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가 입원한 서울아산병원 앞에 '윤석열 김건희 구속하라' 등 팻말이 붙은 트럭이 놓인 채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보영 크리에이터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할 특검팀이 본격적인 수사 채비를 갖추는 가운데 김건희씨가 입원한 서울아산병원에 크고 작은 잡음이 일고 있다. 병원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가 하면 김씨가 병원에서 마약을 했다는 허위 신고까지 접수되는 등 병원을 둘러싼 갖가지 소동에 일부 병원 이용객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입원소식 듣자마자 병원 근처에 '한 달' 집회신고
비 내리는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서관 후문 앞에는 '윤석열 김건희 구속하라' 등 팻말이 붙은 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트럭 옆에는 간이 천막을 펼쳐놓고 비를 피하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구태균(60)씨가 앉아 있었다.
구씨는 지난 19일부터 이곳에 나오고 있다. 그는 "(김건희씨는) 지금 계속 핑계를 대며 (검찰 출석을) 미루고 있다"며 "지금 이 병원에 입원하는 건 또 한 번 출석을 미루기 위한 편법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구씨는 김건희씨가 이곳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분노해 집회신고를 했다. 구씨는 "지금까지는 아크로비스타(윤석열씨 사저) 근처로 가지도 못했다"며 "우리 민주시민이 저 사람들(윤석열·김건희씨 부부)을 향해서 할 말을 전할 유일한 장소가 여기(병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씨 부부가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은 법원으로부터 100m 이내 구역에 들어와 있어 집회·시위가 제한된다. 이에 김건희씨가 병원에 입원한 참에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됐다는 것이 구씨의 설명이다. "집회신고를 한 달 치 했다"는 그는 "철수하는 날은 김건희가 퇴원하는 날"이라고 했다.
김건희씨가 지난 16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사실은 CBS노컷뉴스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김건희씨가 평소 앓던 지병이 심각해지면서 입원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김건희씨의 입원 당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서 김건희씨에게 3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출석 요구를 받은 직후 입원 수속을 밟은 모양새다.
구씨 등 집회에 나온 인원 5여 명은 점심시간까지도 계속 집회를 이어갔다. 점심시간에는 서로 교대하며 식사를 하기도 했다. 구씨는 "우리가 이 자리를 지키고 이렇게 있다는 사실만으로 (김건희씨에게) 눈엣가시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 방문객들의 시선은 구씨의 생각과 일치하지만은 않았다. 아들의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른 60대 여성 박모씨는 "여기 다 아픈 사람들밖에 없는데, (김건희씨가) 왜 병원에 입원해서 (집회를 열리게 해) 다른 사람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김씨와 구씨를 싸잡아 비난했다.
한 서울아산병원 직원은 "간혹 몇몇 환자들이 '왜 저기서 (집회) 하게 놔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며 "공용주차장에서 집회하는 건 병원 부지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시끄러우면 소음 신고가 들어가서 소음 측정도 하는데, 집회 측도 법적으로 안 걸릴 정도로 해서 제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구씨도 "소음 전혀 안 내고 영상만 조금 띄웠는데도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찰도 왔었다"며 "지금 아무 일도 없는데 자꾸 윤 지지자 측에서 신고를 한다"며 불평했다.
김건희에 치킨배달, 마약신고…해프닝 속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구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집회로 주변이 소란해진 서울아산병원에는 황당한 해프닝도 있었다. 김건희씨가 입원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한 지지자는 병원 측에 치킨을 배달시키며 '김 여사에게 전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배달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씨가 병원에서 마약을 한다는 허위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경찰청은 김건희씨가 입원한 다음 날인 지난 17일 "김건희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 중랑경찰서는 112 신고를 접수한 뒤 곧바로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신고자 신원을 파악하고 50대 여성 A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신고자는 예전부터 여러 차례 허위 신고를 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신고자에게 정신병력이 있어 강제로 검거하지는 않고, 허위신고 혐의를 적용해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김건희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할 이른바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은 지난 20일부터 근무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민중기 특검이 법무부에 요청한 부장검사 5명이 모두 파견됨에 따라, 이들 가운데 4명이 이날 첫 출근을 해 본격적인 업무에 나선 것이다. 민 특검은 이들 외에도 수사를 담당할 검사와 수사관 등의 파견을 추가로 요청하는 등 특검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