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트리거'는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의 잘못을 밝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재 현장을 누비는 탐사보도 PD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극 중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은 CG로 구현됐지만, 바닥에 깔린 돌들은 미술팀이 직접 제작한 소품이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트리거'를 연출한 유선동 감독은 해당 촬영이 이틀 정도로 제한되어 있어 정신없이 찍었다고 떠올렸다.
"포항에서 촬영했어요. 밤에만 몇 시간 정도 주어졌는데, 그 시간 안에 돌을 깔고 치운 뒤 다음 날 통행이 가능하도록 정리했죠. 밤 되면 또다시 바위를 깔고 치우고, 스태프와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준 덕분이죠.(웃음)"해당 장면은 4화에 등장한다. 학원가 앞에서 차를 세운 한도(정성일)가 오소룡 팀장(김혜수)의 약을 사러 간 사이 철거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처럼 CG를 활용한 장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면도 있다. 정성일은 패러글라이딩을 직접 타며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선동 감독은 "정성일 배우가 전에 패러글라이딩을 타본 적이 있다고 해서 이번 촬영을 위해 한 번 날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고 떠올렸다.
유 감독은 "배우가 무서워하거나 주저하면 CG로 구현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촬영하려고 했는데 흔쾌히 타보고 싶어 했다"며 "정성일 배우가 실제 탄 장면들이 작품에 많이 나왔다"고 웃었다.
이어 "정성일 배우 머리 위로 쥐를 떨어뜨리는 신이 있었는데 동물 좋아한다며 상관없다고 하더라"며 "배우가 기꺼이 한다고 해서 특정 장면들이 생동감 있게 나왔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리거' 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유 감독은 김혜수를 비롯해 정성일, 주종혁 등 주요 배우들의 섭외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김혜수 선배님에게 제가 대본을 드리자고 했다. 오소룡이라는 인물에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았다"며 "주종혁 배우는 뭐랄까 전구 불 켜지듯이 떠올린 배우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를 보면서 아 이 친구의 모습을 통해 배역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성일 배우는 '배드 앤 크레이지(2021)'할 때 털털하고 유머러스한 면이 있는 배우란 걸 잘 알고 있었다"며 "'더글로리(2022)'에서 보여준 수트를 입은 모습보다 한도의 모습을 보여주면 굉장히 매력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말씀드린 것"이라고 떠올렸다.
다만, 한도가 1990년대 생 MZ세대로 나온 부분에 대해선 "30대 배우가 고등학생 역을 한다던가 '올드보이(2003)'에서 최민식 선배랑 유지태 씨가 같은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더글로리(2022)'에서의 정성일 배우의 임팩트가 굉장히 셌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작품 중후반부 갈 수록 정성일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이러한 이질감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10살 아래로 배역을 할 때는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건 모티브…김혜수 부상? 놀랐죠"
유선동 감독은 기억나는 장면으로 노숙인 할아버지의 쓸쓸한 빈소를 꼽았다. 그는 "대사가 많은 장면도, 배우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아닌데 편집본을 처음 봤을 때 약간 울컥했다"고 떠올렸다. 정성일도 "명확하게 한도의 전환점을 찾을 수 있는 장면"이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트리거'는 일반적인 형식과 달리 사건과 사건이 매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연결되는 구조를 가진다. 이 때문에 연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유 감독은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다 보니 연출적으로 고민을 더 했던 거 같다"며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변화의 흐름을 일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촬영 역시 차례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는 "1화에 나오는 믿음동산 에피소드는 작품 안에서 한 공간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따로 찍었다"며 "패러글라이딩도 날씨 변수 때문에 4~5개월에 걸쳐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촬영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배우가 두려움을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최대한 수정하고 콘티도 바꾸면서 안전하게 촬영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배우 김혜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그런데도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혜수가 작품 초반 허벅지 파열 부상을 입었던 것.
유 감독은 "깜짝 놀랐다. 앞서 무술팀과 스트레칭도 한 뒤에 리허설하던 중에 발생한 일이었다"며 "김혜수 선배님이 열정이 많으시다 보니까 촬영을 더 하고 싶다고 하셨지만, 바로 퇴근하도록 조치했다"고 떠올렸다.
작품에는 현실에서 일어난 과거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소재들이 여러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유 감독은 연출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 썼다고 한다.
유 감독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으로 담으려고 여러 번 되뇌였다"며 "촬영 시작할 때 어떤 사건을 다룰 때 왜곡되지 않게 연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떠올렸다.
"추자현, 김혜수와 밀리지 않아…현장 편하게 만들어야죠"
유선동 감독은 작품 전개를 빠르게 가져가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탐사 취재 과정을 따라가는 시청자들도 숨 가쁘게 주인공들의 동선을 쫓는 느낌을 받길 바랐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작품에는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악역들의 역할도 유독 눈에 띈다. △KNS 사장 구형태(신정근) △믿음동산 목사 사모(정아미) △손준영(문우진) △최호성(이해우) △조해원(추자현) △조진만(최대훈) 등 매회 새로운 악역들이 등장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정성일도 "마치 영화를 보는 거 같았다"고 감탄했다.
유 감독은 "오디션으로 본 배우도 있고, 섭외를 한 배우도 있다"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캐스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스스로 칭찬했다"고 웃었다.
특히 추자현 배우 섭외 과정에 대해선 "김혜수라는 대배우와 한 앵글에 잡혔을 때 에너지나 아우라가 밀리지 않을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추자현 배우가 생각났다"며 "정말 좋은 연기를 해줬다"고 극찬했다.
그는 촬영 현장 분위기를 최대한 편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면접을 보거나 그럴 때 긴장을 엄청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열심히 준비했어도 긴장되면 잘 못하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배우나 스태프도 자신이 준비한 것을 후회 없이 펼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유선동 감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시즌2 제작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래서 시즌2 얘기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어 "혜수 선배님이 출연하셨던 '시그널(2016)'도 10년 만에 시즌2가 제작됐듯이 보신 분들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가능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집필한 소설 프리*랜서의 웹툰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빠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며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트리거'는 지난달 19일 대미를 장식했다. 작품은 디즈니+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