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위임으로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쇼이구 안전이사회 서기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북한은 러시아에 공병 1천명과 군사건설인력 5천명 등 6천명 규모의 3차 파병을 하기로 했다.
"러시아 영토 내 지뢰 제거를 위해 1천명의 공병대를 파견하고, 점령군에 의해 파괴된 인프라 복구를 위해 5천명의 군사건설 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의 보도이다.
여기서 1천명의 공병대는 지뢰 제거 및 폭발물 처리, 방어진지 건설 등의 임무에 특화된 전투공병으로 보인다.
5천명의 군사건설 인력은 일반 공병이나 제대 군인 등으로 구성돼 파괴된 도로와 교량, 건물 등 인프라 복구 작업에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공병 8개중대, 일반공병·제대군인 10개대대 규모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투공병 1천명 파병의 경우 8개 중대, 일반 공병 5천명 파병의 경우 10개 대대 규모"라면서 "3차 파병부대를 공병 중심으로 편제해 쿠르스크 방어진지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1차 파병으로 1만 1천명의 군인이 러·우 전쟁에 참가했고 올 들어 2차 파병에서 3천명의 전투병 증원이 이뤄진 데 이어 이번 3차 파병으로 방어진지 구축 및 복구사업까지 맡게 된 것이다. 북한이 전쟁의 전 과정에 참여한 셈이다.
북한의 공병 등 군 건설인력은 그 동안 평양 여명거리와 화성주택지구 등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파괴된 쿠르스크 지역을 재건하고 방어진지로 구축하는 작업을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서기는 3차 파병부대의 역할과 관련해 "가까운 시일 내 작업을 시작할 것"인데 "먼저 준비 작업과 장비 관련 작업을 한 뒤 실질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복구 작업은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시작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러시아 3차 파병 공개에 北 동의한 이유
연합뉴스러시아가 북한의 3차 파병을 공개한 것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협상을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쿠르스크 지역에 방어진지를 확실히 구축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휴전 및 종전 협상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공개 발표를 수용해 북한군의 기여를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러시아로부터의 반대급부 챙기기를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휴전 또는 종전협상과 함께 러시아의 전후 복구사업도 사실상 시작되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복구사업 선점을 통해 외화획득을 꾀하고 정찰위성 등 각종 첨단무기기술 지원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다만 18일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쇼이구 서기를 접견한 사실은 공개하면서도 3차 파병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추가파병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안감 등을 반영해 모호성을 유지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쇼이구 서기의 담화와 관련해서는 "복잡한 국제 및 지역정세를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양국 지도부의 견해와 의견들이 폭넓게 교환"됐으며 "완전한 견해일치가 이루어졌다"는 보도 내용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한반도 정세만이 아니라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폭격 등 중동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응방안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한 데 이어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과 안보협력이 더욱 부각되는 반면 북한과 미국의 대화 가능성은 그만큼 유보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의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는데, 미국과 러시아에 대해 김 위원장이 느끼는 온도 차이를 잘 드러내는 대목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