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새 디지털 싱글 '차차차' 라운드 인터뷰를 연 프로듀서 빈스. 더블랙레이블 제공음악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해서 나도 저런 걸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에서였다. 여전히 그 마음만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 뉴욕대학교(NYU)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뮤직 비즈니스' 학과가 '미국 내 1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과를 한 이력도 있다. 무엇보다 "어떤 걸 전공으로 졸업해도 '음악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무수한 히트곡을 만든 유명 프로듀서 테디에게서 같이해 보자는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그는 기억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잘됐을 때보다 더 좋았을 수도 있죠. 진짜 아무런 비전 없이 너무 재밌어서 (음악을) 한 건데, 그런 기회가 와서 이거로도 길이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빈스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음악 프로듀서 중 하나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터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사자보이즈(Saja Boys)의 '소다 팝'(Soda Pop) 작사·작곡과 '유어 아이돌'(Your Idol) 작곡에 참여했다. 올해 최고의 신인으로 거론되는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 프로듀싱도 맡았다.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연달아 경사를 맞이한 가운데, 본인 신곡 '차차차'(CHA CHA CHA) 발매를 앞둔 프로듀서 빈스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지난 6월 20일 공개된 후 각종 기록을 새로 써 나가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제공'소다 팝'이 해외의 클럽이나 광장에서 나오고, 외국인들이 다 따라 부르는 풍경을 보면서 빈스 또한 "깜짝깜짝 놀라"는 건 마찬가지다. 그는 "프로듀서라는 직업 특성상 미디어에 노출될 일이 많진 않다, 아무리 히트곡이 있어도. '케데헌' 통해 뉴스에도 나오니까 새삼 다르게도 느껴지고, 지인들이랑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신다"라고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곡 작업 제안이 왔을 때는 사자보이즈라는 그룹명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그 에너지로 먹고사는 데몬(악령)이라는 설정, "되게 러프(거친)한 2D 스케치"가 나와 있었다. 약 2년에 걸쳐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을 만들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계속된 요청 사항'이다. 빈스는 "피드백이 계속 오더라. ('소다 팝'에서) 여기는 더 발랄해야 한다 하고. 맞춰가는 작업이 생소하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애니메이션 측에서 딱 원하는 비전이 있었기에 맞춰서 하면 돼서 생소해도 재밌는 작업이었다"라고 기억했다.
이전에 했던 다른 작업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작업이 어떻게 달랐는지 묻자, 빈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아티스트분들은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대화하면서 어떻게 풀어나갈까 한다면, 이건 영상과 영화 콘셉트에 맞춰서 해야 하는 작업이다. 어떻게 보면 프로듀서와 클라이언트 관계로 되게 '오고 감'이 많고 맞춰나가야 한다"라고 전했다.
빈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중 사자보이즈의 곡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 작업에 참여했다.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HUNTR/X)가 부른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은 8위, '소다 팝'은 14위로 매주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 중이다.
왜 이렇게까지 사랑받는지 생각해 봤을까. 빈스는 "진짜 애니메이션 영향이 엄청 컸다고 생각한다. 블랙레이블의 장점은 누구 한 명이 욕심을 부리고 막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 안에서도 많은 프로듀서가 의견 나누고 테디 형이 항상 지도해 주니까 우리끼리의 시너지도 많이 나타나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페이머스'(FAMOUS)와 '위키드'(WICKED)를 모두 성공시키며 입지를 다진 더블랙레이블 소속 신인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빈스가 전담 프로듀서를 맡았다. "제가 생각했을 때 멋있는 것"을 중심에 두고 음악을 만들었다는 빈스는 혼성 그룹이 "워낙 생소한, 요새는 없는"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확신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만난 "매일 보는 친구들" 올데이 프로젝트는 멋졌다. 빈스는 "이렇게 멋있어 보이면 대중분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지난 6월 데뷔한 신인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빈스가 전담 프로듀서를 맡았다. 더블랙레이블 제공신인임에도 처음부터 '너무 잘돼서' 부담되진 않을까. 빈스는 "확실히 있다"라면서도 "올데프 친구들과 작업할 때 재밌는 부분은, 각자 개성들도 너무 센 만큼 각자 아이디어들도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서로 뮤지션으로 대화하며 풀어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서, 애들이 (부담감을) 덜어내 주는 게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 6월 20일에 전 세계에 공개됐고, 올데이 프로젝트의 데뷔 싱글은 지난 6월 23일 나왔다. 빈스는 "모든 걸 다 의도 안 했다고 하니까 안 믿어주실 수도 있겠지만 진짜 의도하지 않았다"라고 웃은 빈스는 "'케데헌'은 나오는 날까지 몰라서 '우와, 나왔다!' 이렇게 됐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을 만큼 되게 좋은 일들이 많았다"라고 돌아봤다.
또한 빈스는 "(올데이 프로젝트는) 열심히 준비했고 심혈을 기울인 만큼 잘돼줘서 너무 기쁜 게 있었다면, '케데헌'은 작년에 작업을 다 끝냈고 워낙 생소한 작업이다 보니까 끝내놓고 그냥 잊고 살았는데 올데프와 비슷한 시기에 나와 너무 잘돼서 오히려 깜짝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올데이 프로젝트 음악에서 많은 요소를 덜어내 간결하게 구성한 이유 질문도 나왔다. 이에 빈스는 "어찌 됐든 데뷔 전부터도 이슈 될 만한 포인트가 있어서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터지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했을 때 최대한 멋있게 나오는 게 맞다고 봤다"라며 "흥행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 최대한 멋있게 만들어 보자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 되니까 오히려 신기하다"라고 답했다.
오늘(18일) 공개되는 빈스의 새 디지털 싱글 '차차차'. 더블랙레이블 제공주중에는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들끼리 모여서 몇 시간은 음악에 관한 고민을 나누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12시간씩 매일 작업한다. 빈스는 "저의 경험은 너무 제한적이니까 프로듀서로서는 작업하는 아티스트들 주변 사람들 이야기 통해서 많이 영감을 얻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빈스는 평소 곡을 만들 때 '와, 이건 최고다!' 하면서 "금방 만족"하는 편이다. 그는 "저는 자아도취 하면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테디 형은 나오기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 이게 베스트(최선)인가?' 하고 본인한테도, 주변 사람들한테도 질문을 던진다"라며 "항상 질문 던지고 고쳐나가는 부분 보면서 저도 배운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빈스도 "항상 음악이 나오기까지 디테일 심혈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한다. 음악적 고민으로는, '턴오버 이슈'를 들었다. 그는 "음악 순환되는 게 너무 빠르다 보니까 그 페이스에 맞춰서 이만큼의 디테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에 관해 고민이 있는데, 그래도 아직은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고의 작업물을 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트렌디한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일은 역시나 '음악 듣기'다. "작업하려면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빈스는 "맨날 새로 나오는 음악을 들어보면서 독특한 게 있으면 최대한 빨리 받아들여서 제 음악에 접목하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CD로 찾아들었는데 요즘은 전 세계의 음악을 바로 찾아 들을 수 있으니까 들을 수 있는 음악 스펙트럼도 넓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들어 'K팝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빈스는 프로듀서로서 곡을 만들 때 '난 오늘 K팝 곡을 만들 거야'라고 단 한 순간도 생각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적인 팝 곡을 만들 뿐인데 많은 경우에 한글을 쓰기 때문에 그게 K팝이 되는 것"이라며 "비주얼, 패션, 안무 비디오까지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전체적인 패키지를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열광해 주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본인 음악을 듣고 나서 "딱 들었을 때 '좋다!'라고 느꼈으면 좋겠다"라며 "노래는 그래서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것 같다"라고 한 빈스는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도 열려 있다. 제일 원하는 아티스트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다. 그는 "올해 들어서 해외 작곡가들한테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자주 오기 시작했다. 기회가 되면 많은 사람들과 작업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