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가라앉은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류승룡, 임수정, 이동휘, 양세종, 김성오, 홍기준, 정윤호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공개 전부터 주목받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없었다. 특별출연한 배우들까지 주목을 받았다. 함께 출연한 배우 류승룡도 "다 보물이었다"고 떠올릴 정도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은 특별출연한 가수와 배우들의 섭외 과정을 설명했다.
"서경석 배우와는 사회에서 만난 친구예요. 서경석을 통해 영탁(박영탁)씨가 저희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죠."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 감독은 "처음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며 "연락이 더 와서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됐고 출연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김장훈 선배님은 원래 친분이 있었는데 현인의 과거 사진을 보니 너무 닮았더라"며 "박상면 선배님도 꼭 출연하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하게 됐다"고 웃었다.
작품에서 영탁은 김 교수(김의성)를 맞이하는 최 주임 역을, 김장훈은 흥백산업 천황식 회장(장광)의 부모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현인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서경석과 박상면은 목포 선장 역으로, 김민재는 일본 야쿠자 두목의 양아들로 등장했다.
"정윤호, '아따, 여기 파인하는데요잉'이라며 들어와…"
잠수부 이복근 역의 김진욱(좌측)과 레슬링 선수 출신 덕산 역의 권동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조연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잠수부 이복근 역의 김진욱과 레슬링 선수 출신 덕산 역의 권동호는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제대로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 감독은 "영화 범죄도시(2017)에서 같이 했던 허동원 배우가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김진욱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고 보냈다"고 떠올렸다.
"김진욱 배우에게 복근 대사와 함께 영상 하나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죠. 지금 이 스타일대로 연기한 거예요.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바로 캐스팅했죠."
권동호 섭외에 대해선 "벌구 대본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연기가 너무 좋더라"며 "벌구는 윤호(유노윤호)씨가 하기로 정리된 상황이어서 덕산 역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도 사투리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니 모르는데 해보겠다고 하더라"며 "1시간 정도 연습하더니 연기를 너무 잘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웃었다.
'파인'의 원작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으로, 강 감독은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업했다. 다만, 극 중 장벌구(정윤호)의 등장과 오희동(양세종)과 선자(김민)의 관계, 양정숙(임수정)의 서사를 추가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 장벌구를 만난 정윤호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번은 저희가 사무실에서 리딩을 준비하는데 윤호씨가 '아따 여기가 파인하는데요잉 옴마 좋구마잉'이라며 들어오더라고요. 다들 대본을 보시면서 하는데 윤호씨 혼자 대본도 다 외워서 했다니까요.(웃음)"
그는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기준의 열정 곱하기 10이더라"며 "이렇게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의욕이 있었다. 많은 영감을 받은 배우이자 사람"이라고 감탄했다.
이 작품을 통해 첫 데뷔한 김민에 대해선 "당시 최종 후보로 3분인가 4분 올라오셨는데 다들 잘 하셨다"며 "그중에 김민 배우는 영화과 학생이었고 단편 영화도 출연해 본 경험이 없었는데 심사위원 모두 김민을 택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유튜브에서 홍콩 여배우 닮았다는 반응을 봤는데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그냥 이 사람이면 정말 열심히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직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 연기 보고 대사 수정도…임수정 춤추는 신 필요했죠"
강윤성 감독은 임수정 캐스팅에 대해 "제 기억에는 이런 인물 연기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점점 흑화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다"며 "윤태호 작가님도 양정숙의 이미지가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달랐지만, 임수정씨의 해석이 더 좋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이처럼 작품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출연한 배우들마다 개성을 뽐내며 이야기의 힘을 보탰다. 이같은 비결은 강 감독만의 철학에 있다.
강 감독은 "내가 생각했던 인물에 어떤 기준에 맞춰서 배우를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며 "배우들이 하는 걸 보고 대사도 바꾸고 사연도 바꾼다. 그 배우가 뚱뚱해지면 뚱뚱한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인물들이 살아있어야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많은 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묘사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한 양세종도 "인물의 감정이 미묘하게 달라지면 감독님이 새벽에 대본을 수정하시더라"며 "배우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의 힘이 컸다"고 전했다.
또한, 9회 금고 안에서 양정숙(임수정)이 춤을 추는 장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 신에서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임수정씨에게 얘기를 했는데 좀 머쓱해하셨어요. 제가 춤추는 걸 찍어서 수정씨에게 보여줬죠."
그는 "양정숙이 흑화되는 과정이었고, 숨겨진 야망과 본성이 드러나는 지점이었기 때문에 꼭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함께 한 박일현 미술감독 존경…멜로도 하고 싶어졌어요"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은 SF영화 '중간계'로, 제작 과정에서 AI(인공지능)를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SF 장르를 만들게 되면 제작기간도 길어지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한 번 하고 니까 '게임 체인저'가 될 거 같았다"며 "제작 환경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강 감독은 '파인'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물들이 탐욕으로 인한 파국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그 끝이 꼭 죽음으로 보일 필요는 없었다"며 "류승룡 선배는 이야기의 확장성을 위해 살리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그래서 추가 촬영하게 된 것"이라고 떠올렸다.
또, 당시 1970년대를 구현한 박일현 미술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그는 "함께 작업하면서 스태프에게 '존경한다'는 말이 처음으로 나왔다"며 "전적으로 미술 감독님께 의존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빈 공간이 있으면 사이사이에 계속 껴놓았는데 그런 밀도가 중요했다"며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등 원색 배치도 제안을 줬는데 그 표현이 너무 잘 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끝으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멜로'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초기에는 여성에 대한 이해도도 낮고 인물끼리 알콩달콩하게 묘사하는 것을 잘 하지 못했어요. 이번에 공부하고 배우들과도 작품을 하면서 멜로도 하고 싶어졌어요."이어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 속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영감을 준다"며 "작품을 계속하면서 여성을 주되게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1부작으로 구성된 '파인'은 지난달 16일 공개 이후 디즈니+ TV쇼 부문 한국에서 장기간 1위를 기록했다. 한때 전 세계 순위에서도 8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