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6차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미 양국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하는 등 통상 협상을 타결한 데 대해 주요 외신들은 "극적인 타결"이라며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25% 관세 충격'을 피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일정한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한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협상은 최악의 상황을 피한 사례"라며 "한국에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고유의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주요 수출 경쟁국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점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이번 발표는 무역협정의 전체 윤곽을 제시하는 수준이며, 세부 내용은 향후 수년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25%보다는 완화된 수준이지만, 한국이 경제적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NYT는 "한국은 GDP의 44%를 수출에 의존하며 이는 일본의 두 배"라며 "높은 대외의존도로 인해 관세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이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상, 15%라는 관세 수준 자체만으로도 산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CNN은 "현재 수준에서도 트럼프의 관세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율 0.1% 감소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5% 관세가 부과됐다면 경제적 고통은 더욱 극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무역협상 타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외신들은 한국의 정치적 배경과 협상 과정도 짚었다. NYT는 "6월은 새 정부 출범과 미중 무역 협상 재개가 겹치며, 한국에겐 길고도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며 "당초 7월 9일로 예정됐던 협상 시한이 8월 1일로 연장되면서 숨통이 트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협상은 한국의 새 정부에 특히 까다로운 도전이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와 쌀 시장에 대한 접근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민감한 이슈"라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에겐 국내에서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한미 무역 협정이 "삼성, 현대, 한화 수장들이 첨단 제조 분야에 대한 새로운 미국 투자를 약속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필사적인 한국의 로비 활동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외신은 한국이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라는 점에서, 일본이나 유럽연합과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게 된 이번 결과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기존에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반면, 한국은 FTA를 통해 사실상 무관세였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은 FT에 "일본이나 EU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하진 않지만, (한국이) 한 때 누렸던 경쟁 우위는 잃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