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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중도보수' 논란 속…李 "주4일제와 52시간제 예외는 양립" 가능할까[노컷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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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李 "노동 양으로 승부? 선진국 될 수 없다"
2주 전엔 "몰아서 일하기 왜 안되나"
AI 선두 주자 美 보니…'양립 가능'
노동계 "이론적으로 가능해도…총 노동시간 연장 우려"
판정 결과, '절반의 사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해당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해당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몰아서 일하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것은 합리적인 요구로 보인다" (3일 국회 민주당 정책 토론회)
"과학 기술의 시대, 이제는 노동이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중략) '밤새 일해보자', '주말에도 출근하자'…이래가지고 어떻게 경쟁하나" (19일 MBC 백분토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발언들이 연일 화제입니다.

그동안 집중해온 '분배' 대신 '경제 회복과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 이전과는 다른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반도체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적용 예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밝힌 점이 대표적입니다.

'몰아서 일하기'와 '노동 시간 줄이기'가 공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권을 중심으로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제 추진, 그리고 주52시간제 예외는 양립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 두 가지는 동시에 구현될 수 있는 것인지 CBS노컷뉴스가 팩트체크해봤습니다.

"노동 양으로 승부? 선진국 될 수 없다"…2주 전엔 "몰아서 일하는게 왜 안되나"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19일 이 대표는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한국 사회는) 노동의 양으로 승부하려는 게 여전히 남아있는데 그래가지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노동시간을 줄여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자"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 대표가 특정 산업군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면서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한해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 조건의' 주52시간 예외 적용을 시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시간 감축 주장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고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여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11일 SNS를 통해 "주52시간제 예외 검토와 노동시간 단축, 주4일제 추진은 얼마든지 양립가능하다"며 △반도체 산업 △R&D 분야 한정 △총 노동시간 유지 △연봉 약 1.5억 이상 고액연봉자 개별 동의 △노동시간 변형에 따른 수당(연장, 심야, 주말) 전액 지급 △수년간 한시적 적용 △건강 고려 등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AI 선두 주자 미국, "컴퓨터 산업군, 초과근로 제한 無…노동시간 단축 논의까지"

노동시간 유연화와 단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건 얼핏 모순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주52시간 예외 적용 확대, 즉 '노동시간 유연화'는 노동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이 대표의 주장은 이론적으로 실현 가능할 수 있다고 확인됐습니다.

그 근거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단축이 함께 운영되는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건물.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초과근로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고 특히 컴퓨터 관련 종사자, 고위관리직, 고액소득자 등 일정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자들에 한해 초과근로수당 지급이 면제된다. 연합뉴스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건물.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초과근로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고 특히 컴퓨터 관련 종사자, 고위관리직, 고액소득자 등 일정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자들에 한해 초과근로수당 지급이 면제된다. 연합뉴스
미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데, 주목할 점은 연 평균 노동시간이 한국(1904시간)보다 짧은 1822시간(2022년 기준)임에도 초과근로에 상당한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공정근로기준법(FLSA)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지만 근로자가 16세 이상인 경우 초과근로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습니다. 대신 초과근로 시 1.5배 이상의 수당 또는 보상휴가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고의로 위반하면 처벌받습니다.

특히,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은 일정 소득 이상의 직종에 대해 초과근로수당 지급 의무마저 면제하는데, 이는 이 대표가 언급한 조건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FLSA 제13조에 따르면 고위관리직, 컴퓨터 관련 종사자, 고액소득자 등은 최저임금과 초과근로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단국대 신동윤 교수의  2024년 "미국 노동정책의 변혁과 진단"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면제 조항은 "(일부 화이트칼라 업무가) 근로시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성과나 질을 측정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반영해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노동이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는 이 대표의 주장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 같은 제도 하에 미국에선 현행 주 40시간 근로를 넘어 주 32시간제 도입까지 활발히 논의되곤 합니다. 지난해 미국 상원에선 표준 근로시간을 주32시간으로 낮추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고, 메릴랜드나 매사추세츠 등 일부 주에서는 세제 혜택이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주 4일제 도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노동계 "어떤 조건 붙든 과로는 과로…예외 적용 확대 우려"

노동계는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2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직종이든 고액 연봉자이든 그건 과로가 아니냐"면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자체가 근로시간 감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연합뉴스노동계는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2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직종이든 고액 연봉자이든 그건 과로가 아니냐"면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자체가 근로시간 감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주52시간제 예외 적용과 근로시간 감축이 이론적으로 동시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더라도, 근로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습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20일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직종이든 고액 연봉자이든 그건 과로가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특정 산업군에서 근무시간 유연제를 자발적으로 원한다는 주장에 대해 "기업이 성과나 생산량을 요구하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벌써부터 조선업이나 건설업에서도 '우리도 적용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걸 보면 장시간 노동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심지어 주52시간제도 틀린 표현"이라 지적하면서 "우리 근로기준법은 주40시간제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12시간을 추가로 인정한다. 이때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연근로시간제가 이미 존재하고, 반도체 R&D 등 신기술 개발에서 주 최대 52시간제가 문제면 기존의 재량근로제를 활용하면 되는데 왜 반도체특별법에서는 아예 특칙으로 주장하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주 최대 52시간제와 주4일제의 양립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는 방식은 건강 침해와 초과수당 미지급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은 상품 출시 일정에 맞춘 집중 근무인데, 보상 박탈이 숨어있는 쟁점"이라 경고했습니다.

한편 이같은 논쟁 속 반도체특별법 처리 문제는 오늘(2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이뤄지는 첫 국정협의회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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