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7월 채상병 사고를 수사한 당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류영주 기자
순직해병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VIP 격노설'을 자신에게 알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3명을 법정에서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전 사령관은 지난 22일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법에서 "임기훈(육군 중장)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박진희(육군 소장) 전 국방장관실 군사보좌관, 김형래(해군 대령) 전 국가안보실 행정관 등 세 명 가운데 한 명에게서 'VIP 격노설'을 들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이 'VIP 격노설'이 불거졌던 2023년 7월 31일 전후 김 전 사령관의 통화내역 등을 법정에서 제시하자, 김 전 사령관이 세 명 중 한 명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이다.

다만 김 전 사령관은 "이들 가운데 누구로부터 들었던 것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김 전 사령관은 VIP 격노설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지난 22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2년 만에 처음으로 '격노설을 들은 것 같다'고 시인했다.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별검사팀 이명현 특별검사. 류영주 기자
특검팀은 이들 세명 가운데 임기훈 중장 또는 박진희 소장이 김 전 사령관에게 VIP 격노설을 전달한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중장은 VIP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에 참석했던 7인 중 한 명이다.

박 소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핵심 참모였다.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돌연 사건 이첩을 보류한 만큼, 이 전 장관을 보좌한 박 소장이 김 전 사령관에게 격노설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지인인 A씨의 인천 자택 등을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최근 수사를 받는 중에도 A씨와 연락을 이어온 부분을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특검팀은 이날 구명로비 의혹을 정치권에 제보했던 전직 해병 B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특검팀에 압수물을 반환 받으러 방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이 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때 확보한 이 전 대표 휴대전화와 USB 등에 대해 내용을 복사해 김건희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오는 31일에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다. 박 대령은 지난 16일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추가 조사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특검팀은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사수처(공수처) 부장검사가 위증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이첩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