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시위 방해에 경찰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린 이후 열린 1702차 정기 수요 시위. 나채영 기자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모욕 행위를 적극적으로 금지해달라는 목소리가 관련 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4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의 적극적인 현장 대응과 실효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혐오 발언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자택 집 앞에서 한 모 보수 단체가 집회를 열었다는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1992년부터 30년 넘게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수요시위는 2021년부터 일부 단체들의 조롱과 모욕적 언행 등으로 방해 받아 왔다. 이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단체이자, 수요시위를 주최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은 집회의 정상적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22년 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4월 종로경찰서장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반대 집회 측에서 지나친 스피커 소음 등을 일으켜 집회를 방해하거나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권고 이후인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열린 1702차 정기 수요시위는 조용히 열렸지만 자원봉사자 김선민(55)씨는 "(일부 인사들이) 몇 주 전부터 피해 할머니가 사는 집 주소를 공개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혐오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그 마을로 가고 있는데 (수요시위) 현장이 조용하다고 해서 좋은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안부법 폐지 국민행동'은 위안부 피해자의 포항 자택 앞에서 '사기 그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같은 날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의 김병헌 대표는 "위안부는 허구"라며 막말을 이어갔다.
정의연 측은 피해자 자택 앞까지 밀고 들어온 혐오 발언을 두고 국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대선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행위 금지 명시 및 처벌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하는데 할머니들이 모두 고령이고, 가족도 없는 분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것은) 개인을 넘어서 위안부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고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연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 5건이 계류 중이다. 이 이사장은 "(이 대통령 공약은) 극우역사부정세력을 처벌하고 평화의소녀상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기대했다.
정의연은 새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공약에) '2015 한일합의' 폐기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중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실현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별세한 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6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