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괴물 산불'…"처벌이 너무 약해요", 사실일까?[노컷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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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성묘객 실수로 시작된 의성 산불, 경북 전체로 확산
작년 산불 원인 '사람 부주의'가 78%
"산불, 처벌이 너무 약해요"…'처벌 강화' 국민청원도 등장
법령·판례 따져보면…"민사상 손해배상도 봐야"
판정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연합뉴스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등지로 확산하면서 사망자만 20명을 넘어서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괴물처럼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는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와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산불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과연 사실일까.

노컷뉴스가 관련 법령과 판례,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팩트체크 해봤다.

산불 원인 78% "사람 부주의"인데…"처벌이 너무 약하다"?

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산불 원인의 절반 이상은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발생한 782건의 산불 중 608건(78%)가 실화나 소각 등 부주의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처벌이 너무 약하다", "처벌을 솜방망이같이 하니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처벌 강화 요구가 나온다.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산불 원인의 절반 이상은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처벌이 너무 약하다", "처벌을 솜방망이같이 하니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처벌 강화 요구가 나온다. 사진은 한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 캡처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산불 원인의 절반 이상은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처벌이 너무 약하다", "처벌을 솜방망이같이 하니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처벌 강화 요구가 나온다. 사진은 한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 캡처
정말 '솜방망이 처벌'일까?

현행 산림보호법은 실수로 산림에 불을 낼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의 방화일 경우 형량은 더 무겁다. 자기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르면 5년 이상 15년 이하, 타인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르면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문제는 산불 특성상 발화 원인 파악이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2021년 37.8% △2022년 31.7% △2023년 43.5%로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실화자를 특정하더라도, 초범이거나 과실 등의 사정을 고려해 형사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2017년 강릉 옥계에서 담뱃불 실화로 불을 낸 부근 주민 2명은 재판 끝에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적극적…솜방망이라고 할 수 없어"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불을 끄기 위해 소방호스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불을 끄기 위해 소방호스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형사처벌 외에도 실화자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강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성)는 26일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실화의 경우 형사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지만, 민사적 배상 책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솜방망이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최근엔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2016년 충북 충주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 임야 53ha를 태운 60대는 8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2015년 강원 삼척의 산불에선 집주인에게 1억 9천만원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 변호사는 "(산불은) 대부분 실수로 벌어진 교통사고 같은 일이기에 실화자가 적극적으로 끄려 하거나 신고한 정황이 있다면 '실화책임법'에 따라 감경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고의로 낸 산불이라면 형량은 굉장히 세게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에서 37차례에 걸쳐 산불을 낸 연쇄방화범 '봉대산 불다람쥐' 김모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손해배상금 4억 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미국도 한국과 형량 기준 비슷…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해외에서도 산불에 대한 처벌 수위는 가볍지 않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고의적인 방화는 최대 6년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실수로 인한 실화 역시 최대 3년 징역 또는 1만 달러 이하 벌금형이 적용된다. 형량 기준만 놓고 보면, 한국의 법이 유독 '솜방망이'라는 지적은 과장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존재해, 실화의 경우라도 행위가 현저히 부주의하다면 민사상 책임이 더 무겁게 부과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강대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우리나라에 산불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없지만, 위자료 부분에서 재판부가 금액은 높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며 "화재 진압 및 대응 비용도 구상금 청구 형태로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또 "최근들어 우리나라의 산불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기술 발달로 범인 특정이 용이해졌고 손해에 대한 측정도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산불의 사실상 최초 발화지로 여겨지는 경북 의성의 경우, 안평면 야산에서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 A(50대)씨가 실화 혐의를 받고 있다. 의성군은 "A씨가 직접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남 산청과 울산 울주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들 또한 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산청 산불과 관련해 예초기 사용 중 불이 났다고 진술한 지역 농장주 등을 조사했고, 울주에선 농막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60대가 조사 받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예방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예방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 기록을 갈아쓰고 있다"며 "산불 진화 후 정부는 예방과 대응에 어떤 부족함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10년간 산불의 71%가 입산자 실화, 쓰레기 소각 등 개인 부주의로 발생했다"며 불법 소각 행위 단속 강화와 엄정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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