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 고객돈 투자' 금융사 직원 '모럴 해저드' 심각…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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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지고 먼산 보는 금감원·금융사…실질적 내·외부 통제 강화해야

 

최근 은행, 증권사 직원이 연루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회사나 금융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직원 개개인의 윤리 의식에만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외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불법대출, 백지수표 발행, 고객 돈으로 투자까지

금융업계 직원이 깊숙이 관여한 금융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올 초에는 30억 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1억 5,000만 원을 받은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 직원 2명이, 143억 원 상당의 불법 대출을 해주거나 묵인한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농협 임직원 4명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 6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A차장이 연루된 '100억 변조수표 사기사건'.

A차장은 지난 1월 1억원대 수표를 끊어주는 척하면서 백지수표를 빼돌린 뒤 사기단 주범에게 건네줘, 주범이 일련번호를 지우고 100억대 백지수표를 위조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주범과 공범들, A차장 등 31명을 검거했고, A차장은 결국 구속됐다.

증권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하나대투증권 삼성동 지점 B차장은 1년여 동안 고객 돈으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다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잠적했다.

B차장은 자살을 시도하고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하나대투증권 측은 "B차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 투자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 계좌 이용 내역이 없고 자사 고객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이 100억대 피해를 주장하고 있으며, 법적 공방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금융감독원 등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사안이지만, 개인적 사안이라면 증권 업무와의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금융사고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이 아닌 '증권사' 지점 차장이 수십억 내지 백억대 '사고'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꼬집는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 반복되는 금융사고…내외부 통제 '유명무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회사 임직원의 위법, 부당행위로 금융소비자에게 손실을 초래한 금융사고는 총 184건, 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서민금융회사가 7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이 59건, 금융투자가 14건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증권사만 해도 총 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고객 계좌에서 임의로 출금한 뒤 손실 보상에 사용해 18억원 상당 손해를 입힌 지점장 등 2명이 연루되는 일도 있었다.

결국 금융당국 뿐 아니라 금융회사 대부분이 해마다 되풀이 되는 사고 위험을 떠안고 가는 셈이지만, 현실적인 대응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금융감독원이 매년 각 금융사 감사와 준법감시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정례 워크숍을 통해 내부 통제 강화를 당부하는 것이 사실상 '외부 통제'의 전부다.

 

금감원은 매년 한 차례씩 '권역별, 유형별 금융사고 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금융사명, 사고금액을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는 등 실효적이지 못하다.

최근 금융사고가 발생했던 금융사들도 자체 내부통제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사고 이후 한층 강화된 예방책을 마련하는 등 부심하는 모습이지만 "개인적인 범행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점포 내부통제 담당직원의 점검, 감사부 직원의 정기적, 부정기적 점검을 하고 있으며, 변조 수표 사기 사건 이후 '자기앞수표 위,변조 방지방안, 고액예금거래에 대한 관리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매일 임직원 자금거래내역조회 모니터링을 통해 장기거래 실적이 없는 고객의 출금, 입금 후 바로 취소, 당일 계좌 개설 후 출금, 당일 재발급 후 출금 등의 경우를 적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감사업무 전담 직원의 배치, 실시간 영업점 감시 시스템인 '상시감시시스템' 도입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 실무적 사전예방책도 고민해야…소통, 내부규정 강화 등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시스템 강화나 유명무실한 윤리교육과 더불어 실무적 관점에서의 접근을 통한 '사전 예방'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지점에서 같은 업무를 계속하는 직원들이 고객과 유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사를 수시화 하고, 각 지점 내 소통을 강화하는 등 회사가 직원 애로사항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객 통장이나 도장 등의 별도 보관을 금지하고 거액 수표 발행 시 한 점포 내에서도 단계적 절차를 밟도록 하는 등 내부 규정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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