는 요구를 넘어 땅까지 내놓으라는 대목에서는 귀를 의심할 정도다.

그는 이 대통령과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는 한국에 큰 기지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리에게 (주한미군 주둔지를)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다. 양도와 임대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의제로 한다던 21세기 한미정상회담이 '조계'와 '할양'이 난무하던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로 되돌아간듯하다.
 
한국내 주한미군 기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목적이 달성돼 더 이상 필요없을 경우 그 시설과 구역을 한국에 반환하도록 규정돼 있다.
 
트럼프가 말한 임대도 사실이 아니다. 정상적인 임대는 임차비를 내야 하는데 미군 기지는 무상 임대다. 미국이 임차료를 내고 있는 주일미군과 다른 점이다.
 
평택 미군 기지 건설비용도 90%를 한국이 댔다.
 
미군 기지에 종사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 등도 방위비 분담금 형태로 한국이 내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분담금을 다 쓰지도 못해 수천억원을 금고에 쌓아 두고 있다.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한국에 알려주지도 않는다.
 평택 미군기지. 연합뉴스평택 미군기지. 연합뉴스
예산 집행 정도에 따라 분담금을 조정하는 일본과 역시 다른 점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이 여전히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미국의 돈을 뜯어가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가 남의 나라 땅에 욕심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선자 시절에도 그린란드를 탐내는 발언을 해 영유권을 갖고 있는 덴마크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또한 파나마 운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해서도 소유를 운운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발언이 즉흥적 발언인지 아니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받기 위한 압박용인지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영토는 국가 주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단호한 입장을 미국 정부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말이 되는 말을 하라'고
 
트럼프의 내정간섭적 발언도 짚어볼 일이다.

12.3 내란 계엄 종식을 위한 특검의 수사와 관련해 '숙청' '혁명' 등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정보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주한미군 기지가 수색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문제를 만들어 한일 협력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투로 말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나라의 내정을 부정적으로 언급하고 제3국과의 민감한 역사 문제를 일방적 시각에서 지적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 무례다.
 
트럼프의 억지와 무례함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라며 대수롭지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면 국민 여론이라도 나서야 한다. 최소한의 국가 주권을 지키는데에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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