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국정 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국민 통합'을 내세우면서 대(對) 국회 업무를 총괄하는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여야(與野) 협치 기능이 마비됐던 상황에 견줘, 우상호 정무수석은 현안에 맞춰 여야 정치인들을 찾는 등 분주한 소통 행보를 이어가면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은 사법·검찰·언론 등 여야간 견해가 갈리는 개혁 과제 추진엔 속도 조절을 요청하면서, 야당과의 협치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재명 정부 초대 정무수석인 우상호 수석은 이런 소통 기조에 맞춘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무수석은 국회·정당과 소통하며 정치 현안을 총괄하는 인사로,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고 이를 국회에 전달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금 민주당에서 야당이랑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은 우상호 수석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 국민의힘 의원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다선 의원은 "민주당 인사 중에선 무난한 인사라고 생각한다"며 "(우 수석은) 고참이고 두루두루 인맥도 좋다. 소통에 비중을 둔 인사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지도부 오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같은 기류에 발맞춰 우 수석은 정치적 상황에 맞춰 여야 정치인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우 수석은 지난 10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만나면서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다음 날인 11일에는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 개혁신당 천하람 당대표 권한대행,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를 예방했고, 12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와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를 찾아 사흘째 정당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우 수석은 각 정당 지도부 예방 일정을 마치며 "국정을 함께 책임지는 정치 주체로서 모든 정당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라며 당정간 소통과 경청을 거듭 강조했다.
국정 운영의 돌파구로서 대통령실 내 정무수석의 비중도 커지는 모양새다. 윤 정부에서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으로 여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우 수석은 24일 국회를 찾아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위원들을 직접 만나 유임 배경 등을 설명하고 위원들의 우려를 경청했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소통 행보는 임기 내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전 정부인 윤석열∙문재인 정부에서는 여야 교착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권 말기로 접어들수록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곤 했다.
직전 정부인 윤 정부에선 이진복, 한오섭, 홍철호 등 세 명의 정무수석이 임명됐지만,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여야 교착 상태를 해소하지 못해 정무수석 책임론이 대두된 바 있다.
당시 기준으로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와 야당과의 소통이 절실했지만,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취임 이후 720일 만에 성사될 만큼 정국이 막혀 있었다.
이재명 정부와 마찬가지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등 개혁 과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야당∙검찰 등 핵심 기관과의 갈등이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대 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간 협치는 기본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상 제대로 협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지난 정부"라며 "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정국 운영의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문 정부 시절) 적폐 청산 등으로 반발이 일어나면서 국정 운영을 위한 동력이 소모적 갈등으로 훼손됐다. 이럴 가능성이 있으니까 협치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