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김미정(고아성), 박요한(변요한), 이경록(문상민)이 서로에게 빛이 돼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넷플릭스 제공 "이런 마음 아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9년의 시간을 마침내 내려놓았다. 배우 고아성은 마이크를 들고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의 OST '이런 마음 아나요'를 부르며 첫 멜로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아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평소 멜로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멜로 작품에 임할 때 더 신중해지고 아껴두게 된다"며 "'사랑'은 혼자 있을 때도 든든하고 씩씩해지게 만드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파반느'는 제가 그동안 꿈꿔왔던 개인적인 소망을 이뤄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뒤 이종필 감독과 작품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며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만을 기다려왔다. 이 과정에서 다른 멜로 영화 출연 제의도 받았지만, '파반느'를 기다리며 거절했다.
고아성은 이 감독과 첫 미팅 직후 책방에서 구매한 엽서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다가 마지막 촬영을 마친 뒤에야 이 감독에게 건넸다. 이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이제는 돌려드린다'고 하더라. 현장에서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다"고 전한 바 있다.
"작품을 너무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엽서를 사면 제작이 더 가까워질 것 같았어요. 사실 감독님께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제가 이런 마음이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웃음)"이어 "'파반느' 후반 작업을 하는 감독님을 보면서 영화 속에서 김미정이 대학에 진학한 이경록을 바라보는 심정과 비슷하게 바라보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영화 '파반느'. 넷플릭스 제공
오랜 기다림 끝에 제작이 본격화 되자, 그는 문상민과의 첫 대본 리딩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극 중 김미정이 이경록에게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줘요?'라고 묻는 지하철 장면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상상해 온 인물이 큰 키의 실체로 나타난 느낌이었다"며 "문상민의 이경록은 새로운 눈빛과 얼굴이었다. 혼자 대사를 연습하다가 '너였구나. 내가 너를 기다려왔구나'하는 심정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파반느'를 촬영하면서 상사병처럼 잔상이 남아있는 증상이 있었다"며 "카메라에 담기지 않고 오롯이 제 시점에 기억나는 장면들인데 집에 와서도 이경록의 뒷모습이 아른거렸다"고 덧붙였다.
"미생물 같은 눈빛…사랑하기에 너무 나약했던 사람이죠"
배우 고아성은 청춘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김미정과 이경록, 박요한이 새벽 거리를 함께 걷는 신을 꼽았다. 그는 "'청춘은 영원한 거니까'라고 말하는데 변요한 배우님도 어느 순간 이 대사를 자기한테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슬펐다"며 "청춘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저도 알기에 요한 배우님이 하는대로 리액션을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작품 속 김미정은 백화점에 수석 입사했지만 외모로 인해 '공룡'이라 불리며 손가락질받는 인물로, 타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간다. 고아성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10kg 증량했다.
"제 아이디어였어요.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었죠. 김미정의 걸음걸이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제 실제 걸음은 팔랑팔랑 걷는 스타일인데 리듬을 주려고 했죠."
눈빛에도 변주를 줬다. 고아성은 "미생물 같은 눈빛"이라며 "외형적인 조건보다 자신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눈빛을 장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감독님과 오래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김미정의 공간 설정에도 의견을 냈다. 고아성은 "공간에서 주는 힘을 크게 받는 배우다 보니 미정은 거울을 보며 사는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옷장 속 거울을 가져와서 화장하는 설정을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록 집 앞에서 라면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미정은 이미 긴 편지를 쓸 준비가 된 상태라고 봤다"며 "장미 멘션 101호 주소를 기억하려고 되뇌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떠날 준비를 하는 인물"이라며 "사랑하기에 너무 나약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비행기에서 오로라 봐…'나의 청춘 돌아보게 됐다' 반응 기억나요"
고아성은 가장 애정가는 장면으로 엔딩 신을 꼽았다. 그는 "저도 먼저 보낸 영혼들이 있는데 그런 그들을 다시 만날 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며 만든 장면이라 뜻깊었다"며 "경기도 남양주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배우들과의 호흡도 전했다. 고아성은 문상민에 대해 "진짜 200점 만점"이라며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배우인지 몰랐다"고 강조했다. 변요한에 대해서는 "왜 이제야 만났는지 싶었다"며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외줄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아이슬란드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촬영 당시 이 감독과 고아성, 문상민만 현지를 찾았다.
고아성은 "당시 감독님이 영화 '탈주(2024)'로 유럽 영화제에 가야했는데 2주 정도 시간이 빈다고 하셨다"며 "한국에 오기 아까워 문상민 배우와 함께 오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문상민 배우도 해외여행을 개인적으로 가본 적이 없다고 해 제가 누나로서 잘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문상민 배우는 장롱 면허이고 감독님은 면허가 없어 제가 운전하며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고 웃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로라를 본 순간도 있었다.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장님이 창밖을 보라고 해서 봤더니 오로라가 딱 걸려 있었어요. 처음 봤죠. 한겨울이 아니었는데 이상 기후로 관측이 과하게 나타났다고 했죠."
끝으로 고아성은 이번 작품에 대해 "저의 초라한 모습까지도 다 받아주고 환영해 주셔서 너무 행복했다"며 "영화 '괴물'(2004) 이후 송준희 분장 감독님을 다시 만나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청춘을 돌이켜 보게 됐다'는 반응을 접했다"며 "현재 청춘을 지나고 있는 분들, 또 지나온 분들 모두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 드린 거 같아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파반느'는 공개 3일 만에 2백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7위를 차지하는 등 눈길을 끌고 있다.