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약사 화이자와의 미국 내 가격 인하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향후 미국에 출시하는 모든 신약을 최혜국대우(MFN)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
MFN 가격은 제약사가 미국 외의 선진국에 적용하는 가격 중 최저 가격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와 함께 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내는 약값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60일 내로 미국 내 약값을 인하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해왔다.
또한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서 약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제약사들은 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에서 내고 있다"며 "이제부터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의료 서비스를 보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엄청난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쓰지만, 그런 약이 외국에서 미국보다 싸게 팔리다 보니 미국이 다른 나라의 약값을 간접적으로 보태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었던 것이다.
핵심은 미국의 약값을 다른 선진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약값과 '평준화'(equalize)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제약사가 외국에서 돈을 더 벌 수 있고 동시에 미국내 약값을 인하할 여유가 생긴다는 논리였다.
또한 이날 화이자는 현재 미국에서 통용되는 가장 인기 있는 약을 모든 소비자에 50% 이상 크게 인하한 가격에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화이자는 또 미국에서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700억달러(약 9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자가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 관세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실제로 불라 CEO는 화이자가 미국에 투자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의약품 관세를 3년 유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제약사가 화이자처럼 미국 내 약값을 낮출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약간 오르겠지만 우리는 엄청나게 내려갈 것이고, 이제 공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외의 국가에서 가격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무역 협상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 가격 인상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