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 강서구에서 환경미화원이 수거차에 매달려 있다 후진하던 차량과 전봇대 틈에 끼여 사망했다. 그런데 당시 작업 발주처인 강서구청이 과업지시서에 명시한 근무시간과 실제 환경미화 근무시간이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 CBS노컷뉴스가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강서구청의 '서울특별시 강서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환경미화원들의 작업시간은 평일 오전 4시부터 오후 1시로 명시돼 있다.
과업지시서 제6조 1항은 작업요일과 시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4시부터 오후 1시로 규정한다. 해당 과업지시서는 지난해 11월 구청이 A씨 소속 업체인 K산업과 계약을 맺으면서 작성됐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새벽 생활폐기물 수집 및 운반 작업 중 사망한 A씨의 사고 시각은 새벽 3시30분쯤이었다. 과업지시서상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사고가 난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50대 환경미화원이 끼임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작업에 적용되는 강서구청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용역 과업지시서' 중 제6조.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4시부터 오후 1시로 규정돼 있으나 조건부로 밤 12시 근무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있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 제공A씨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평일 밤 12시부터 오전 9시까지다. 과업지시서와 다르다. 실제 사고 당일 차량운행일지를 보더라도 A씨는 사고 전날 오후 11시 55분부터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나온다.
다만 과업지시서에는 '폐기물 배출량에 따라 조기 작업이 필요할 경우 (작업을) 0시 이후부터 해야 한다'는 문구도 있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이 조항에 대해 "매일 (자정 근무 체계로) 운영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라며 "명절 직후 등 폐기물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시기에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구청 과업지시서를 보면) 야간 근로를 줄이자는 취지로 근로 시간을 오전 4시부터 오후 1시로 정했을 텐데 이를 위반해서 운영했기 때문에 문제"라며 "구청도 (위반 사항을) 알면서 묵인했다면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업지시서를 위반해도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의원은 "환경미화원은 가장 힘든 시간대인 자정부터 근무에 투입돼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라며 "과업지시서와 근로계약 사이 모순을 해소하고 현장에 맞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강서구 인근) 소각장의 폐기물 반입 허용 시간이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라서 과업지시서상 근무시간을 맞춰 설정했다. 실제 그보다 일찍 근무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필요시 밤 12시 이후 근무'에 대한 부분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기물을 빨리 치워달라는 민원을 하루에 100통 이상 받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심야 근무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CBS노컷뉴스는 환경미화원 근로 시간에 관한 K산업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