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실거주 1주택자가 가혹한 과세 부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주장에 대해 "논리 모순이자 명백한 거짓 선동"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참전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대로 장특공제가 폐지된다면 실거주 1주택자들은 '세금 폭탄'을 떠안게 될까.
10억 차익시 세금 1천만원→수억원, 5억 차익시 세금 1천만원→0원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 박종민 기자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지난 8일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1인당 평생 2억 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선 고가 주택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누군가 주택을 사고팔 때마다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이 서울 강남 등 상급지로의 '주거 갈아타기'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세금 폭탄 입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실거주 1주택자에게까지 세금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3년 이상 1세대 1주택인 경우 보유∙거주 기간이 길면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높아진다. 10년 이상 실거주 1주택이라면 공제율은 최대 8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보유 주택에서 3년 이상 거주만 하면 최대 2억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간 거주'에 대한 보상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양도차익이 크지 않은 일부 1주택자 입장에서는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가 줄어들어 개정안이 현행법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양도차익이 5억 원(양도가액 20억 원 가정)이고 주택 보유∙거주 기간이 3년인 경우를 가정하면 현행법에 따른 산출세액은 약 1천만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반면 개정안에 따르면 이 경우
세액은 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거주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현행법에선 80% 공제를 받아 세금이 약 수백만 원으로 추정되지만, 개정안에 따른 세액은 똑같이 0원이다.
양도차익을 10억 원(양도가액 25억 원 가정)으로 가정하면 상황이 바뀐다. 만약 10년을 보유·거주했다고 가정하면 현행법에 따른 세액은 약 1천만 원대로 추정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수억 원대로 치솟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2억 원 공제를 받더라도 장특공제가 사라지면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현행보다 늘어나는 구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서 보듯 주택 실거주 기간이 길고 양도차익이 큰 고가 주택 보유자일수록 현행법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장특공제가 '실거주용'으로 주택을 '오래' 보유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에선 평생 받을 수 있는 공제액 한도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을 팔수록, 양도차익이 클수록 공제받는 총액은 늘어나게 된다.
정부·여당이 장특공 폐지?…법안에 여당 참여는 2명 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낸 논평에서 "범여권 의원 10명이 장특공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고, 대통령은 SNS로 폐지를 주장하는데, 당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일까.
우선 발의 의원 가운데 여당 소속 의원은 단 두 명이다. 나머지 7명은 같은 당 전종덕∙손솔∙정혜경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무소속 김종민∙최혁진 의원이다.
윤종오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법안 발의에 필요한 최소 의원 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진보당과 민주당이 협의했다기보다 보좌관들이 법안을 검토해 보고 (의원실에서) 함께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주택을 장기 보유했다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액공제) 2억 원을 무조건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민주당과 국민의힘과의 논의 과정에서 융통성 있게 수정 가능하다. 여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월에도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관련 입장을 밝혔는데, 당시 청와대는 공론화 절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월 23일 이 대통령은 SNS에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 감면은 이상해 보인다"고 적었다.
이틀 뒤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출입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한번 얘기해 봐야 하지 않겠냐고 의제를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오는 7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세법 개정안에 장특공제 폐지안이 담기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장특공제 폐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논의 또는 당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상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당정 협의를 통해 조정이 이뤄진다"며 "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특공제 폐지 논의가) 선거 변수가 될까 조심스러운 것도 맞지만, 당내 논의와 당정 협의가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지난 21일 "정부·여당은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 폐지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