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3시 100여명 시국선언
-국정원사태, 민주주의 유린한 도발
-댓글이 대북심리전? 손으로 해가려
-정치개입 아닌 인간 삶에 대한 관심
-朴,발뺌 말고 관련자 처벌,개혁해야■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영호 천주교 대구대교구
천주교 신부님들이 오늘 시국선언을 합니다. 신부들의 시국선언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닌데, 오늘 시국선언이 주목을 받는 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대구의 신부들이기 때문입니다.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대구대교구의 신부들 100여 명 가까이가 시국선언에 나섰다는 건데요. 1911년 대구교구 출범 이후에 최초라고 합니다. 그 입장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영호 위원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시국선언, 몇 시에 어디서 하시는 겁니까?
◆ 김영호> 오늘 오후 3시에 새누리당 대구시당 경북도당 앞에서 합니다.
◇ 김현정> 정확하게 몇 분이 참석하시는 거예요?
◆ 김영호> 시국선언에 서명하신 분들은 지금까지 한 500여 분 되고요. 시국선언하는 새누리당사 앞에는 한 100여 분 정도 참가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신부님들 가시고 수도자들 가고 이런 식으로?
◆ 김영호> 네.
◇ 김현정> 대구 천주교 역사상 이 정도의 대규모 시국선언은 최초다. 맞습니까?
◆ 김영호> 맞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실 대구하면 정치적인 성향이 상당히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87년 6월 항쟁 때도 전국 천주교가 다 나섰지만, 대구 신부님들은 묵묵히 계셨다고요?
◆ 김영호>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그런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왜 이번에는 나서시는 겁니까?
◆ 김영호> 대구교구가 보수적이라는 지역정서와 함께 지금까지는 시국적인 문제에 대해서 직접 개입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관망자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볼 수 있겠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2011년에 교구 설립 100주년을 지냈는데요. 그 시기를 기점으로 해서 대구교구가 좀 더 세상의 고통과 아픔에 동참하고, 억압과 불의에 신앙적으로 저항하고 정의를 위해 투신하는 교회가 되기를 갈망하는 신부님들이 좀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정의평화위원회가 다시 새롭게 출범하게 되었고, 이번에 이렇게 시국선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서 바른 목소리를 내자. 정의를 위해 우리도 나서자, 이런 말씀 하셨는데. 그런데 지금 그렇게 정의를 위해서 나서야 할 만큼 뭔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시는 거예요?
◆ 김영호> 네. 이번 국정원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어떤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차대한 도발행위라고 저희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전국 집회 미사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국정원 사태에 대한 각 교구 차원에서의 입장표명이나 아니면 시국선언이 있어야 한다는데 공감했고 부산교구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활동은 정상적인 대북방어 심리전 활동이었다. NLL 대화록 공개한 것도 역시 내 본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거다. 아울러 불법사전유출도 대선 때 없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영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국민들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을 사찰하고 영남과 호남으로 편 가르기 하고 욕설수준보다 못한 저질댓글을 달면서 그것도 국가 전체가 아니라 한 정당을 위해서 말 그대로 멸사봉당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정상적인 대북활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대화록 유출사건도 만약에 국정원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 공개가 결정되었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국정원의 쿠데타라고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이 과연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고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정쟁에 뛰어들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국가정보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 김현정> 그런데요, 신부님. ‘그래도 종교 아니냐. 종교인이 이렇게 나서서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이런 얘기가 시국선언이나 시국미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나오거든요.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김영호> 천주교가 정치에 관여한다는 말을 좀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정치에 관여한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인권과 복지라든지 민주주의 질서에 관한 것은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삶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교회는 지금까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 문제는 여당이냐, 야당이냐 이런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김영호> 그렇죠.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되는 문제라면 정파적 이해관계 없이 교회가 정의와 진리 편에 서서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국정원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니까 좀 더 결과를 지켜보는 게 낫지 않느냐. 시국선언을 서두르는 건 아니냐, 성급하지 않느냐.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영호>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말도 되지 않는 여름휴가라든지 생트집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그나마 잘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촛불집회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국민들의 엄정한 요구를 국회와 대통령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회가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뽑아준 거 아닙니까?
◇ 김현정> 대구가 대통령의 고향이잖아요. 대선 득표율도 80.1%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곳이기도 한데,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 김영호> 그런 면이 있습니다.
◇ 김현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특별히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 김영호>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추억에 젖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국정조사 사태와 관계돼서 나는 아무 도움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지시하지 않았다. 내가 관여한 일이 아니다, 하고 발뺌하는 것은 국가수반으로서 온당치 못한 자세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아주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사태에 관련된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금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국정원 개혁을 단행하라는 것이죠. 아울러 이런 사태에 대해서 국정의 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나와는 상관없으니까 하고 뒷짐 지고 있지 말고, 나서서 이 상황을 수습하시라, 이런 말씀이시군요?
◆ 김영호> 네, 국정원의 셀프개혁을 운운하시면서 국회 뒤에 숨으시면 안 된다는 것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만약 오늘 시국선언하고도 요구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다음도 생각하세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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